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4개월 만에 野 대선후보 된 ‘文 정부 검찰총장’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1.11.05 16:47
  • 호수 167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석열 “조국의 위선, 추미애의 오만함을 내가 무너트렸다”

정치 경력 4개월의 신예가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 경쟁자들을 다 꺾고 돌풍을 일으켰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얘기다. 

그가 본격적으로 ‘정치인’이 된 건 정치 선언을 한 지난 6월말이다. 초보 정치인이었던 윤 후보는 11월5일 정계에 입문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20~30년의 굵은 정치 경험을 가진 경쟁자들을 모두 꺾고 차기 대선에 나설 야당의 주자로 최종 선출됐다. 그가 경선 결과 얻은 득표는 47.85%다. 2위로 기록된 홍준표 후보보다 6.35% 포인트 많았다. 그는 당선 소감을 통해 “저의 경선 승리를 이 정권은 매우 두려워하고, 뼈아파할 것”이라며 “반드시 정권교체 해내겠다. 분열과 분노의 정치, 부패와 약탈의 정치를 끝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초,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혜성같이 야권 1위 주자로 떠오른 이후 대세론이 유지돼온 윤 후보의 선출은 일견 매우 당연하게 예상된 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적잖이 한국 정치권에 파란으로 여겨진다. 선출직 경험이 전혀 없는 후보에다 갓 정치권에 들어와 제1야당의 대선후보가 된, 전례 없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선 후보에 최종 선출된 후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선 후보에 최종 선출된 후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정권교체의 상징’으로 국민과 지지자 선택받아

사실 정치인이 되고 나서 윤 후보가 보여준 모습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평도 많다. ‘1일 1실언’에 휩싸였고, 캠프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가장 최근 터졌던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과 이후 이에 대응하면서 불거진 이른바 ‘개 사과’ 논란은 결정적이었다. 한때는 적수가 없는 후보로 평가됐으나, 논란이 반복되며 경선 막판엔 홍준표 후보에게 바짝 추격당하는 분위기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윤 후보가 국민의힘의 대선후보로 최종 선출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처음 야권의 대권주자로 떠오르기 시작한 이유와 동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후보는 과거 박근혜 정권 초기 ‘국정원 댓글 사건 특검’의 수사팀장을 맡으며 상부의 외압을 폭로한 바 있다. 이어 대통령을 탄핵까지 이르게 한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특검’에서 활약하며 ‘불의와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는 검사’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현 정부는 그런 그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에 기용했다. 파격적인 인사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에게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도 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2019년 8월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의 상징’인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하면서 운명이 바뀌기 시작했다. 윤석열 검찰은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사모펀드 불법투자 논란, 자녀 입시 관련 비리에 대해 적극 수사했고, 결국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권의 ‘주적’으로 떠올랐다. 조 전 장관에 이어 법무부 수장에 임명된 추미애 장관은 강하게 윤 총장을 압박했고, 윤 총장 역시 정부 관련 수사 등을 통해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검찰총장이었으나, 문재인 정부와 정면으로 맞선 반문(反문재인)의 상징이 됐다. 윤 후보는 이와 관련해 후보수락 연설에서 “조국의 위선, 추미애의 오만함을 무너트린 공정함의 상징”이라고 자신을 표현했다.

윤석열 총장은 결국 임기를 채우지 않고 직을 던졌다. 3월4일 그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다.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현 정부가 임명한 검찰총장이 현 정부에 대해 ‘정의와 상식의 붕괴’를 규정한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그는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 섰다. “저는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할 준비가 되었음을 감히 말씀드린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모든 분들과 힘을 모아 확실하게 해내겠다”고 했다. ‘정권교체’를 강조하며 정치 도전과 동시에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과 지지자들은 이러한 배경 속 ‘윤석열’을 선봉장으로 인식한다. 정치권에 들어온 그가 실수를 반복했으나 여전히 ‘그래도 정권교체는 윤석열’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국민의힘 본경선 결과도 거기서 비롯됐다고 해석된다. 

 

“20대 3%, 30대 9%, 40대 8%” 젊은 층 지지율은 숙제 

물론 선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당심이 50%나 반영된 당 경선과 본선은 다른 환경이다. 대선까지는 약 4개월 넘게 남았다. 윤 후보가 딱 정치를 경험한 만큼의 시간이다. 단 4개월 사이에 대세론은 흔들렸고, 많은 실책과 준비 부족이 드러났다. 남은 시간 동안 나아진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윤 후보 선출이 그의 정책이나 미래 대한민국에 대한 그림 때문이 아닌 단순히 정권교체의 여망이 반영된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뼈아프다. 경선 과정에서 윤 후보에 대해 “정권교체만 얘기할 뿐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나왔다.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윤 후보에 대해 “상당히 과거 지향적”이라고 지적하며 “법과 정의, 공정성을 강조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확장성’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은 중도층이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윤 후보는 현재 반문 지지층에 갇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확장성은 윤 후보의 가장 큰 약점”이라며 “지금 윤 후보는 널찍한 아파트에 갇혀 있다”고 평가했다.

경선 과정에서 윤 후보는 ‘398 후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한 여론조사에서 20대 3%, 30대 9%, 40대 8%의 미미한 지지율이 나온 것을 꼬집은 별명이다. 경쟁 후보 측에서 들고나온 것이라고는 해도, 데이터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젊은 층의 지지를 얻어내야 하는 것이 윤 후보의 필사의 과제인 셈이다.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물론 당내에서도 한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윤 후보는 본선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는 본선에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과제가 산적해 있다. 더 이상 정치 초보가 아닌 대선후보 윤석열을 향한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