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용퇴가 기정사실화되면서 ‘포스트 김정태’에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 회장은 최근 연임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하나금융 내부규범에도 회장의 나이는 만 70세를 넘길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김 회장이 올해 만 69세인 만큼 정관 수정 없이 연임은 불가능한 셈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거론된다.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한 함 부회장은 서울은행과 하나은행의 통합 후 하나은행 부행장보와 KEB하나은행장 등을 거쳐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올랐다. 특히 지난 3월 조직개편에서 하나금융이 신설한 ESG부회장을 역임하며 중량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김 회장은 앞서 올해를 하나금융 ESG 경영의 원년으로 선포한 바 있다.
다만 함 부회장이 차기 회장에 오르는 데 부담은 존재한다. 함 부회장은 하나은행장 시절 신입사원 공채 과정과 관련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함 부회장에 대한 1심 판결은 내년 초로 예정돼 있다.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도 함 부회장의 또다른 약점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부실 판매에 대한 책임을 함 부회장에게 물어 문책경고했다.
실제 함 부회장은 올해 초 이사회 개최 전 유력한 회장 후보로 꼽혔지만 이런 사법 리스크 때문에 고배를 마셨다. 금융권에서는 2018년 3연임 이후 더 이상의 연임은 없다고 밝혀온 김 회장이 올해 초 다급히 ‘반쪽(임기 1년)’ 회장직을 수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견해가 많다.
만일 함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차기 회장직은 다른 후보군에게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그룹내 부회장이나 관계사 대표들이 거론되기도 한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포스트 김정태’의 윤곽이 이르면 내년 1~2월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