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에 추락하는 제주항공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11.2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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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경영난에 고객 안전은 뒷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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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 계열사인 제주항공이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과징금 7억1000만원을 부과받았다. 기체 손상 사실을 인지하고도 항공기를 운항한 사실이 적발된 데 따른 조치다. 문제는 그동안 제주항공에서 승객 안전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 항공사가 안전불감증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제주항공 항공기가 제주공항 유도로로 이동하던 중 에어서울 항공기와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제주항공 항공기는 왼쪽 날개 끝이 일부 손상됐고 에어서울 항공기는 후방 오른쪽 수평 꼬리날개가 휘어졌다.

두 항공기 조종사는 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각각 출항에 나섰다. 에어서울은 김포공항 도착 후 비행 전후 점검 과정에서 항공기 손상을 확인하고 즉시 운항중단 등 후속조치를 취했다. 반면 제주항공은 비행 전후 점검에서 기체 파손 사실을 인지하고도 1~2회를 추가로 운항한 사실이 드러나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

제주항공이 손상된 비행기를 수리하지 않고 운항에 나섰다 과징금 철퇴를 맞은 건 올해 들어서만 세 번이다. 국토부는 앞서 제주항공이 이착륙 과정에서 항공기 날개나 후방 동체 일부가 손상됐음에도 운항한 2건에 대해 과징금 총 8억88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국토부 안전규정을 위반한 항공사에 내려진 과징금 36억6000만원 중 약 61%에 해당하는 22억6000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위험물 운송규정과 관제지시 위반, 부적절한 항공기 장비 조작, 자동항법장치 고장 관련 운항규정 미준수 등에 따른 행정처분이었다.

제주항공의 안전불감증은 2019년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그해 9월 태풍 ‘타파’의 국내 상륙 당시 타이베이발 제주항공기가 부산 김해공항에 무리하게 착륙을 강행하다 두 차례나 서울 김포공항으로 회항하는 사태와 관련해서다. 이를 두고 국감에서는 승객 172명의 목숨을 담보로 태풍 속 곡예비행을 강행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안전불감증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할 때마다 제주항공은 재발 방지를 선언했지만, 이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항공업계에서는 그 배경이 제주항공이 직면한 경영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제주항공은 2019년 지난 2분기 5년 만에 적자 전환한 이후 줄곧 경영난에 시달려왔다.

제주항공은 올해 3분기에도 9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701억원 적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여객수요 감소와 국제선 운항중단, 국내선 경쟁 심화 등이 적자를 키웠다는 평가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안전에는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며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익을 내는 데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레 안전관리에 소홀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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