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국립묘지 찾은 이재명 “윤 후보는 ‘전두환 비석’ 밟았나”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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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저모] 대선후보로 첫 지역 방문…‘전두환 논란‘ 尹 견제수위 한껏 높여
이낙연 캠프출신 지역 정치인들 대부분 불참…원팀 구성 아직은 ‘가시밭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추념탑 앞에서 분향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추념탑 앞에서 분향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여권 심장부인 광주를 방문하며 본선 행보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이 후보는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때마침 야권 유력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망언 논란’에 빠진 터라 참배 일정 내내 윤 전 총장을 겨냥한 직·간접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여권 심장부 찾아 본선 행보 ‘시동’…尹 직격, 민주정부 적통성 부각

이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사실상 첫 공식 지역 방문이다. 첫 일정으로 민주당의 심장부인 광주를 찾아 핵심 지지층의 결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방명록에 “민주주의는 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님들의 희생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담담한 표정의 이 후보는 당의 공식 대선 후보가 되기까지 보내준 지지와 성원에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그는 “광주는 제 사회적 어머니”라며 “당연히 가장 먼저 찾아와 인사드리고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 다짐해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휴가를 내고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 측은 “이날 광주·봉하마을 방문은 4기 민주정부를 계승하겠다는 메시지로 봐달라”고 말했다

반면 참배 일정 내내 윤 전 총장을 향한 견제 수위도 한껏 높였다. 윤 전 총장의 역사의식 부족을 질타하는 동시에 자신이 민주정부의 적통성을 갖춘 주자라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전두환 씨는 내란범죄의 수괴이고 집단학살범”이라며 “(윤 전 총장은) 민중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혜택만 누리던 분이라 전두환이라는 이름이 갖는 엄혹함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尹보란 듯 전두환 비석 밟는 이재명’ 이재명(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오전 광주 북구 망월동 5·18 구묘역(민족민주열사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며, 묘역 입구 땅에 박힌 전두환 비석(돌판)을 밟고 서 있다. 이 후보는 주변에 “윤석열 후보도 여기 왔었느냐”고 물은 후 “왔어도 존경하는 분이니 (비석은) 못 밟았겠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尹보란 듯 전두환 비석 밟는 이재명’ 이재명(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오전 광주 북구 망월동 5·18 구묘역(민족민주열사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며, 묘역 입구 땅에 박힌 전두환 비석(돌판)을 밟고 서 있다. 이 후보는 주변에 “윤석열 후보도 여기 왔었느냐”고 물은 후 “왔어도 존경하는 분이니 (비석은) 못 밟았겠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尹 보란 듯’ 전두환 비석 밟은 이재명

이 후보는 ‘(제2)묘역을 방문했으면 전두환 비석(돌판)을 밟았을까’라는 질문에는 “제가 올 때마다 꼭 잊지 않고 꼭 밟고 지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도 밟을 예정이냐’는 질문에는 “피해가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이후 이 후보는 2묘역을 방문해 입구에 있는 전두환 비석을 밟았다.

이 후보는 제2묘역으로 이동해 참배객들이 밟고 지나갈 수 있도록 바닥에 설치된 ‘전두환 비석’을 밟으면서 “윤석열 후보도 밟았나요”라고 안내를 맡은 조오섭 의원에게 물은 후 “왔어도 존경하는 분이니 (비석은) 못 밟았겠네”라고 했다.

2묘역의 이한열 열사 묘 앞에서 헌화하고 묵념할 때는 “아마 (윤 후보가)부산서 이한열 열사를 안중근 졍열사로 착각했죠”라고 환기한 뒤 “아무 생각 없이 살다 보면 안중근 열사로 착각하고 그러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과거 윤 전 총장이 부산 민주공원 행사에서 이한열 열사 사진을 두고 ”이건 부마(항쟁)인가요“라고 말했다는 논란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두환 대통령 각하 내외분 민박 마을’이라고 쓰여진 이른바 ‘전두환 비석’은 제2묘역 입구 바닥에 ‘얼굴’을 내민 채 묻혀 있다. 1989년 이 곳으로 왔으니 올해로 꼬박 32년이 됐다. 전두환씨는 대통령 취임 후인 1982년 3월10일 담양군 고서면 성산마을에서 하룻밤 묵었다. 이날 전두환 방문을 기념해 그 마을에는 민박기념비가 세워졌다.

