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이재명 구하기’ 방탄 수사 [쓴소리 곧은소리]
  • 김종민 변호사,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jmkimlaw@naver.com)
  • 승인 2021.10.23 14:00
  • 호수 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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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전담 수사팀장은 추미애·박범계 밑에서 고속 승진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원지검 분리 수사는 기본 벗어나

검찰의 성남시 대장동 개발비리 수사가 이상하다. 검사 생활 20년 동안 수많은 수사를 직접 했고 옆에서 지켜보았지만 이번 수사 같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지난 8월31일 경기경제신문 박종명 기자가 최초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을 보도한 이후 권력형 부패로 의심되는 사실관계가 연달아 언론을 통해 알려졌지만 이례적으로 검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대장동 게이트’ 수사 검찰 지휘라인인 김오수 검찰총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4차장 (왼쪽부터)ⓒ연합뉴스

‘도피성 출국’으로 증거인멸 우려 큰 남욱에게 영장청구 안 해

지난 9월23일에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그것도 이재명 경기지사 측이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상대로 “이 후보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반복적으로 공표했다”는 고발사건 수사를 위해서다. 누가 개발계획을 수립했고, 성남시와의 민관합동 특수목적법인(SPC)인 ‘성남의뜰’ 지분 1%밖에 없는 자본금 3억원의 급조된 회사 화천대유가 어떻게 사업자로 선정되었으며, 1조원대 개발이익을 독식하게 되었는지 특혜 의혹과 그 자금 흐름을 밝히는 것이 이번 검찰 수사의 핵심이다. 당연히 최종 결정권자인 당시 성남시장에게 보고되고 결재한 서류 등이 가장 중요한 증거다. 성남시청부터 압수수색해야 하는 것은 수사의 기본이다.

그러나 검찰은 빗발치는 여론의 압력에도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하지 않다가 수사 착수 16일 만에 뒤늦게 뒷북 압수수색을 했다. 4번의 압수수색을 하는 동안 성남시장실과 비서실은 계속 대상에서 제외되다 다섯번 째에서 마지못해 들어갔다. 다른 시청 직원 이메일은 압수하면서도 이 지사와 대장동 개발 문건 협조자로 서명까지 한, 당시 정책보좌관이자 이 지사의 넘버2로 알려진 정진상의 이메일은 압수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장동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당일 검찰이 전격적으로 김만배 화천대유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소명 부족으로 기각되었다. 방대한 수사 내용에 비추어 충분히 조사되었는지 의문스러웠고 유력한 증거인 녹취록도 변호인에게 확인시켜주지 않은 상태였는데 소환조사 하루 만에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검찰이 영장 기각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이유다.

그사이 출국금지되어 있지 않은 틈을 타 핵심 관련자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가 미국으로 출국했다. 초기 신병 확보에 실패해 증거인멸의 시간을 주었고 뒤늦게 귀국한 그를 공항에서 체포했지만 48시간 체포 시한 내 수사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석방해 버렸다. 도피성 출국을 한 자체만으로 도주 우려가 있고 언론에 보도된 사실관계로도 영장 청구가 불가피해 보였지만 검찰은 다른 선택을 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이 지사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이송한 것도 문제다. 선거법 위반 사건 변론 과정에서 대기업 총수에 버금가는 초호화 변호인단이 참여했지만 지출한 변호사비는 2억5000만원이고 나머지는 무료변론이라고 주장한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현재 이 지사 선거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차장검사 출신 이모 변호사에게 현금 3억원과 모기업 전환사채 20억원이 이 지사 변호사비로 지급되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누군가 변호사비를 대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검찰 수사는 관련 사건을 병합해 수사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른바 ‘50억 클럽’설과 관련해 고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로비자금이나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자금 출처 수사가 핵심이다. 특히 김만배가 차용금 명목으로 회사에서 빼간 473억원의 행방 추적이 중요하다. 그런데 유독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만 따로 떼어 수원지검으로 이송했다는 것은 수사의 기본을 벗어난 것이다.

 

‘김오수 검찰’, 정권 재창출 위한 축소은폐 수사 의심 사

검찰의 수사 방향도 문제다. 사건의 본질은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권력형 부패 게이트다. 곽상도 의원 등 정치인이나 고위 법조인들과 관련된 뇌물 의혹도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곁가지다. 곽상도 의원 아들 주거지 압수수색은 하면서도 성남시장실은 제외한 것을 보면 유동규, 김만배 등의 개인 비리와 정치인과 고위 법조인 등의 뇌물 사건으로 본질을 흐리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러한 일련의 수사 흐름은 정상이 아니다. 이 지사에 대한 수사를 차단하면서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가 아닌가.

김오수 총장은 이 지사와 긴밀한 관계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광주대동고 동문이다. 직전까지 성남시 고문변호사를 지냈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박범계 법무장관의 남강고 후배다. 전담수사팀장인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4차장은 대학 시절 민족해방(NL)계 운동권 출신으로 박주민·이탄희 의원과 함께 활동했고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을 지냈다. 추미애·박범계 법무장관 시절 인사를 담당하는 검찰과장을 거쳐 이례적으로 몇 단계 뛰어넘어 서울중앙지검 4차장 검사로 승진한 인물이다.

검찰의 이해할 수 없는 수사 흐름이 김오수 검찰총장을 비롯한 수사라인과 현 정권의 특수한 관계와 무관한 것인지 의혹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수사 의지는 찾아볼 수 없고 수사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되고 있다. 대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시기에 여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 지사에 대한 수사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수사를 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모두 대선 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럴수록 검찰은 원칙과 정도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 대장동 권력형 부패 사건의 신속한 실체 규명에 실패하고 수사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특검은 불가피하다. 현재까지의 검찰 수사가 ‘이재명 후보 구하기’를 위한 방탄 수사, 현 정권의 재집권 지원을 위한 정치적 축소·은폐 수사가 아닌지 많은 국민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 공정하지 못한 검찰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계속 검찰 수사가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완전 배제하는 ‘검수완박’의 운명은 불가피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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