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인사이트] 서해 최북단 ‘백령도 하늘길’ 가시권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1.11.24 12: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령공항 건설사업, 3수 끝에 예타 대상에 올라
천혜의 관광자원 활용해 ‘관광·휴양도시’로 개발

‘백령도’는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섬이다. 여객선을 타고 꼬박 4시간 이상 달려야 도착할 수 있다. 인천항에서 백령도 용기포항까지의 거리는 직선으로 194㎞이다. 하지만, 여객선은 약 28㎞를 더 돌아 222㎞를 주간에만 운항한다. 북방한계선(NLL)과의 거리가 3㎞에 불과하다는 등의 군사적인 이유에서다.

이마저도 하늘이 허락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풍랑이 거세지거나 안개가 짙어지는 등 기상이 악화되면 바닷길이 막혀 오갈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응급환자의 골든타임도 놓치게 된다. 실제로 인천내륙과 백령도의 용기포항을 오가는 여객선은 연평균 약 80일씩 결항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객선을 대체할 수 있는 교통수단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는 ‘하늘길’뿐이다. 백령도에 공항을 짓는 것이다. 하늘길을 이용하면 웬만한 기상악화에도 1시간 만에 백령도에 닿을 수 있다. 백령도의 접근성이 대폭 향상 되는 셈이다. 

백령공항 건설사업은 3수 끝에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으로 선정됐다. 인천시는 백령공항 건설사업이 무난하게 예타를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시는 백령공항을 건설하면서 백령도를 ‘제2의 제주도’로 개발해 백령·대청·소청도 주민들 삶의 질을 개선하고 관광산업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백령공항 예정지인 솔개지구 전경 ⓒ 옹진군
백령공항 예정지인 솔개지구 전경 ⓒ 옹진군

백령공항, 8년 만에 최종 심사대에 올라 
 
백령공항 건설사업은 이달 3일 열린 기획재정부의 ‘제6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예타 대상으로 선정됐다. 오는 2027년까지 옹진군 백령면 솔개지구의 25만4000㎡ 부지에 1740억원을 들여 50인승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활주로 1200m(폭 30m)와 관제탑, 여객터미널 등을 갖춘 소형공항을 짓는 게 골자다.

백령공항 건설사업은 국책사업의 첫 단계를 통과하는 데 꼬박 7년이 걸렸다. 인천시 관계자는 “여객선이 백령도에서 육지까지 운항하는 데에 4시간 넘게 걸리고, 거센 풍랑으로 여객선이 결항되면 대체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없어 약 1만명에 달하는 주민들의 발이 묶인다는 점이 예타 대상 선정 요인으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백령공항 건설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8월이다. 당시 옹진군이 처음으로 국토교통부에 백령공항 건설을 건의했다.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백령공항 건설사업은 지난해 5월과 12월에 열린 기재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의 예타 대상 심사에서 잇따라 부결됐다.

이 때까지 기재부는 2012년에 조성된 백령도 용기포항만으로도 여객 수송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백령공항 건설은 중복‧과잉투자라는 것이다. 또 소형공항 운용에 필요한 기반시설이 대체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여기에 전국의 지방공항들이 연간 1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이 악재로 작용했고, 다른 지방공항들이 환경부나 환경단체와 갈등을 겪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 됐다. 

그러나 인천시는 예타 3수를 거치면서 기재부의 지적을 보완해 최종 심사대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인천시는 백령공항이 ‘도서지역의 소형공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거점공항이나 일반공항으로 분류되는 지방공항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어 용기포항은 국가안보와 영토수호를 목적으로 조성됐기 때문에, 여객수송 능력과 별개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남춘 시장이 10월30일 옹진군 백령면 하늬해변 인근 백령생태관광자원시설 건립예정지에서 사업계획을 듣고 있다. ⓒ 인천시
박남춘 시장이 10월30일 옹진군 백령면 하늬해변 인근 백령생태관광자원시설 건립예정지에서 사업계획을 듣고 있다. ⓒ 인천시

백령·대청·소청도 묶어 ‘제2의 제주도’로 개발

인천시는 백령공항 건설사업이 내년 1월에 예타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가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실시한 백령공항 건설사업의 사전 타당성 용역에서 비용 대비 편익(B/C)값은 2.19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B/C 값이 1을 넘으면 경제성이 있다는 의미다. 백령공항이 건설되면, 항공기가 연간 1만2000차례 운항하면서 48만명의 여객을 실어 나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미 백령공항 부지도 확보됐고, 주민들의 반대나 환경문제도 없다.

인천시는 내년 3월부터 1년 간 ‘백령공항 주변지역 발전전략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미 정부에 백령공항과 연계한 생태·관광자원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20억원 상당의 예산을 요청한 상태다. 인천시 관계자는 “오는 2027년에 백령공항을 개항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를 하나로 묶어 제주도처럼 관광·휴양도시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백령도의 두무진과 용틀임바위, 진촌리 현무암, 콩돌해안, 사곶해변뿐만 아니라 대청도의 농여해변과 미아해변, 서풍받이, 옥죽동 사구, 검은낭, 소청도의 분바위와 월띠는 2019년 7월에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또 투자유치를 통해 백령공항 주변에 18홀 규모의 골프장과 고급 휴양시설, 해양 스포츠단지, K팝 입체 공연장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백령호에 수변관광시설을 만들고, 동북해안가에 점박이 물범 에코센터와 바닷물을 이용한 레저파크를 짓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인천시는 백령도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전소설 ‘심청전’의 배경이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건립한 ‘심청각’도 새롭게 단장할 계획이다. 백령도 최초의 교회였던 중화동교회도 복원하기로 했다. 중화동교회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설립된 장로교회다.

한편, 인천시는 백령공항과 국내의 주요 지방공항뿐만 아니라 중국 산둥성의 웨이하이국제공항을  잇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백령도에서 웨이하이국제공항까지는 직선으로 약 334㎞ 거리다. 항공기로 약 1시간30분이 소요된다. 인천시는 다롄과 베이징, 텐진, 칭따오 등 중국 지방정부와도 논의해 중국항로를 늘려가면서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