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유족 측 “성범죄자 낙인찍은 인권위…성희롱 인정 취소하라”
  • 유경민 디지털팀 기자 (wbql1214@naver.com)
  • 승인 2021.10.1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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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성추행 인정’ 인권위 결정 취소 청구소송 첫 재판
9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1주기 추모제가 열린 종로구 조계사에 부인 강난희씨가 참석했다.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1주기 추모제가 열린 7월9일 종로구 조계사에 부인 강난희씨가 참석했다.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둘러싼 행정소송 첫 재판이 열렸다. 유족 측은 박 전 시장을 성범죄자로 낙인찍은 인권위 결정은 월권이라며 인권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 8부(이종환 부장판사) 심리로 ‘권고 결정 취소’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박 전 시장 부인인 강난희씨의 소송대리인 정철승 변호사는 “형사사법 기관이 아닌 인권위가 (박 전 시장이) 성범죄자라고 결정하고 발표해버린 것은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최근 피조사자의 무덤을 누군가 파헤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는데, (무덤을 판 사람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성범죄를 저지르고 편안히 누워있는 박 전 시장이 너무 미워서 그랬다’고 했다”며 “인권위 결정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했다.

정 변호사는 “(인권위가) 이미 망인이 돼 유리한 진술을 할 기회조차 없는 피조사자(박 전 시장)를 파렴치한 성범죄자로 낙인찍었다”며 “증거자료를 전부 공개해 인권위가 제대로 판단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족 측은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한 상태다.

인권위 측 소송대리인은 서울시와 여성가족부 등 기관들에 성희롱과 2차 피해에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직권조사한 끝에 대책 마련을 권고했을 뿐 박 전 시장이 권고 대상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권위 결정으로 피조사자의 배우자인 원고(강씨)의 법익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는 완전한 제삼자인 만큼 적법한 소송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법적으로 제삼자인 원고의 인격권이 인권위의 처분에 대해 다툴 요건인 ‘법률상 이익’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라며 “그 부분을 먼저 심리한 다음 실체적인 부분을 심리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인권위는 작년 7월 불거진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올해 초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한 성적 언동 일부가 사실이고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예방 ▲성역할 고정관념에 따른 비서실 운영 관행 개선 ▲성평등 직무 가이드라인 마련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절차 점검과 2차 피해 관련 교육 강화를 서울시에 권고했다.

이에 강씨 측은 지난 4월 “인권위가 피해자 여성 측의 주장만을 받아들였다”며 해당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정 변호사는 “망인과 유족의 명예가 걸린 중요한 사안에 사법기관도 아닌 인권위가 일방적인 사실조사에 근거한 내용을 토대로 마치 성적 비위가 밝혀진 것처럼 결정한 것은 허위 왜곡”이라며 소송 제기 이유를 설명했다. 첫 재판은 당초 지난달 7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강씨 측의 요청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

한편 유족 측은 박 전 시장이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언급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종합일간지 기자 A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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