웃거나 기침할 때 배가 아프다면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31 11:00
  • 호수 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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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만으로도 걱정을 더는 병 ‘복벽 통증’

38세 여성이 일주일 전부터 오른쪽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이 통증은 웃을 때나 물건을 들 때 심해졌고, 식사나 배변과는 별 상관이 없었다. 걱정되어 병원을 방문해 진찰받은 결과, 심각한 질환은 아니고 복근에 피부 신경이 눌린 것이 통증의 원인이었다.

복통이 생기면 담낭 질환, 간염, 간암, 위염, 소화성궤양, 췌장염, 췌장암, 충수돌기염, 대장암, 자궁근종, 난소질환, 급성 복막염, 장 패색 등 다양한 복강 내 질환을 의심하게 된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각종 혈액검사와 영상의학적 검사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렇지만 배 속의 통증이 아니라 복벽에 통증이 있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그런데 복벽의 통증은 긴급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데다 정확한 원인 규명이 쉽지 않아 명확히 진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복벽 통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복근 사이를 지나는 피부 신경이 눌리는 것이다. 복압이 높아지거나 외부에서 복부를 압박할 경우 또는 외상이나 수술로 흉터가 생기면 피부 신경이 눌려 통증이 나타나기가 더 쉬워진다. 드물게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나 대상포진 후 신경통도 복벽 통증의 원인일 수 있다. 방향을 급히 바꾸는 격렬한 운동을 하고 나서 연부조직이 손상돼 사타구니 위쪽의 복벽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복근의 염좌, 복벽의 감염, 지방종이나 뭉친 지방층이 드물게 복벽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오한·발열 등 전신 증상 없어

그렇다면 복강 내 통증과 복벽 통증을 구별할 수 있는 구분점이 있을까. 복벽 통증은 식욕부진, 오한, 발열, 체중 감소 등과 같은 전신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배변이나 배뇨 이상 증상이나 구역, 구토, 질 출혈 등의 증상이 동반되지 않는다. 식사나 배변에 의해 통증이 변하지 않고, 몸을 굽히거나 물건을 들거나 기침을 하면 통증이 유발되는 경우가 흔하다. 혈액검사에서도 대부분 정상으로 나타며, 통증이 있는 부위를 누르면 통증이 유발되는 부위가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복부 수술이나 외상 과거력이 있거나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경우 발생 위험이 커진다. 복부를 누르면 아픈 부위가 있을 때, 누워서 다리를 들거나 복근에 힘을 줘도 압통이 계속되거나 심해질 때 복벽 통증일 가능성이 크다.

복벽 통증의 진단을 위해서는 초음파검사로 종양·농양·혈종·탈장 등 다른 원인 질환 여부를 확인하고, 통증 부위에 국소마취제 주사를 놓아 통증이 감소하는지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복벽 통증이 있는 경우 국소마취제 주사로 50% 이상에서 통증이 개선되며, 20%에서 통증이 사라지게 된다.

복벽 통증이 확인되면 복강 내 심각한 질병이 있을 가능성이 사라지므로 진단만으로도 불안감이 줄어들게 된다. 소염진통제·진경제·근육이완제를 복용하면 복벽 통증이 좋아질 수 있지만, 치료에 반응이 없을 경우 국소마취제나 스테로이드·보톡스 주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심하고 오래 지속되는 통증에 대해서는 신경 차단술이나 신경 절제술이 도움이 되며, 필요할 경우 외과적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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