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휴직 중 극단선택한 승무원에 ‘첫 산재 인정’
  • 유경민 디지털팀 기자 (wbql1214@naver.com)
  • 승인 2021.11.0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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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판정위 “원치 않는 휴직 반복되며 불안정성 높아져”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인천국제공항에 아시아나 항공기들이 늘어서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휴직하다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승무원이 처음으로 업무상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시사저널 고성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강제로 휴직하다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승무원이 업무상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대한항공에서 코로나로 휴직에 들어간 직원의 산재 인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9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병판정위)는 지난 9월30일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인 고(故) A씨 측에게 산재를 인정한다는 결과를 통보했다.

질병판정위는 코로나19로 항공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업무량이 줄었고, 원치 않는 휴직이 반복되며 직업의 불안정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휴직 중 겸직을 금지해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복귀 예측이 어려운 상황도 우울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질병판정위는 “정상적 인식 능력이 저하돼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정도에서 자해 행위를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질병판정위의 이같은 결정은 코로나19로 고용 불안이 심화한 항공업계 내에 파급을 줄 전망이다.

A씨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편이 줄어들어 회사 방침에 따라 순환 근무를 시작했다. 3~6월은 휴직하고 7월에 복귀해 13일간 비행을 한 뒤 다시 휴직에 들어갔다.

휴직 기간 동안 A씨는 평상시 임금 대비 60% 수준의 급여를 받았다. 수당과 상여금 비중이 높고 기본급이 낮은 승무원 임금 특성상 A씨는 생활고에 시달렸다. A씨는 회사의 겸직 금지 조치로 마땅한 부업을 구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울증을 앓던 A씨는 지난해 가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은 지난 3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정신질환 산재 신청은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정신질환 산재 신청은 581건으로 전년도인 2019년 331건에 비해 250건 증가했다. A씨 대리를 맡은 조창연 노무사(노무법인 산재)는 “이번 사례로 코로나19 시기 강제 휴직이나 해고로 고통을 받은 당사자 및 유가족들이 국가적 차원의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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