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라고 다 같은 비만은 아니다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9.27 11:00
  • 호수 1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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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보다 ‘정상 체중의 대사성 비만’이 심혈관질환 위험성 더 커

건강검진을 받을 때 가장 흔히 사용되는 비만의 기준은 대한비만학회에서 정한 ‘체질량지수 25kg/㎡ 이상’이다. 체질량지수는 체지방량과의 상관성이 높아 비만도 평가에 가장 흔히 사용되는 지표로서 자신의 몸무게(kg)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키 170cm에 체중이 80kg이라면 체질량지수는 약 27.7kg/㎡이 되어 비만에 해당한다. 

하지만 아시아인 약 110만 명을 대상으로 2005년부터 평균 9.2년 동안 비만과 사망 위험의 관련성을 추적 조사한 결과, 아시아인 중에서도 한국·중국·일본 사람은 체질량지수가 22.6~27.5일 때 사망할 위험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왔다. 

반면에 저체중에 해당하는 15 이하 체질량지수를 보이거나 35 이상으로 초고도 비만이면 사망 위험이 체질량지수가 22.6~27.5일 때보다 각각 2.8배, 1.5배 높았다. 이 연구 결과가 발표된 이후 비만 진단기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고혈압·당뇨병·복부비만이 문제

이러한 연구 결과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체질량지수가 가지는 제한점 때문이다. 체질량지수는 체중과 신장만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체지방뿐만 아니라 근육량도 반영한다. 그러므로 운동선수처럼 근육량이 많은 경우 체지방이 많지 않아도 비만으로 진단될 수 있다. 또한 근육량이 부족한 노인, 임산부, 수유부, 척추측만증 환자의 경우 비만도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또 하나의 이유는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metabolically healthy obese·MHO)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은 체질량지수로는 비만에 해당하지만 대사적 합병증을 동반하지 않아 건강한 유형을 말한다. 따라서 비만으로 진단되더라도 심뇌혈관질환·당뇨병 등의 발생 위험이 높은 유형과 건강 위험에서 정상 체중인 사람과 큰 차이가 없는 유형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체질량지수 25~27 사이의 약간 비만한 사람은 정상 체중인 사람과 비교해 건강 위험이 크지 않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비만 기준을 조정하는 것보다는 체질량지수와 함께 건강 위험도를 반영할 수 있는 다른 지표를 포함해 건강 위험도를 평가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최근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로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으로 진단할 수 있는 기준을 설정하는 연구가 이뤄졌는데, 고혈압과 당뇨병이 없고 복부비만이 없는 비만인은 향후 심혈관질환 위험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에 해당하더라도 체중 증가와 허리둘레 증가를 막고 식사·운동·금연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건강 위험이 커지지 않을 수 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정상 체중의 대사성 비만’이다. 이러한 유형의 비만은 근육량이 적고 체지방이 많은 데다 피하지방보다 더 위험한 내장지방으로 쌓이는 유형의 비만이다. ‘정상 체중의 대사성 비만’은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4.5~8.5배 높이고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보다도 심혈관질환과 대사질환 발생 위험이 크다.
 
따라서 비만 판정을 받으면 우선 허리둘레를 재야 한다. 여기서 남성은 90cm 이상, 여성은 85cm  이상으로 복부비만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혈압과 혈당이 높은지 점검한 후 체중 관리에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 또한, 키와 체중으로 판단한 비만도는 정상이더라도 허리둘레 측정으로 복부비만에 해당하면 혈압과 혈당이 높은지 확인한 후 체중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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