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정체된 호남 지지율에 ‘이낙연 역할론’ 부상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11.2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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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호남 강행군’ 시작과 동시에 이낙연에 쏠리는 눈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집토끼 잡기’ 전략으로 호남 강행군에 나섰지만, 29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선 유의미한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 측은 “호남이 지지율 반전의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였으나, 일각에선 이 후보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한 지지세를 아직 흡수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발표된 KSOI-TBS(26~27일 조사, 전국 성인 1009명 대상)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이 후보는 광주‧전라 지역 기준 65.6%를 기록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16.8%)보다는 높은 수치이지만, 이 후보의 지지율은 전주(64.4%) 대비 1.2%포인트 소폭 올랐다.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이내 상승세이다.

해당 여론조사의 조사 기간은 이 후보가 지역 순회 행보의 일환으로 호남을 샅샅이 훑은 때이다. 이 후보는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세 번째 일정으로 4박5일간 광주와 전남 내 모든 지역구를 방문했다. 이 후보는 지난 26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를 시작으로 신안·해남을 거쳐 27일 장흥·강진·여수·순천에 갔다. 이날(29일) 광주 방문 일정까지 포함하면 1300km를 이동하며 호남 구애에 나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생일인 27일 전남 여수시 하멜로 여수 핫플레이스 낭만포차거리를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방문,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생일인 27일 전남 여수시 하멜로 여수 핫플레이스 낭만포차거리를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방문,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호남 지지 90% 넘어왔는데, 李는 60%대 정체 

이 후보가 호남 지지층 결집에 공을 들인 이유는 지지율 반전을 꾀하려는 행보다.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이미 야권 후보를 크게 압도하는 수준이지만, 역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확보한 득표율치고는 낮은 편이어서다. 호남은 1997년 15대 대선을 시작으로 매 대선마다 민주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밀어줬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호남에서 90% 넘는 몰표를 받아 당선되기도 했다.

반면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오마이뉴스(22일~26일, 3023명을 대상)에서 이 후보의 광주‧전라 지지율은 60.4%를 기록했다. 같은 날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중앙일보(26~27일, 1020명 대상)에서도 이 후보의 광주‧전라 지지율은 69.0%였다. 이 후보가 “새로운 민주당, 이재명의 민주당”을 기치로 내걸고 공공연하게 호남 구애 작전을 펼쳤는데도 해당 지역에서 지지율 70% 벽을 넘진 못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이 후보 주변에선 이낙연 전 대표의 등판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경선 이후 틀어진 이 후보와 이 전 대표 측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이 전 대표의 지원사격이 필요하다는 취지이다.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은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 “이 후보가 호남에서 그리는 그림이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이 후보가 호남에서 반전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낙연 전 대표의 역할도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왼쪽)가 10월10일 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최종 후보로 선출되자 이낙연 전 대표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가 10월10일 후보로 선출된 이후 이낙연 전 대표에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 ⓒ시사저널 박은숙

이낙연 등판 원하는 與…“극적인 타이밍 노릴 수도”

다만 이 전 대표가 이 후보의 호남 일정에 불참하고 지지자들 사이 불협화음도 계속되면서 “원팀이 불안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후보의 호남 일정 마지막 행선지는 이 전 대표의 고향인 전남 영광이었는데, 이 전 대표 측은 “오래전 잡혀있던 충청과 경남 지역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이재명-이낙연의 확실한 결합을 두려워하는 세력이 별의 별 소설을 다 쓴다”며 ‘원팀이 흔들린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우 의원은 “이 전 대표도 ‘우리 당의 후보는 이재명이다’라고 말씀하셨다”면서 “이 전 대표께서도 이 후보를 도울 극적인 타이밍, 효과적인 타이밍을 보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가 지역구인 민형배 민주당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전 대표가 호남 일정에 동행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거절한 것은 아니다. 상황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민 의원은 이 후보의 호남 방문 현장 분위기에 대해 “이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쪽에서 경선 때 핵심적으로 활동했던 분들이 다 함께 (현장에) 오셨다”며 “지역 분위기도 이 전 대표와 정 전 후보를 지지했던 분들이 옮겨오고 있고, 그런 분위기가 앞으로 고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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