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에 드리운 동아시아 전쟁의 그림자
  • 김종대 군사전문가 (전 국회의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11.30 07:30
  • 호수 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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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만 분쟁은 동아시아 전체로 확전될 것” 경고
중국군, 괌·오키나와 미군 무력화하고 대만 통제 나서는 시나리오  

몇 년째 미군이 심상치 않다. 특히 미 국방부가 자체 전쟁 시뮬레이션(war game)에서 번번이 동아시아에서 중국에 제압당하는 결과가 도출된 것은 크나큰 충격이었다. 중국을 레드팀, 미국을 블루팀으로 편성해 대만해협과 같은 동아시아 전역(戰域)에서 모의 교전을 전개해 보면 미국은 중국과 범지구적인 대규모 전면전을 벌이지 않는 한 중국군을 제압할 수 없다.

이에 대한 최초의 경고는 미국의 싱크탱크로부터 이전에도 여러 번 나왔지만, 최초의 공식적인 견해는 2017년 6월 당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군사위원회에서 있었던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의 증언이었다. 그는 “몇 년 안에 우리의 전략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중국에 대해 질적이고 양적인 경쟁우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해 겨울이 되자 매케인 위원장은 상원의원 99명에 긴급 간담회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을 보냈다. 모두 12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데이비드 오흐마넥 국방부 부차관보가 중국과의 동아시아 분쟁에서 미국은 중국을 이길 수 없다는 우울한 결론을 브리핑했다. 당시 매케인 상원의원의 보좌관이던 크리스티안 브로스에 의하면 이 설명을 들은 상원의원들은 모두가 난처한 표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이 사실은 누구도 말하길 꺼리는 불편한 진실이었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이 동중국해상에서 군함 100여 척과 전투기 수십 대를 투입한 가운데 실전 수준의 대규모 실탄훈련을 실시하고 있다.ⓒxinhua 연합

미국 워게임 결과 “중국과의 전쟁에서 질 수도”

그해 겨울 미국의 랜드연구소가 약간 완곡한 어조로 “질 수도 있다”는 평가 보고서를 내놨다. 랜드연구소의 평가는 매케인 의원이 설립한 초당적 전문가 위원회에 전달되었는데 2018년에 나온 위원회 보고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미국의 군사적 우위가 위험한 수준으로 약화되었다. 미군은 다음 전쟁에서 허용되기 어려운 수준으로 많은 사상자와 주요 금융자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고전하거나 패배할 수도 있다.”

상원에서 브리핑했던 오흐마넥 차관보는 퇴임한 후인 올해 3월에도 2020년에 진행된 워게임 결과 여전히 미국은 중국에 지는 것으로 나왔다고 폭로했다. 올해 7월 존 하이튼 합참의장은 국방산업협회 연설에서 “지난해 10월의 중국과의 교전을 가정한 워게임에서 미군은 비참하게 실패했다”며 이로 인해 “수십 년 동안 미군 작전을 이끌었던 합동전투 개념을 폐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연설을 들은 청중들이 의심스러운 표정을 짓자 하이튼 의장은 “이것은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같은 시기에 미 공군이 진행한 워게임에서도 미군의 항공작전으로 중국을 제압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난 10월 하순에 발표된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독개구리 전략(The Poison Frog Strategy)’ 보고서는 중국이 약 500명의 대만군이 주둔하고 있는 대만과 홍콩 사이 남중국해의 작은 환초인 둥사(Dongsha)를 군사력으로 장악하는 것으로 시작된 분쟁 시나리오에서 “미국이 중국을 저지할 믿을 만한 방법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12명의 군사전문가를 인터뷰해 “대만해협에서의 분쟁은 동아시아 전체로 확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군은 괌·오키나와·요코스카 등지의 미 해군과 공군을 무력화하고 대만을 통제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항공모함이 출항하는 즉시 인공위성을 통해 전 항로를 추적하고 둥펑(東風) 미사일은 1000마일 이상 비행해 미국의 항모를 타격하게 된다. 중국은 대만에서의 군사적 우세를 확보하기 위해 동아시아 전체에서 전쟁의 판을 짤 것이라고 예측한다.

대만 군인들이 2020년 5월10일 타이베이 자유광장에서 대만 국기를 게양하고 있다.ⓒEPA 연합

재래식 전쟁만 수행한 미군, 첨단 군대와 상대한 경험 없어

한편 중국군도 심상치 않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에 대한 안보 공약이 매우 모호하다는 빈틈을 노려 최근 중국의 전략폭격기와 전투기 등 군용기가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을 자주 침범하고 있다. 지난 10월의 경우만 보더라도 한 번의 비행에 전략폭격기와 대잠수함 초계기가 포함된 38~39대의 군용기가 투입되었고, 그것도 매일 같은 규모의 비행이 연이어 이어진 바 있다. 이 정도면 단순한 정찰이 아니라 단일 지휘관에 의한 전략기동으로 보인다.

그 이면에는 대만 방위를 위한 미국의 의지와 능력을 시험하고, 2027년까지 대만을 제압할 충분한 군사능력을 갖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대만은 주변을 감시구역(37해리), 대응구역(12해리), 격파구역(6해리)으로 설정해 자체 대책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중국 군용기는 감시구역을 비행하는 무력시위 양상으로 전개되어 당장 교전을 초래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유사시 대만해협 방어를 위해 투입하는 함정과 잠수함, 연안 미사일부대를 제압하고, 대만의 인프라와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서 많은 이가 이상한 느낌을 가질 것이다. 미국은 11개 항모전단과 스텔스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고, 동아시아 전역에 전진기지를 배치하고 있는 역사상 최강의 패권국이다. 중국은 항모를 3척까지 보유할 예정이나 그 성능은 미국에 한참 못 미치고 스텔스 전투기 성능도 의심스럽다. 어떤 점에서 미국이 중국에 비해 불리하다는 걸까?

