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연안에 넘쳐나는 ‘중금속 폐수’
  •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1.11.28 15:30
  • 호수 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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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맹독성 폐수 무단배출 업체, 바다 망치고도 보란 듯이 가동 중”…해수부·울산시는 ‘묵묵부답’

울산 연안에 기준치를 수십 배 초과하는 중금속 폐수가 흘러들고 있다. 오염된 바다에 서식하는 어패류가 우리 식탁에 올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금속 배출업체는 버젓이 가동 중이다. 해양수산부와 울산광역시는 오염실태 분석자료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울산 연안 특별관리해역 연안오염총량관리 도입 시행 연구 보고서' 전문을 입수했다. 이 보고서에는 해양개발수산원이 2019년부터 울산 연안 오염현황을 조사해 해양수산부에 보고한 내용이 수록돼 있다. 시사저널에 자료를 제공한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해수부·울산시가 기업을 배려하기 위해 시민 건강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울산 연안 처용암 앞바다로 유입되는 폐수의 수은 농도가 최대 81.6ug/L으로, 배출허용기준을 16배 초과했다. 퇴적물 시료에서 1220mg/㎏의 고농도 수은이 검출됐다. 하천 퇴적물 항목별 오염평가 기준 IV등급(2.14mg/㎏)의 570배를 넘는 수치다. IV등급은 저서생물(물 밑바닥에 사는 생물)에 독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단계다. 토양 시료에서도 오염 우려 기준보다 3배 이상 높은 고농도(67.8mg/㎏)의 수은이 나왔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비소(649.7mg/kg), 카드뮴(397mg/kg), 구리(14811.4 mg/㎏), 납(4212.5mg/㎏) 등 기준치를 넘은 중금속들로 뒤범벅된 폐수가 울산 연안으로 유입되고 있다.     

울산 연안 처용암 앞바다에 B사의 고농도 중금속 폐수가 흘러들고 있지만 어업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곳에서 잡히는 어패류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시사저널 박치현

해수부·울산시 조사내용 공개 거부 

해양개발수산원 조사팀은 연안 상류에 있는 폐기물 처리업체 B사를 진원지로 특정했다. B사에서 나오는 폐수를 ‘지속적인 오염원’으로 판단한 것이다. 정밀조사 결과 울산 연안 처용암 인근 해역의 수은 농도(6.5∽23.9mg/L)가 해양관리기준의 최고 39배를 초과했다. 바다로 유입되는 수은 총량은 연간 93.491kg인데, 전문가들은 수은의 맹독성을 감안하면 해양생태계에 치명적이라고 지적한다. 조사팀은 B사에서 흘러나온 수은이 이 해역 유입량의 99.4%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보고서 자료를 종합 분석하면 울산 연안 처용암 상류 해역의 중금속 원소별 최고 농도는 수은 217.5배, 카드뮴 69.5배, 비소 33.3배, 납 27.2배, 구리 20.1배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해수부와 울산시에 제출됐다. 그리고 올해 7월30일 열린 민관산학협의회에서 조사내용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해수부와 울산시는 100일이 지난 현재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상범 처장은 “바다가 중금속에 오염돼 죽어가고 있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즉시 정보를 공개하고, 해당 업체에 대해 조업정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폐수처리장으로 들어가야 할 침출수가 땅속으로 새어 나와 지하수와 함께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오염원 추적조사를 촉구했다. 울산시는 B사에 행정 조치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B사는 2019년 1월에도 배출허용기준의 2만 배에 달하는 수은(검출 95.297mg/L)과 기준치를 웃도는 불소, 1, 2-디클로로에탄, 셀레늄 등이 함유된 폐수를 무단방류했다가 행정처분을 받았다. 앞서 2013년에도 8년간 372차례 대기오염물질 자동측정기(TMS)를 조작한 혐의로 회장과 이사 등이 구속되기도 했다. 

문제는 B사의 중금속 폐수가 유입되는 바다 생물의 오염상태다. 이번 연구에서 해양생태계 조사는 빠졌다. 전문가들은 어패류의 중금속 중독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휘중 에아가이아(퇴적물 환경복원 연구소) 연구원장은 “회유성 어종은 그렇지 않겠지만 해저에 사는 조개류나 연안정착성 어종은 중금속 중독이 불가피하고, 이런 어패류를 먹으면 체내에 중금속이 축적돼 공해병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B사와 인근 공장에서 나오는 중금속 폐수가 유입되는 온산국가산업단지 수로, 해수부와 울산시는 이곳에 쌓이 는 중금속 오염토를 제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해양수산부 제공

중금속 오염 어패류 식탁에 올라 건강 위협

그런데도 이곳 연안에서는 어업활동이 한창이다. 연안 고기잡이와 통발로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이 많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낚시꾼이 부쩍 늘어났고, 여기에서 잡은 고기는 횟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 잡힌 수산물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해양오염은 ‘식탁 건강’과 직결된다. 김 원장은 “(처용암 해역으로) 고농도의 수은과 카드뮴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면 당국은 반드시 어패류 중금속 농도를 분석해 식품기준 적합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산 연안 처용암 앞바다로 흘러드는 폐수는 수은과 카드뮴 농도가 유독 높다. 수은은 신경세포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맹독성 물질이다. 1950년대 일본을 공포에 몰아놓은 미나마타병이 수은 중독 사례다.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도 독성이 강하다. 뼈가 물러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골절이 되는 일본 이타이이타이병의 발병 원인이 카드뮴 중독으로 밝혀진 바 있다. 1980년대 우리나라 공해병의 시발점인 '온산병'이 일어났던 곳도 울산 연안 온산 해역이다. 온산병은 중금속 폐수가 바다로 유입되고, 오염된 수산물을 먹은 주민들이 일본 이타이이타이병과 유사한 증세를 보인 사건이다. 당시 울산을 수차례 방문한 일본 하라다 박사(미나마타병 규명, 2012년 사망)는 ‘온산병’이 ‘공해병’임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0여 년이 지난 현재 울산 연안에는 B사의 고농도 중금속 방류수가 흘러들고 있음이 이번 해양개발수산원의 조사 결과 드러났다. 미나마타병은 일본의 쇼와전공(昭和電工)이란 기업이 아가노강에 메틸수은을 무단 방류하며 발생했다. 이타이이타이병은 미쓰이금속광업(三井金属鉱業)의 카드뮴 폐수가 강으로 흘러들면서 일어났다. 그런데도 수은과 카드뮴으로 뒤범벅된 폐수를 바다로 내보내는 B사는 여전히 가동 중이다. 제2의 ‘온산병’ 악몽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울산·온산연안은 2018년 ‘중금속 연안오염총량관리제’ 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돼 해수부와 울산시가 중점관리하고 있다. 그런데도 곳곳에서 중금속 폐수가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 몫으로 돌아간다. 관리체계에 구멍이 뚫렸거나 소극적인 행정 결과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해양환경 전공 인력을 해역별로 배치하고, 관리실명제를 도입해 책임행정을 펴는 게 대안이라고 지적한다. 이상범 처장은 “상습·고의 폐수배출업체는 철저히 가려내 퇴출시키는 처벌법 강화와 함께 시민들의 건강보호를 위해 해역별 오염 부하량을 조사해 어업금지구역을 설정하는 적극적인 행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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