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뇌관에 칼 빼든 정부…실수요자 어떻게 되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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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총대출 2억 넘으면 개인별 DSR 규제
전세대출·결혼 등 실수요 타격 최소화 위해 예외 허용
10월14일 서울 시내 한 시중 은행 앞에 전세자금대출 상품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10월14일 서울 시내 한 시중 은행 앞에 전세자금대출 상품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가파른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조기 시행키로 했다. 소득에 따른 대출 수요자의 원금상환 능력을 더 꼼꼼히 따지고, 제2금융권의 DSR 기준도 높이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서민층과 실수요자에 대한 보완책을 통해 타격을 최소화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26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는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할 경우 DSR이 적용되고, 내년 7월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로 DSR 규제가 확대된다. DSR 산정에는 카드론도 포함된다. 

지난 7월 가계부채 관리 방안 시행에 돌입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추가 대책이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금융위원회는 우선 차주단위(개인별) DSR 규제의 단계별 이행시기를 대폭 앞당기기로 했다. DSR이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을 뜻한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만 계산하는 담보인정비율(LTV)과 달리 신용대출과 카드론 등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리금 부담을 포괄적으로 반영한다. 때문에 DSR 규제를 강화하면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난다.

지난 7월 시행된 '개인별 DSR 40%' 규제 적용 대상은 ▲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이다. DSR 규제는 당초 내년 7월부터 총대출액 2억원 초과, 1년 후에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할 때로 순차 확대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국은 이번 대책에서 총대출액 2억원 초과에 대한 DSR 적용 시기를 내년 7월에서 내년 1월로, 총대출액 1억원 초과에 대해서는 내년 7월로 대폭 앞당기기로 했다.

'풍선효과' 차단을 위한 제2금융권의 DSR 기준도 내년 1월부터 강화된다. 차주 단위 DSR은 제2금융권 기준을 60%에서 50%로 강화하고, DSR 계산 때 적용되는 만기를 대출별 '평균 만기'로 축소하기로 했다. 현재는 DSR 산출시 대출만기를 최대만기 등으로 일괄 적용해 대출 기한을 늘릴 수 있는데 이를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에 대한 맞춤형 관리를 위해 상호금융권 준조합원의 예대율(예금과 출자금 대비 대출액의 비율) 산출 때 조합원과 대출 가중치를 차등화하기로 했다. 차주 단위 DSR 산정 때 카드론도 포함하고 DSR 산출 만기는 원칙적으로 '약정 만기'를 적용, 원리금 상환 부담을 주는 등 카드론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카드론 동반 부실 차단을 위해 5건 이상 다중 채무자의 카드론 취급 제한 또는 카드론 한도 감액에 관한 최소 기준도 마련한다.

주택담보대출의 분할상환 목표치도 내년부터는 상향 조정된다. 개별 주택담보대출 분할 상환 목표가 내년엔 80%로 책정돼 분할 상환 압박이 커지게 된다. 지난 6월 말 주택담보대출 분할 상환 비중은 73.8% 수준이다.

정부는 10월26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개최하고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할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고 DSR 산정 때 카드론도 포함된다. ⓒ 연합뉴스
정부는 10월26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개최하고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할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고 DSR 산정 때 카드론도 포함된다. ⓒ 연합뉴스

정부는 서민층과 실수요자가 입을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가 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올해 4분기에 취급된 전세대출은 총량 한도(증가율 6%대)에서 제외하고, 집단 대출 또한 중단 사례가 없도록 관리하기로 했다. 결혼이나 장례, 수술 등 실수요 대출에 대해서는 연소득 대비 1배로 제한한 신용대출 한도에 일시 예외를 허용한다.

정부는 비(非)주택담보대출 차주의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권과 협의해 간소화된 사업자 대출 절차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중금리·서민금융 공급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중·저신용자 대상의 중금리 대출 확대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올해는 32조원, 내년에는 35조원 규모로 공급할 예정이다. 서민금융상품 공급도 점차 늘려 2022년까지 10조원대로 확대할 방침이다.

당국은 DSR 규제 강화가 빚이 과도한 대출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대다수 대출자에게는 큰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는 대출 이용자 가운데 30% 가량이 영향권에 놓이게 돼 파급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내년 1월 DSR 규제 강화(2단계)가 적용되면 전체 대출 이용자의 13.2%가, 7월(3단계)에는 29.8%가 각각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차주를 2000만 명으로 보면 이 중 1734만 명은 (내년 1월 시행하는) 2단계 대상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며 "빚이 많은 사람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으로 가계부채 진정세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DSR 관리 기준을 더 강화하고 전세대출에 상환 능력 원칙을 적용하거나 금리 상승을 가정한 스트레스 DSR 도입 등도 검토할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가계부채 증가율이 올해보다 낮은 4∼5%대 수준으로 관리되도록 하겠다" 말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0월2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가계부채 보완대책 등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0월2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가계부채 보완대책 등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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