이에 대해 미 고위 장성이나 싱크탱크 보고서들은 지난 30년 동안 미군은 아프간·소말리아·이라크·코소보 등에서 원시적인 군대와 전쟁을 해왔다는 점을 지적한다. 미국은 위성을 무력화하고 전자전과 사이버전으로 보호되며,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보유한 첨단 군대를 상대해본 적이 없다. 이런 재래식 전쟁에 적응하다 보니 미군은 항모전단을 동원하는 대규모 기동, 전략적 요충지에 대규모 군사기지를 조성해 군사력을 대규모로 밀집시키고 투사(projection)하는 군사전략을 신봉했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항공모함과 스텔스 전투기를 직접 상대하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 먼저 대위성무기(ASAT)로 미국의 위성을 무력화하고 사이버전을 수행한다. 이에 대해 하이튼 합참의장은 워게임에서 “미군은 거의 정보 네트워크에 액세스할 수 없다”며 “우리가 구축해온 유비쿼터스 정보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이 우리가 직면한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올해 4월 미국의 폴리티크지는 미 우주군 사령관 제이 레이몬드 대장을 비롯한 9명의 4성 장군이 정보기관 수장에게 발송한 서한, ‘36개 별의 메모(36 stars memo)’를 공개했다. 장군들은 메모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민간 자산을 동원한 회색지대 전쟁 전략을 구사하는데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의 미군은 이에 대해 전혀 모른다”며 긴급하게 정보의 수준을 높여 달라고 촉구했다. 최근 중국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해 모든 영역에서 장거리 발사가 가능한 미사일 체계를 구축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수십 년 동안 유지해온 합동작전 개념에 따라 대규모 군대 이동을 계획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모두 추적하고 격파할 능력을 갖췄다는 주장이다. 동아시아에서 미군의 대규모 기지는 자체 방어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중국을 포위하는 교두보가 아니라 중국군에게 좋은 표적이 될 뿐이다.

최근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 고조는 미국의 통제 밖에 존재하며, 중국과의 분쟁은 이제껏 미군이 수행해 보지 않았던 아주 낯선 전쟁이 될 것이라는 인식은 미군의 근원적 변혁을 촉구한다. 미군이 클라우딩 컴퓨팅 기술을 도입해 전 영역에 걸친 지휘통제 체제를 구축하고, 수만 개의 군집위성으로 우주 전력을 재구성하며, 동아시아의 미군을 ‘확장된 기동’ 개념으로 재편하는 등 빨라진 개혁이 눈에 띈다.

미 정부는 최근 통과된 2022 국방예산에서 태평양억제구상(PDI)에 50억 달러를 편성해 줌월트 스텔스 구축함을 동아시아에 조기에 순환배치하고, 패트리엇·사드 등 미사일 방어 전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기존의 거대한 전력보다 무인 잠수정, 드론, 스텔스 함정과 같은 미래 전력에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다. 주한미군 역시 대만 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확장된 기동군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대만, “베이징의 눈을 찌르기” 위한 공격능력 준비

이에 대해 중국은 당장 대만을 침공하지는 않겠지만 기존의 반접근 지역거부전략(A2AD)을 완성하기 위해 극초음속 미사일, 군집위성, 항공모함과 스텔스 전투기 확보에 대규모 자원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당사자는 대만 군부다. 대만의 4주기 국방검토 2021년판에는 ‘단호한 방어 및 다중영역 억제’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여기서 이전의 대만 방어계획과는 양립할 수 없는 새로운 군사 목표가 등장한다. 바로 “베이징의 눈을 찌르기” 위해 장거리 정밀타격을 크게 강조한다는 점이다.

이 개념에 의하면 대만은 중국의 연안과 베이징과 같은 주요 도시를 타격하는 장거리 타격무기로 SLAM-er, JASSM 등 장거리 정밀미사일을 도입하고, 전통적인 탱크·곡사포·수상함 도입에 더 치중하는 것 같다. 중국의 심장부에 대한 공격성을 크게 제고하겠다는 발상인데, 이는 최근 미국에서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만일 대만이 중국의 심장부나 연안에 대한 공격능력을 확보하게 되면 중국은 1962년에 미국이 겪은 쿠바 미사일 사태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것이 지정학적 악재가 되어 동아시아 전체로 위기를 확대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를 종합하면 대략 2027년경부터 2030년대까지 전개될 동아시아 미래 전쟁의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난다. 당장 분쟁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군사적 우세를 확립하기 위한 치열한 군비경쟁이 가속화되고, 그 결과 동아시아 정치에서 지정학이 귀환하게 되는 매우 암울한 시나리오다. 여기에는 날로 가속화되는 기술혁명이 주요한 변수로 등장한다. 그러나 동아시아 분쟁 당사국들이 지역의 안보와 번영을 위한 군비통제 논의에 착수하고, 위기관리 제도와 기법을 발전시키면서 전쟁을 예방하고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안보체제 출현도 기대해봄 직하다. 어떤 시나리오든 상시적인 정전 상태에 있는 한반도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의 처지다.

김종대

김종대 군사전문가는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군사 전문지 ‘월간 디펜스21’ 편집장, 20대 정의당 국회의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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