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의 청소년들에 대한 선입견 없애야”
  • 김동현 영남본부 기자 (sisa522@sisajournal.com)
  • 승인 2021.10.10 14:00
  • 호수 1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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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기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
“위기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지원·관심 절실”

"현장을 둘러보니 학교·가정 밖 청소년들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지원과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이들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것이 우리 사회의 숙제였습니다."

9월27일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청소년상담원) 이사장실에서 만난 이기순 이사장(59)의 말이다. 그는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있었다. 이 이사장은 지난 2018년 11월12일 청소년상담원 10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3년의 임기를 한 달여 남겨두고 있다. 

여성가족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청소년에게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청소년상담원은 집을 나와 거리를 헤매고 정서와 행동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시사저널은 이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청소년 정책 전반에 대한 질문지를 빼곡히 준비했다. 친근한 체험담으로 대화를 시작한 이 이사장은 1시간30분 가까이 청소년 복지에 대한 소신과 성과를 거침없이 전개해 나갔다. 이따금 명확한 통계나 수치가 필요할 때 자료를 살짝 들여다보는 것이 전부였다. 위기 청소년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히 자립할 수 있도록 중심 역할을 한 이 이사장한테 오늘날 학교 밖 청소년들의 문제 해법을 들었다.

시사저널과 인터뷰한 이기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 취임 이후 성과는.

"기획재정부 경영평가에서 개원 이래 최초로 경영관리 평가 A등급을 받았다. 또 정부 일자리 정책 방향에 발맞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100% 전환하고, 직무 중심의 보수체계를 개편했다. 조직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고위직급을 통합하고, 하위직 직급체계를 확대했다. 이와 함께 감사실 신설과 비위 발생 위험 직군을 개방형 직위로 전환해 종합청렴도를 높였다. 무엇보다도 n번방 사건을 바라보면서 온라인상의 다양한 플랫폼 매체를 찾아다니는 '사이버아웃리치' 사업도 시작했다. 이를 통해 많은 위기 청소년을 구조했다. 그중 채팅상담실에서 극단적 표현을 하는 청소년이 기억에 남는다. 상담사는 대화를 지속하면서 112에 신고했다. 이후 경찰은 현장 확인 후 119구조대를 불러 이 청소년을 위기상황에서 구조할 수 있었다. 이 모든 노력은 보다 질 좋은 대국민 정책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불완전한 청소년 지원제도로 인해 고심이 많았다고 들었다.

"위기 청소년을 지원하는 기관의 장으로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제도적 차별이나 사각지대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학교 밖 청소년 1인당 연간 지원예산은 54만원 정도다. 고등학생 1인당 공교육비 1010만9000원 대비 5.4%에 그친다. 정부는 공교육 서비스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장학금 지원 등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이들의 자립 지원에 필수적인 주택 지원 등은 조속히 현실화해야 한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추산 가정 밖 청소년 규모는 10만 명을 넘어섰다. 반면 쉼터에 입소한 청소년은 2만여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청소년들은 거리에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 해체 등으로 청소년들은 보호막 없이 가정 밖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이들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사회적 지원과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이들을 조기 발견해 보호·지원하고 있는 청소년쉼터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17년 123곳에서 현재 134곳으로 늘었다. 또 청소년들이 쉼터 퇴소 후 다시 위기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자립지원수당과 임대주택을 지원하고 있다."

가정 밖 청소년의 자립이 중요한데, 자립지원관은 충분히 설치돼 있나.

"현재 청소년자립지원관은 9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수도권에 7곳이 집중돼 있다. 가정 밖 청소년들이 쉼터 퇴소 후 안정적인 주거와 자립을 하기 위해선 최소 16개 광역시·도별 청소년자립지원관 설치가 필요하다. 다행스럽게 현재 법 개정안이 발의 중이다. 지자체 협력을 통한 자립지원관 확충으로 가정 밖 청소년들이 자립해 생활할 수 있는 지원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전 국민을 상대로 학교 밖 청소년 사회인식 개선사업이 먼저 추진돼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 중 39.5%가 사람들의 선입견·편견·무시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학령기 인구 감소에도 학업 중단 청소년이 늘어남에 따라 꿈드림센터 인력 증원과 공간 확보 등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다행인 것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9월24일 시행됐다. 이에 따라 초·중·고등학생이 학교를 그만둘 경우 기존과 달리 청소년 또는 법정 대리인의 동의가 없을 때도 꿈드림센터로 자동 연계된다. 자연스레 꿈드림센터에서 서비스를 받는 청소년들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 밖 청소년을 배제하는 현행 대학입시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이 있었다. 개발원에서 이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청소년생활기록부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현재 6개 대학교에서만 인정하는 데 그치고 있는데.

"현재 전담 인력과 사업비가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청소년생활기록부 전국 대학 전면 도입을 위해 일대일 컨설팅 등 대학입시 업무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지난해 4개 대학에서 올해 6개 대학으로 확대돼 청소년생기부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내년부터 16개 광역시·도별 최소 1개 대학 이상으로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3월11일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부산시 사하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청소년 자살·자해 집중 심리클리닉 현판식을 하고 있다.ⓒ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제공
3월11일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부산시 사하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청소년 자살·자해 집중 심리클리닉 현판식을 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제공

코로나19 시대에 청소년 또래상담은 더욱 절실하다. 

"청소년들도 코로나19로 인한 다양한 우울감이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들에게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개발원은 비대면 상담이 가능한 온라인 또래상담 플랫폼을 개발했다. 또 전국 청소년들의 고민을 온라인상에서 함께 해결하는 또랜(LAN)상담소, 국외 학교와의 또래상담 온라인 국제교류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래 상담사들은 전문성을 띠고 있지 않아 개입 과정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혹여 또래 상담사가 받을 수 있는 심리적 어려움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

"옳은 지적이다. 또래 상담자 양성 시 강조하는 것은 감당 가능한 활동이다. 이들은 전문 상담자가 아니기에 해결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조력자 역할이 크다. 활동 시 개인적 문제와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이에 학교 내 전문상담교사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 등을 배치하고 있다. 또 또래 상담 연합회를 활용해 상담자끼리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고, 역량을 강화할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또래 상담자가 느끼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는 감정일지도 작성하고 있다."

개발원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신이 이사장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해 주길 바란다. 그러면 훨씬 더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다. 우리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받는 청소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또 아이들과 많이 소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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