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르’ 김종인과 ‘보스’ 윤석열의 예고된 이별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1.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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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박근혜·문재인 도우며 사람에 대한 ‘불신’ 커져
尹, 검찰 거치며 키운 ‘형․동생 리더십’ 金과 상극

“사람에 너무 집착하면 성공 못 한다.”(김종인, CBS 인터뷰에서)

“글쎄다. 사람이 중요한 것 아닌가?”(윤석열, 신동아 인터뷰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사이 파열음이 이는 모양새다. 윤 후보가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김병준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참여하는 선거대책위원회를 독자적으로 구성하자, 김 전 위원장이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며 사실상 선대위 불참을 시사했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김 전 위원장의 ‘몽니’와 두 사람의 ‘이별’이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앞서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을 돕는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김 전 위원장과, 검찰 조직에서 ‘형님·아우들’을 거느리며 성장해온 윤 후보가 애초부터 함께 가기 어려운 성향이었다는 분석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왼쪽)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시사저널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왼쪽)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시사저널

김종인의 ‘몽니’,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전 위원장은 크고 작은 선거에서 승리를 쟁취한 ‘킹메이커’다. 총선도 겪어보지 못한 윤 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김 전 위원장에게 손을 내민 이유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선거가 끝나면 늘 여의도 변방에 머물렀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원톱 리더십’을 원인으로 꼽는다. 주변을 설득하고, 때론 경쟁자와 딜(deal)을 하는 ‘여의도 문법’을 김 전 위원장이 싫어한다는 전언이다.

실제 김 전 위원장은 선거 때마다 반목을 반복했다. 김 전 위원장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출마선언문을 총괄하고, ‘경제민주화’라는 슬로건을 제시한 게 김 전 위원장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당선 직후 경제민주화 대신 ‘창조경제’를 내세웠다. 김 전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변심을 이끈 인물로 문고리 3인방이라 불렸던 ‘안봉근·이재만·정호성’을 의심하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그 뒤 잠행을 거듭하던 김 전 위원장은 4년 뒤 총선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대위를 이끌었다. 당시 당대표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반드시 실현하겠다”며 삼고초려해 김 전 위원장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이끈 김 전 위원장은 비례대표 의원이 된다. 그러나 ‘셀프공천’이라는 당내 비판에 직면한 뒤 의원직에서 물러났다. 결국 김 전 위원장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하며 ‘반문(反文)’ 인사로 돌변한다.

5년 뒤 김 전 위원장은 다시 여의도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돕기 위해서였다. 김 전 위원장은 ‘오세훈-안철수 단일화’를 주도하며 국정농단 사태 이후 이어진 국민의힘의 연패를 끊어냈다. 그러나 총선 승리 직전까지 당내 중진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이후 당을 떠난 김 전 위원장은 지난 4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주호영 전 원내대표에 대해 “뒤에서 안철수 대표와 서울시장 후보직을 작당했다”고 비판하고, 국민의힘을 ‘아사리판’에 비유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사람 아끼는 尹, ‘김종인 리더십’ 공감 못할 것

김 전 위원장은 선거의 승률이 높다. 그러나 그 때마다 적(敵)이 생기고, 사람과 갈라섰다.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를 돕기 전부터 ‘사람에 대한 집착’을 경계한 이유다.

문제는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과 상극의 가치관을 지녔다는 점이다. 윤 후보는 검찰 내에서 술자리를 즐기던 대표적인 ‘주당’이다.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내 사람’이라 생각되면 끝까지 챙긴다는 게 윤 후보 측근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윤 후보 선대위에 합류한 김한길·김병준 전 비대위원장도, 경선 이전부터 윤 후보가 조언을 구하던 ‘선배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윤 후보는 경선 승리를 이끈 캠프 구성원들을 아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 측근들을 ‘파리떼’에 비유하며 불신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진행자가 ‘윤 후보 주변에 문고리 3인방처럼 후보 눈을 흐리는 사람도 더러 보이나’라고 묻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답을 피하기도 했다.

결국 리더의 결단을 중요시하는 ‘김종인식 리더십’과 동료와의 화합을 중요시하는 ‘윤석열식 리더십’의 차이가, 이번 갈등을 낳은 단초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을 측근에서 바라봐온 정치인들은 김 전 위원장이 ‘몽니’와 ‘재결합’을 반복했다며, 아직 선대위 참여의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16년 4·13 총선 때 김 전 위원장이 후원회장을 맡았던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 “윤 후보는 단순하게 정치적 지향점 같다고 의기투합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더 교감이 잘 되는, 화합할 수 있는 인물을 데려오고 싶어 하기에 (김 전 위원장이 아닌) 김병준·김한길 2명의 손을 먼저 잡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상황에서 김 전 위원장이 오면 ‘3김’이 수평적인 관계에서 일을 해야 하는데, 이건 김 전 위원장의 스타일이 아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연세가 많기에) 이번이 마지막 선거일 가능성이 높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김 전 위원장이) 들어올 가능성도 아직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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