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검찰 구형과 같은 벌금형에 처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장영채 판사는 26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벌금 7000만원을 선고하고 1702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앞서 결심공판에서 검찰도 이 부회장에게 벌금 70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장 판사는 "프로포폴은 다른 마약류 범죄와 마찬가지로 중독성과 의존성에 따른 폐해가 적지 않고 상습 투약을 엄중하게 제재할 필요성이 크다"며 "피고인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준법 의식과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도 투약량이 상당히 많고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꾸짖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고 있고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으며 이미 판결이 확정된 뇌물공여 사건과 동시에 기소돼 처벌받는 경우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장 판사는 선고 직후 "피고인은 프로포폴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자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범적 모습을 보여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선고 이후 이 부회장은 항소 계획과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이 부회장은 2015년 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총 41차례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을 의료 외의 목적으로 상습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초 검찰은 벌금 5000만원에 약식 기소했지만, 이 부회장의 투약 횟수가 추가로 확인돼 정식 공판을 청구하고 공소장을 변경하고 더 무거운 벌금형을 구형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 측은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변호인은 결심 공판에서 "피부과 시술·치료를 받으며 의사 처방을 따른 것"이라며 "프로포폴을 투약하려는 목적으로 내원하거나 처방 없이 투약하지는 않은 점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에서 "개인적인 일로 수고와 걱정을 끼쳐 사죄드린다"며 "이번 일은 모두 제가 부족해 일어난 일로, 치료를 위한 것이지만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