그러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나고 1988년 광주청문회를 기점으로 광주시민의 명예가 회복되기 시작하자 광주전남민주동지회는 이듬해인 1989년 1월13일 성산마을에 있던 전두환 민박기념비를 부쉈다. 그리고 일부를 망월동묘지 입구에 묻고, 유족과 시민 등 참배객들이 밟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라도 한을 풀어보자는 취지였다.

 

非지지 정치인 대거 참석 ‘눈도장’…기운 ‘권력의 추’ 실감

22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광장 앞에서는 100여명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자들이 이 후보가 나타나기 1시간 전부터 모여들어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이재명”을 연호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22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광장 앞에서는 100여명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자들이 이 후보가 나타나기 1시간 전부터 모여들어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이재명”을 연호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이날 참배에는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 시도 지방의원 등 정치인과 이용섭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 등이 대거 참석해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특히 참석 정치인들 중에는 이 후보 공개 지지 의원은 물론이고 이낙연과 정세균 측에 가세했던 국회의원들도 다수 참석해 눈도장을 찍었다.  

행사장에선 경선 초기부터 일찌감치 이 후보 캠프에 참여한 민형배, 주철현, 김윤덕, 윤영덕 의원 등에게 살갑게 다가가 축하 겸 인사를 건네는 정치인들이 많이 눈에 띄어 권력의 추가 한쪽 기울었음을 실감케 했다. 일부 지지자는 수행실장인 김남국 의원이 이 후보와 함께 승합차에 내려 걸어오자 ”김남국이다!‘고 외치기도 했다.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광장 앞에는 100여명의 지지자들은 이 후보가 나타나기 1시간 전부터 자리잡고 ‘이재명은 합니다’‘이재명’이라는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이재명”을 연호했다. 일부 지지자는 이 후보와 악수하며 “이재명은 됩니다”라고 즉석에서 구호를 바꿨다. 열흘 전 국민의힘 당 지도부와 대권주자 참배 행사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을 극렬하게 성토했던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학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경찰 경비도 삼엄하지 않았다. 

 

이낙연 측 정치인 대거 불참…미완의 ‘원팀’ 

이날 행사에는 중립적 입장을 견지했던 당 지도부 출신 송갑석, 이용빈 의원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지지했던 조오섭 의원 등이 참석했다. 그동안 이 전 대표를 지지하며 이 후보와 거리를 뒀던 전남 동부권 김승남, 소병철, 서동용 의원의 모습도 보여 본선에서의 원팀임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낙연계 지역 정치인들은 대부분 참석하지 않아 화학적 결합을 이룬 선대위를 구성할 수 있을지 숙제를 남겼다. 이 전 대표 측 핵심인사인 광주전남의 이병훈, 이개호, 윤재갑 의원 등은 불참했다. 

지난 13일 승복 선언 이후 잠행 중인 이 전 대표의 신속한 협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 전 대표 측에서 ‘시기상조’란 반응이 많은 만큼 최대한 입장을 존중하며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이날 이 전 대표와 문 대통령 등을 만나는 일정에 대해 “협의 중이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정가에선 “이 후보와 이 전 대표는 지난 13일 전화통화로 경선 후 한 차례 소통은 했지만, 앞으로의 행보는 아직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며 “이 전 대표가 선대위에 합류해 대선 유세에 적극 나설지는 두고 볼 일이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2일 오전 국립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방명록에 “민주주의는 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님들의 희생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시사저널 정성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2일 오전 국립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방명록에 “민주주의는 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님들의 희생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시사저널 정성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2일 오전 국립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방명록에 “민주주의는 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님들의 희생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시사저널 정성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2일 오전 국립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방명록에 “민주주의는 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님들의 희생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시사저널 정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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