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부친-김만배 누나의 거래, 정말 모르는 사이였을까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1.10.11 12:00
  • 호수 1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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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김만배씨 누나의 윤석열 부친 집 매입 논란, 여전히 남은 의혹
부동산 업자들 “시세대로 팔려…다운계약서 얘기는 맞지 않아”

대선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더불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도 악재가 되고 있다. 특히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 김만배씨의 친누나인 김명옥씨가 윤 후보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서울 연희동 집을 매입한 것에 대한 의혹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윤 후보 측에서 이와 관련해 조목조목 반박자료를 냈지만,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씨는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 3호의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해당 거래를 놓고 일부 언론을 통해 ‘다운계약서’를 쓴 것이 아니냐는 의혹 등이 제기됐으나, 그보다는 이 거래가 정말 서로 간에 몰랐던 사이에서 이뤄진 거래냐는 부분에 이목이 쏠린다. 윤 후보 측은 “전혀 모르는 사이에 진행된 거래”라고 했으나, 앞서 윤 후보의 경쟁 상대인 홍준표 후보는 해당 거래를 놓고 “로또 당첨만큼 어려운 우연의 일치 같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시사저널도 취재 과정에서 윤 후보 측 사정을 잘 아는 한 정치권 관계자로부터 “당시 윤 후보가 부친 집을 파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고, 박영수 전 특검이 매수자와 연결해 줬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해 듣기도 했다. 박 전 특검은 현재 화천대유와 매우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만배씨의 친누나 김명옥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에게서 매입한 연희동 주택ⓒ시사저널 이종현
만배씨의 친누나 김명옥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에게서 매입한 연희동 주택ⓒ시사저널 이종현

계약금 주고받고 보름 뒤 계약서 작성?

윤 후보 측은 9월29일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의 최초 의혹 제기에 대해 법적 대응을 시사하며 연희동 단독주택 매매계약서와 통장 거래내역을 공개했다. 부동산 업자들은 공통적으로 윤 후보 측이 공개한 자료에 한 가지 이상한 지점이 있다고 말한다. 매매계약서상 계약 체결일은 2019년 4월30일이다. 그런데 공개된 통장 내역에 계약금이 입금된 날짜는 4월15일이다.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에선 전체 매매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내고 통장 입금 사실이 확인되면 계약서를 쓴다. 하지만 이 경우엔 계약서에 기재된 날짜보다 무려 보름이나 먼저 계약금 1억8000만원이 건네졌다. 이에 대해 윤 후보 측은 “매수인(김만배씨의 누나)과 매도인(윤 후보의 부친) 간 매매계약은 4월12일에 체결됐다. 같은 달 15일 계약금이 지급됐고, 매수인의 일부 계약사항 변경 요청에 따라 최종 계약서상 계약일은 같은 달 30일로 기재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 측은 “4월12일은 금요일이어서 은행 업무시간이 종료돼 그다음 주 월요일인 15일에 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해명 내용 또한 일반적이지 않다는 게 다수 부동산 업자들의 지적이다. 한 부동산 업자는 “부동산 계약서에서 매매계약일은 모든 법적 효력의 기준이다. 때문에 돈을 먼저 보내고 매매계약일을 나중으로 쓰는 일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계약서를 새로 쓰더라도 계약일은 최초 시점인 12일로 쓰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등기부등본에 올라온 이 집의 계약일 또한 4월30일이다.

당시 김씨의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았음은 여러 부분을 통해 확인된다. 김씨는 연희동 주택의 소유권 이전일인 7월2일 이 집을 담보로 금천신용협동조합에서 13억원(채권 최고액 15억6000만원)의 대출을 일으켰다. 정리하면, 대출을 일으킬 정도로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서류상으로 매매기준일보다 15일 먼저 돈을 건네는 계약서를 썼다고 보기란 쉽지 않다. 다른 부동산 업자는 “일반적인 형태라면 매수인 입장에선 1억원이 넘는 계약금이 이미 지급됐는데, 계약서에 일자를 더 늦게 기입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명 내용만 보면 윤 후보 측이 매수인 김씨 편의를 봐준 것이지만, 오히려 김씨가 윤 후보 측 편의를 봐주고 보름 전 먼저 계약금을 보냈을 수도 있다고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 후보는 연희동 집을 싸게 팔고 부친이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 뉴타운 아파트를 매매한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부친의 건강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통장 내역에 보면 윤 교수는 매수인 김씨로부터 4월15일 돈을 받고 이튿날 가재울 뉴타운 아파트 계약금(1억1000만원)을 치렀다. 김씨가 보낸 돈만으로도 아파트 계약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계약일은 4월15일이므로 이날 계약서를 쓰고, 가재울 뉴타운 아파트 계약금은 다음 날 보낸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윤 후보 캠프는 “이미 계약금을 받은 상태에서, 매수인이 계약 명의를 누구로 할 것인지 번복하는 바람에 다시 계약서를 쓰면서 부동산중개업자가 4월30일로 기재했을 뿐”이라고 다시 한번 해명했다.

(왼쪽)김명옥씨와 윤기중 명예교수의 계약은 매매계약서상으로는 4월30일에 체결됐다. (오른쪽)김씨는 매매계약서상 날짜보다 보름 앞선 4월15일 계약금을 건넨 것으로 윤 명예교수의 통장 내역에 남아있다.ⓒ윤석열 캠프 제공
(왼쪽)김명옥씨와 윤기중 명예교수의 계약은 매매계약서상으로는 4월30일에 체결됐다. (오른쪽)김씨는 매매계약서상 날짜보다 보름 앞선 4월15일 계약금을 건넨 것으로 윤 명예교수의 통장 내역에 남아있다.ⓒ윤석열 캠프 제공

인근 부동산업소 4~5곳 “매물 나온 것 없었다”

이 집을 둘러싼 여러 해명에도 역시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해당 거래를 중개한 부동산 업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목동에 살고 있는 김(명옥)씨가 개를 키울 수 있는 마당 있는 집을 알아본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으나, 실제 김씨는 집을 매입한 직후 월세를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윤석열 캠프에선 논란 직후 인근 부동산 10여 곳에 집을 내놓은 뒤 매매한 것이기에 김씨 누나와 미리 알았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10월3일 “연희동은 저의 지역구로서 20여 년을 살아온 동네다. 모르는 곳이 없다”며 “제가 지역구의 여러 인맥과 경로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해당 지역 어느 부동산에도 윤 후보 부친 자택이 매물로 나온 적이 없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윤석열 캠프는 “주택 매매 당시 윤 교수의 딸이 직접 자신의 집 주변을 검색해 부동산중개업소 10여 곳에 전화를 걸었다”고 다시 해명했다.

시사저널 역시 10월6일 해당 지역 인근의 부동산 4~5곳을 방문해 해당 논란에 대해 물었다. 부동산 업자들은 공통적으로 “시세대로 팔린 것은 맞다. 현재의 시세를 당시에 대입해 ‘다운계약서’ 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시에 윤 후보 부친의 집을 매물로 받았거나 문의를 받았다는 부동산은 없었다. 지인 간 거래 가능성에 대해선 대부분 “알 수 없다”고 했다. 해당 거래를 중개한 부동산업소도 찾아갔지만 “의뢰인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아무런 대답도 해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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