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강행군’ 시작한 이재명, ‘집토끼 잡기’ 성공할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1.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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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링, 선대위 모두 교체 후 3박4일 강행군 시작
‘텃밭 지지도’ 반전에 올인…이낙연 동행 불발에는 한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전 전남 목포시 동부시장을 방문,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전 전남 목포시 동부시장을 방문,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집토끼’ 잡기에 나선다. 26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호남 구석구석을 훑으며 지지층 결속을 도모할 계획이다. 앞서 25일 머리색부터 당직자까지 전면 교체한 뒤 시작하는 ‘이재명의 민주당’ 첫 정치행보다. 민주당 전통 텃밭인 호남에서 지지율 반전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후보는 26일부터 29일까지 호남 곳곳을 돌며 텃밭 표심 갈이에 나선다. 이 후보가 주말마다 민심을 살피는 ‘매타버스(매주타는 민생버스)’의 세 번째 일정이다. 이 후보는 호남 방문에 앞서 부산·울산·경남·충청을 찾은 바 있다.

이 후보의 호남 일정은 빼곡하다. 광주와 전남 내 모든 지역구를 1곳도 빠짐없이 방문할 예정이다. 선대위에 따르면 이 후보가 나흘간 호남에서 이동하는 총 거리만 1300㎞에 이른다. 출발지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다. 이어 전남 신안과 해남, 장흥, 강진, 여수 등을 훑고 28일 광주로 향한다. 대선 D-100일인 29일에는 광주에서 전 국민 선대위 회의를 개최한 뒤, 영광터미널에서 민심을 청취하는 것으로 호남 일정을 마무리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호남행을 ‘이재명의 민주당’의 첫 정치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앞서 이 후보는 선대위를 둘러싼 인선 문제가 불거지자, 후보 본인부터 당까지 모든 것을 원점에서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책 결정이 느렸던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닌, 보다 빠르고 공격적으로 이슈를 선점하는 ‘이재명의 민주당’을 선보이겠다는 포부였다.

실제 이 후보는 호남을 찾기 전날 스타일링부터 큰 변화를 줬다. 그간 이 후보는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는 차원에서 백발을 고수했다. 대선 후보로서 안정감 있는 이미지를 더하기 위한 ‘전략적 스타일링’이었다. 그런 이 후보가 25일 다크그레이(짙은 회색)로 염색한 모습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에 눈썹 메이크업도 짙게 바꿨다. 더 강렬하고 젊은 인상으로, 쇄신에 대한 완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변화 의지는 인사(人事)에도 반영됐다. 이 후보는 25일 측근 인사들을 당 전면에 배치했다. 이 후보 최측근인 김영진 의원을 신임 당 사무총장으로, 강훈식 의원을 전략기획위원장에 각각 임명했다. 두 의원 모두 이 의원과 활발히 소통해왔던 인사인 만큼, 이 후보의 의중을 당 입장이나 정책에 더 빠르게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이 후보가 호남을 찾기에 앞서 쇄신을 단행한 이유는, 그만큼 ‘텃밭 민심’ 사정이 녹록지 않은 탓이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이지만, 유독 이 후보를 향한 평가는 야박하다.

과거 호남 출신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도 호남에서 90%를 넘는 몰표를 받아 당선됐다. 사실상 양자 대결로 진행된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후보는 호남에서 89%의 득표율을 기록했음에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했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극히 저조하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지역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64.9%로 높은 수준이었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19.1%나 쏠렸다.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은 23일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이 서진 정책을 강하게 펴고 있는 호남 지역을, 이 후보가 ‘어떻게 막아 세울 것인가?’ 이게 관건”이라며 “이 후보가 호남에서 반전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낙연 전 대표의 역할도 필요해 보인다. 이 외 이 후보가 호남에서 그리는 그림이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이 후보 측도 이번 호남 방문 일정에 이 전 대표의 ‘지원사격’을 기대했다는 후문이다. 이 전 대표 고향인 전남 영광을 호남 일정의 마지막 행선지로 정한 이유도, 이 전 대표의 ‘깜짝 등장’을 기대해서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호남 방문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이 후보 측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이 전 대표 측은 26일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 전 대표는 26~28일 오래전에 잡혀있던 충청과 경남 지역 일정이 있다”며 “호남 방문 계획은 전혀 없으며, 관련해서 실무선에서도 일절 논의된 바가 없음을 알려드린다“라고 공지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2~23일 실시했다. 전국 18살 이상 성인 1011명을 대상으로 ‘내년 3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다음 인물 중 누구에게 투표하실 생각이십니까?’라고 물은 결과다. 조사 방법은 유·무선 임의걸기(RDD)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4.9%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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