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조문? 기대 없었기에 실망도 없어”
“사람이…사람이라면 이렇게 가면 안 되지.”
수화기 넘어 이명자 오월어머니회 관장의 목소리가 연신 떨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별세했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였다. 오월어머니회는 5·18 민주화 운동에서 가족이 희생됐거나 피해를 당한 가족인 여성들의 모임이다. 이 관장의 남편은 1980년 당시 김대중내란음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정동년 전 광주 남구청장이다. 이 관장은 남편의 석방을 위해 구명운동을 하며 5·18 운동에 동참했다.
이 관장은 통화 내내 “허망하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전 전 대통령을 향해 “사과 한 마디 없이 갈 줄 몰랐다”며 “정치인이 아닌 같은 노인(老人)으로서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은 아들을 통해 사과라도 전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한 전두환이 사과조차 안 하고 이렇게 죽었다. 인간의 도리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 관장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전 전 대통령 조문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그 사람(윤 후보)에 대한 기대도 없어서 실망할 것도 없다”며 “앞으로 5·18을 입에 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별세했다.
“정말…. 전두환이가 이렇게 허망하게 갈 줄 몰랐다. 사람이면 그럴 수 없지. 정말 설마했다. 내가 애통해서 숨을 못 쉬겠다. 이 허탈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사과를 기대하셨던 건가.
“그렇지. 적어도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반성이란 걸 하지 않나. 대통령이나 정치인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 노인도 나이를 먹으면 인생을 되돌아본다고. 그런데 전두환은 끝까지 5·18에 대한 언급조차 안 하고 저렇게 가버렸다.”
오월어머니회 소속 어머님들의 상심이 클 것 같다.
“말도 마라. 그 소식 듣자마자 다들 가슴을 쳤다. 어머님들의 소원은 하나였다. 살아생전 5·18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그 책임자가 바로 전두환인데, 이제 누구한테 그 책임을 물어야 하나?”
전두환의 과오는 역사가 기록하고 기억하지 않겠나.
“전두환은 몇 천 명을 학살한 주범이다. 광주에 뼈아픈 상처를 남겼다. 전두환 본인이든 가족이든 엎드려 사죄했어야 한다. 이렇게 침묵하고 죽는 건 오월영령에 대한 모독이다.”
이순자 여사라도 사죄해야 한다는 건가.
“그렇지. 노태우도 아들을 통해서 사과하지 않았나.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순자 여사)도…. 벌써 몇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모두 무시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과는 받아들이신 건가.
“그렇게 (아들이) 몇 번 왔다고 없어질 상처는 아니다. 5·18은 남겨진 가족들이 평생 짊어질 아픔이다. 그래도 전두환 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한 셈이니까.”
국가장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연한 것이다. 우리는 백 번, 천 번 반대다.”
윤석열 후보가 조문의사를 밝혔는데.
“아이고…. 처음부터 기대도 없었다. 실망할 것도 없다. 5·18만 입에 올리지 말라 해라. 다른 건 그냥 자기 마음대로 하라 그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