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탑 고공농성’ 삼성 부당해고자에 벌금 300만원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1.11.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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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정당한 시위 위한 것으로 위법성 없어“
법원 “사정 참작해도 정당범위 판단 어려워“
서울 강남역 인근 CCTV 관제탑에서 355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김용희씨가 3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한민국법원
서울 강남역 인근 CCTV 관제탑에서 355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김용희씨가 3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한민국법원

삼성에서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355일 동안 서울 강남역 인근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여온 김용희(62)씨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변민선 부장판사)은 옥외광고물법·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2019년 6월10일부터 지난해 5월29일까지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 위치한 25m 높이 교통 CCTV 관제탑을 점거하고 탑에 '삼성 해고자 원직 복직'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또 관제탑에 내려온 직후인 지난해 10월19일과 20일에는 서울 서초구 삼성타운 앞 왕복 8차로에 텐트를 설치하거나 바닥에 종이상자를 깔고 눕는 등 교통을 방해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올 4월 김씨를 약식기소했으나 김씨는 처분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이에 법원은 정식 재판을 열어 사건을 심리했다.

김씨는 재판에서 “CCTV 관제탑에 현수막을 건 것은 집회나 시위 달성에 필요한 합리적 범위에 있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또 도로를 점거한 혐의에 대해서도 “현수막이 훼손됐는데도 경찰관이 수사해주지 않아 현수막을 지키느라 부득이 법을 위반하게 됐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점거하고 현수막을 게시한 CCTV 관제탑은 신고한 집회·시위 장소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고, 집회를 마치고도 계속 현수막이 설치돼 있었다”며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을 다 참작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가 사회 상규에 위반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앞서 김씨는 1982년부터 경남 창원공당 삼성항공(테크윈) 공장에서 근무했으나, “경남지역 삼성노동조합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1995년 이후 삼성에 사과와 명예복직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2019년부터 고공농성에 돌입, 3차례 단식농성을 병행하다가 지난해 5월 삼성 측과 공식 사과·명예 복직·실질적 보상 등의 내용을 합의한 후 355일 만에 고공농성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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