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의 기자 상대 10억원 고소, 근거가 흔들린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1.10.08 10:00
  • 호수 1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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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후보 흠집 낼 의도로 기사 작성”했다며 소송
 박종명 기자 “이재명과 무관하다면서 왜 옹호할까”

‘이재명 후보님, “(주)화천대유자산관리는 누구 것입니까?”’(8월31일자 경기경제신문 칼럼)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은 바로 이 기사에서 시작됐다. 그러자 화천대유가 소송을 통해 기사를 쓴 언론인에게 10억원이 넘는 책임을 물은 것으로 밝혀졌다. 화천대유는 기사 내용의 일부를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외의 내용은 근거로 뒷받침되고, 허위사실로 지적한 내용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 결론짓기 힘든 상황이다.

화천대유는 지난 9월6일 기사 작성자인 박종명 경기경제신문 대표를 상대로 민형사상 고소와 가처분 신청을 했다. 기사가 올라온 지 6일 뒤다. 시사저널은 고소장과 가처분 신청서를 입수했다. 여기에 따르면, 화천대유는 정정보도 등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 명목으로 10억원의 지급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기사로 인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도 하락 및 명예훼손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또 화천대유는 기사 삭제 가처분 신청을 내며 추가로 5000만원을 청구했다. 민사소송 종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피해가 계속될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이와 함께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도 진행했다.

박 대표는 시사저널에 “화천대유는 언론중재위원회도 거치지 않고 곧장 10억원이라는 거액의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했다”며 “10억원이라는 피해를 산정한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화천대유는 고소장에 기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댓글을 인용하며 “기사가 인터넷 카페 및 블로그에 유포되어 허위사실이 진실인 양 호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9월29일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연합뉴스
9월29일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연합뉴스

화천대유, 언론중재위 패스한 채 “10억원 배상하라”

화천대유가 허위사실로 지적한 기사의 문장은 총 3가지다. 그중 하나는 ‘김모씨로 추정되는 최대주주에게 473억원이 대여되었고, 과연 이 많은 돈을 김모씨는 어디에 사용했을까요?’라는 문장이다.

이 문장과 관련해 화천대유는 “회사의 불법적인 수익이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사실을 보도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주장했다. 기사 원문을 보면, 해당 문장은 박 대표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들었다는 내용을 옮겨 쓴 것이다. 여기서 ‘김모씨’는 화천대유 최대주주이자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만배씨(머니투데이 전 부국장)를 가리킨다.

화천대유는 허위사실로 간주했지만, 김씨가 473억원을 화천대유로부터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빌렸다는 내용은 공시자료에서 확인된다. 검찰이 473억원의 용처를 집중 수사하는 가운데, 이 중 100억원이 박영수 전 특검의 친척에게 지급됐다고 알려졌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에서 고문을 맡은 바 있다. 또 473억원 중 5억원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구속)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후보와의 관계 때문에 측근설에 휩싸인 인물이다. 이 후보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또 화천대유가 허위사실로 본 다른 문장은 다음과 같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화천대유가 참여한 배경을 두고 그 이면에 더불어민주당 대권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비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의혹의 입소문이 떠돌고 있다.’ 이 문장 역시 제보자가 말했다는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또 화천대유는 기사 제목 자체를 허위사실 목록에 넣았다. 그러면서 “마치 화천대유의 실소유자가 이재명 후보인 것처럼 인식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 외의 문장은 문제 삼지 않았다.

박 대표가 기사에 적은 나머지 내용들은 사실로 입증된다. 그는 기사에 ‘화천대유와 자회사 천화동인 1~7호는 성남의뜰 개발사업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들로 개발사업 실적이 전무한 회사들이었다. 이 회사들은 성남시에서 지난 2018년 수의계약을 통해 대규모의 대장동의 택지를 계약하고, 이 용지들은 대우건설 및 포스코건설에 매각해 3000억원대의 수익을 냈다’고 썼다.

실제 화천대유는 수의계약으로 따낸 대장동 땅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대우건설·포스코건설과 시공계약을 맺었다. 그 결과 화천대유는 지난해까지 1조900여억원의 분양매출과 약 2350억원의 분양수익을 기록했다. 기존 분양수익률(분양계약액의 약 20%)을 적용하면 올해 말까지 적어도 630억원의 추가 수익이 예상된다. 이를 더하면 총 기대수익은 3000억원에 달한다.

화천대유가 개발사업 실적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화천대유가 자산관리사로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대장동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건 2015년 3월이다. 화천대유는 한 달 전인 그해 2월 설립됐다. 이를 두고 ‘성남시가 아무런 실적도 없는 화천대유를 미리 내정해 협상대상자로 뽑았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 캠프는 의혹에 선을 그었다. 캠프는 9월22일 설명자료를 통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같이 참여한) 하나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높은 점수를 받아 덩달아 화천대유가 선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기사에 이런 문장도 적었다. ‘(화천대유가) 최근에는 다른 필지를 하나투자신탁에 위탁해 시행을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도 천문학적 금액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히는 화천대유가 토지를 위탁한 업체는 성남의뜰에 주주로 참여한 하나자산신탁이다. 이 회사가 시행한 도시형 생활주택 ‘판교 SK뷰 테라스’는 청약 흥행에 성공했다. 9월16일 청약 진행 결과 평균 31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단지가 완판되면 화천대유는 1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최초 보도한 박종명 경기경제신문 대표(오른쪽 사진)를 상대로 고소한 내용이 담긴 민사고소장 일부ⓒJTBC  화면캡처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최초 보도한 박종명 경기경제신문 대표(오른쪽 사진)를 상대로 고소한 내용이 담긴 민사고소장 일부ⓒJTBC 화면캡처

“즉시 기사 내리라”는 가처분 신청 결론도 미뤄져

한편 화천대유는 박 대표에 대한 민사소송 청구 배경에 대해 ‘근거 없이 특정 후보자를 흠집 낼 정치적 의도로 기사를 작성했다’고 적었다. 이를 두고 박 대표는 “그간 이재명 후보와 자신들은 전혀 상관없다고 주장해 왔으면서 왜 무관한 사람을 끌어들여 옹호할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언론중재법이 통과돼 상대가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 우리 같은 군소 지역언론은 매번 존폐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화천대유 측 법률대리인은 “법정에서 소명하겠다”며 자세한 답변을 거부했다.

화천대유가 신청한 가처분에 대한 심문은 지난 9월29일 수원지법에서 열렸다. 당시 재판부가 박 대표에게 소명의 기회를 줘서 심문은 10월13일 다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화천대유가 신청한 가처분은 즉시 기사를 내리라는 취지인데, 법원이 결론을 미뤘으니 사실상 가처분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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