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에 써달라” 소방서에 요소수 두고 떠난 ‘익명의 천사’들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sisa3@sisajournal.com)
  • 승인 2021.11.0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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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한 남성, 119 안전센터에 10ℓ짜리 요소수 3통 두고 떠나
전주 한 여성도 “소방차가 출동 못하면 큰 일” 요소수 기부
인천 신송119안전센터에 요소수 기부한 남성 ⓒ인천 송도소방서 제공
인천 신송119안전센터에 요소수 기부한 남성 ⓒ인천 송도소방서 제공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사회 각계에서 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한 익명의 시민이 인천의 한 119 안전센터에 요소수 3통을 두고 떠난 사연이 공개돼 훈훈함을 더했다.

6일 인천 송도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쯤 신원 미상의 한 남성이 인천시 송도동 신송119 안전센터 출입구 앞에 SUV(스포츠 유틸리티차)를 멈춰 세웠다. 검은색 바지에 베이지색 점퍼 차림을 한 해당 남성은 차량 트렁크에서 상자 3개를 꺼내 센터 출입문 앞에 놓은 뒤 차에 탑승, 그대로 자리를 떴다.

남성이 놓고 간 상자는 다음날인 6일 센터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상자 안에는 10ℓ짜리 요소수 3통이 들어있었으며, 신원을 밝히는 편지 등은 따로 발견되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해당 남성이 최근의 요소수 부족 사태로 자칫 소방 차량의 출동에 지장이 있을까 염려해 요소수를 기부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소방당국 측은 감사 인사를 전하고자 센터 청사에 설치된 CCTV 영상 분석에 나섰으나 화질이 좋지 않아 차량 번호 등을 특정할 수 없었다.

송도소방서 측 관계자는 “기부된 요소수는 송도소방서에서 사용할 계획”이라며 “어려운 상황에 도움을 준 남성분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감사를 표했다.

요소수를 들고 소방서를 찾은 ‘익명의 기부천사’는 전북 전주에서도 있었다. 전북 전주덕진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2시쯤 승용차를 타고 찾아온 한 여성이 10ℓ짜리 요소수 3통을 기부했다. 해당 여성은 “소방차가 출동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 안될 것 아니냐”며 “공익을 위해 써달라”고 당부했다.

당시 근무하고 있던 소방대원들이 감사 인사를 하고자 이름을 물었으나, 해당 여성은 “공익을 위해 사용해달라”는 말만 재차 강조하며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한편 요소수는 디젤 엔진 차량 주행의 필수품으로서,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주입되는 물질이다. SCR이 부착돼 있는 차량에 요소수가 없으면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소방당국이 운영하는 소방차 6748대 중 80.5%, 구급차 1675대 중 90%는 요소수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요소수 품귀 현상이 소방 및 구급 출동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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