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상승세에 ‘골든크로스’ 넘보는 홍준표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9.0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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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아이콘’ 홍준표는 어쩌다 여권의 지지를 얻게 됐을까
2030 지지 업고 ‘꼰대’ 이미지 탈피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지난 8월31일 서울 여의도 캠프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지난 8월31일 서울 여의도 캠프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힘 경선판도에서 홍준표 의원이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야권 후보 적합도를 묻는 각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면서다. 홍 의원의 지지율 상승폭은 여권 지지층과 2030 세대가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과거 ‘보수 꼰대’ 이미지로 민심의 외면을 받았던 그는 어떻게 이들 계층에서 지지를 얻게 된 걸까.

6일 발표된 KSOI-TBS 여론조사(3~4일, 전국 18세 이상 1003명 대상, 무선ARS 100%)에서 홍 의원은 전주보다 4.2%포인트 상승한 13.6%를 기록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28.0%)와 윤 전 총장(2.64%)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민주당의 또 다른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11.7%)를 오차범위 이내인 1.9%포인트 격차로 앞선 수치다.

ⓒ 시사저널 양선영·한동희
ⓒ 시사저널 양선영·한동희

전날엔 야권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을 처음으로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알앤써치-경기신문 조사(3~4일, 전국 18세 이상 1017명 대상, 무선ARS 100%) 결과, 홍 의원은 국민의힘 야권 대선 주자 적합도에서 32.5%를 기록해 29.1%에 그친 윤 전 총장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여론조사 결과를 자세히 뜯어보면, 홍 의원의 지지율 상승폭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2030 세대가 채운 것으로 풀이된다. 알앤써치 조사에서 홍 의원은 민주당 지지층 37.4%, 열린민주당 지지층 49.4% 등 여권 성향 지지층에서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53.2%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홍 의원(27.2%)보다 두 배 가까운 격차를 낸 것과 대조적이다. 또 광주‧전라지역에서도 홍 의원은 42.7%를 기록해 윤 전 총장(14.9%)보다 3배 가까운 격차로 앞섰다. KSOI 조사에서는 홍 의원이 18~29세 계층에서 26.3%의 지지를 얻어 타 후보를 모두 압도했다(이재명 18.7%, 윤석열 15.1%, 이낙연 17.0%). 

ⓒ 시사저널 한동희·양선영
ⓒ 시사저널 한동희·양선영

‘사이다’ 홍준표의 부활…2030은 지금 “무야홍”

홍 의원의 지지율 곡선은 과거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수장이던 시절과는 정반대다. 당시 홍 대표는 여권과의 대립 국면에서 선봉장에 서면서 ‘강경 보수’의 상징으로 통했다. ‘꼰대’ 별명도 이 때 만들어졌다. 당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을 보면 민주당에 크게 뒤쳐진 데다, 2030 지지세도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홍 의원은 이후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조차 받지 못하고 탈당했으며, 최근까지도 한 자릿수의 미미한 지지율을 보여 왔다.

외면 받았던 홍 의원이 다시 선택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홍 의원 지지율 상승 요인을 복합적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윤 전 총장의 실정이 꼽힌다. 잇따른 말실수나 캠프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비위, 고발 사주 의혹 등 윤 전 총장의 악재가 계속되면서, ‘대선 재수생’인 홍 의원이 그 빈틈을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홍 의원의 상승세에 대해 “윤 전 총장을 ‘죽어도’ 뽑을 수 없는 여권 지지층이 홍 의원 쪽으로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홍 의원의 ‘선명성’이 겹치면서 인지도를 높이는 분위기다. 홍 의원은 2030세대의 역린으로 꼽히는 고시제 부활, 흉악범 사형 공약 등을 선점하면서 화끈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정치인의 ‘사이다’ 발언에 열광하는 2030 세대들이 이 같은 홍 의원의 선명성에 반응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이라는 신조어까지 퍼지고 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월29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인뎁스조사 결과 국민보고대회'에 참석, 행사 도중 이준석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월29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인뎁스조사 결과 국민보고대회'에 참석, 행사 도중 이준석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이준석 챙기는 홍준표…“꼰대 이미지 탈피”

아울러 홍 의원이 국민의힘에 개혁의 바람을 일으킨 이준석 대표와 가장 좋은 ‘궁합’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 의원은 당내에서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릴 때마다 적극적으로 이 대표 편에 섰다. 윤 전 총장과 이 대표 간 갈등 국면에서 “나이는 어려도 당 대표는 당의 최고 어른”이라고 이 대표를 두둔하는가 하면, 최근 이 대표 부친의 농지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이 대표가 관여할 여지가 전혀 없는 사안”이라며 지원사격에 나서면서다. 이 덕분에 이 대표를 향한 2030의 강한 지지세를 홍 의원이 흡수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홍 의원의 지지율이 계속 상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홍 의원 지지율의 상당 부분이 민주당 지지층과 2030세대에 치우친 만큼, 본선경쟁력에서는 여권 후보에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국민의힘 경선에서 중요한 것은 보수층의 지지세”라면서 “본선에서까지 여권 지지층이 홍 의원을 선택하겠는가. 다자대결이 아닌 양자구도에서 홍 의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이길 수 있어야 현재의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홍 의원은 “드디어 골든크로스를 이뤘다. 이재명을 당할 사람은 홍준표 밖에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홍 의원은 이날 알앤써치 여론조사 결과를 SNS에 올리면서 “보수, 진보, 중도로 부터 고른 지지를 받는 대통령, 특정지역이 아닌 대한민국 전 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받는 국민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결과는 각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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