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조카 살인 변호’ 논란에 휘청…MZ·여성 표심 이탈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1.2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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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인권변호사 자격 없다”…김병준·심상정 일제 비판
의혹 수준 ‘대장동 사건’과 달리 표심에 직접 영향 줄 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조카 살인 변호’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 후보가 과거 ‘강동구 모녀 살인사건’을 저지른 조카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야권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비판에 나선 가운데, 민주당도 이번 논란이 미칠 파급력을 주시하며 긴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 탓에 MZ세대(2030세대)와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전남 강진군 군동면 안풍 마을회관에서 열린 강진 농민들과 함께하는 국민반상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전남 강진군 군동면 안풍 마을회관에서 열린 강진 농민들과 함께하는 국민반상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도자 자격 없다”…야권 캠프 일제 비판

김병준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선대위원장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대신 윤석열 캠프의 선거 전략을 지휘하는 ‘원톱’이 됐다. 그렇기에 이날 김 위원장이 내놓을 메시지에 정치권 관심이 쏠렸다. 김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대장동 특검 필요성’ 등을 다시 한 번 강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저격한 건 이 후보의 ‘조카 살인 변호’ 논란이었다. 지난 2006년 이 후보는 조카가 저지른 살인 사건을 변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후보의 조카는 만나던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자 집에 찾아가 여자친구와 모친을 살해했다. 이에 이 후보는 이 사건 변호인으로 나서 ‘심신 미약으로 인한 감형’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데이트폭력’이라고 표현했다가 유가족 측으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 후보를 겨냥해 “정치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이 후보가) 데이트폭력이라고 말한 것은 실수가 아니다. 편의상 (사과를) 했을 뿐, 마음 속으로는 여전히 데이트폭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권력이 여전히 크고 그 권력은 때로 칼이 되고 총이 된다”며 “이 총과 칼을 이런 분, 즉 전제적 사고와 판단기준, 그리고 폭력적 심성을 가진 사람이 쥐게 해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진보 진영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인권변호사를 자처해온 이 후보가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28일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생업 변호사들이 사람 가려 가며 변호할 수 없다는 것은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 다만 인권변호사 타이틀은 이제 그만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며 이 후보를 비판했다.

법조계의 반응은 갈렸다. 살인사건 피의자 역시 변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친인척 사건을 돕는 것은 변호사의 책무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취재 과정 중 만난 한 형사소송 전문 변호사 “인권변호사들이 살인사건의 피의자를 돕는 경우는 많다. 범죄자가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변호받을 권리를 누리라는 것”이라며 “다만 변호사가 가족을 돕는 경우는 예외라고 생각한다. 만약 기자가 친인척이 저지른 살인사건 기사를 쓴다면, 객관적으로 쓰기 어렵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MZ‧여성 표심 등 돌리는 ‘아킬레스건’ 될 수도

이 후보 측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이 후보가 직접 나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대장동 논란’이 일었을 당시 공격적으로 방어에 나섰던 것과는 대조된다.

이 후보는 광주·전남 지역을 도는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일정 첫날이던 지난 26일 “안타까운 일이다. 가슴 아픈 일이고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같은 날 페이스북에도 “‘데이트폭력’이라는 말로 사건을 감추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었다. 평생을 두고 갚아나가는 마음으로 주어진 역할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측은 이번 논란이 미칠 파급력을 주시하며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대장동 의혹’이 부동산 이슈에 민감한 3040세대에게 악영향을 끼쳤다면, ‘살인 변호 논란’은 MZ‧여성 유권자 표심의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대장동과 달리 실제 팩트(fact)로 밝혀진 사건인지라, 이 후보의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앞서 이 후보는 여배우 스캔들과 형수 욕설 논란에도 휘말린 바 있다. 이런 논란들 모두 여성 유권자들에게는 대단히 치명적인 약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최근에는 오프라인 시위뿐 아니라 유튜브 등을 통해 논란이 더 자극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경향도 있다. 같은 유형의 논란이 반복되면 대선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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