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찰차 없다”…경찰, ‘폭력 신고’ 36분 만에 출동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1.11.3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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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병으로 수차례 위협당하고 있는데 “순찰차 없다”
112상황실, ‘현금다액취급업소’ 불구 코드 2단계 지령
편의점 직원의 머리를 향해 손님이 와인병을 내리 칠 듯 휘두르고 있다. ⓒ 독자 제공.
지난 19일 오전 1시20분쯤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편의점 계산대 안에서 손님이 와인병을 들고 편의점 직원을 위협하고 있다. ⓒ 독자 제공

칼부림 현장에서 이탈했다는 논란을 빚으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인천경찰이 이번엔 송도국제도시의 한 편의점에서 폭력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무려 36분 만에 뒤늦게 출동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 과정에서 코드 지령을 잘못 내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19일 오전 1시17분쯤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편의점에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A씨가 들어와 담배를 요구했다. B씨는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면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담배를 판매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편의점 계산대를 발로 차고, 계산대 주변에 진열된 상품을 B씨에게 집어 던지면서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이에 B씨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손님에게 맞고 있다. 빨리 출동해 달라”고 112에 신고했다. 이 때가 오전 1시19분쯤이다. 112신고를 한 후에도 A씨는 와인병을 집어든 채 계산대 안으로 들어가 B씨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치려고 하는 등 위협을 가했다. A씨의 폭력에 시달리던 B씨는 경찰이 빨리 출동해 주길 간절히 기다렸다.

오전 1시26분쯤 B씨의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자는 송도국제도시지구대였다. B씨는 ‘순찰차가 모두 출동해 있다. 먼저 출동한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B씨는 A씨의 포악한 폭력과 욕설에 시달렸다. 편의점 내부에 있던 커피머신과 소형 냉장고도 부셔졌다. B씨는 오전 1시40분쯤 송도국제도시지구대로 전화를 걸어 출동을 독촉했지만, ‘순찰차가 다 나가 있다. 조금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만 들었다. 편의점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는 당시 손님 A씨(42)가 편의점에서 난동을 부리고, 편의점 직원 B씨(29)를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이 고스란히 녹화됐다.

이날 경찰이 편의점에 도착한 것은 오전 1시55분쯤이다. B씨가 112에 신고한 지 무려 3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것이다. B씨가 근무하는 편의점과 송도국제도시지구대의 거리는 약 5.6㎞에 불과하다. 일반 차량으로 약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다.

B씨는 “손님이 마구 와인병을 휘두르는 바람에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었다”며 “경찰이 순찰차가 없어서 출동을 못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B씨는 머리를 향한 와인병을 방어하다가 손을 다쳐 병원에 2주간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인천경찰청 ⓒ연합뉴스
인천경찰청 ⓒ 인천경찰청

왜 이렇게 늦게 출동한 것일까. 연수경찰서 112종합상황실 관계자는 “당시 가정폭력 사건에 순찰차 2대가 출동했고, 재물손괴 사건에 순찰차 1대가 출동했다”며 “편의점에 출동할 순찰차가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경찰청 112종합상황실의 지령에 맞게 순찰차를 운용했다는 얘기다.

경찰의 112신고 출동지령은 ‘코드 0~4’ 등 다섯 단계로 나뉜다. 0~1단계는 긴급출동이고, 2~4단계는 긴급하지 않는 출동을 의미하는 지령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인천경찰청 112종합상황실은 연수경찰서 112종합상황실에 ‘코드 2’ 출동을 하달했다.

때문에 종합상황실에서 지령을 잘못 내렸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편의점이 금은방 등과 함께 ‘현금다액취급업소’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현금다액취급업소에서 112신고가 접수되면, 코드 0~1단계 지령이 하달된다”고 말했다. ‘현금다액취급업소’인 편의점에서 ‘손님에게 맞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는데도, 긴급신고에 해당하지 않는 지령을 하달하고, 운용 가능한 순찰차가 없다는 이유로 무려 36분 만에 현장에 출동한 것이다.   

이에 지난 29일 인천경찰청 112종합상황실 관계자는 코드 2 지령을 하달한 것에 대한 적절성을 묻는 시사저널의 질문에 “확인해 보겠다”고 얘기한 뒤에 아직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연수경찰서는 A씨를 특수폭행과 특수손괴,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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