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윤석열, 정권교체 여론 믿어 金 쳐내고 李 패싱”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1.3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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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캠프 중도확장 필요성 못 느끼는 듯”
“이대로라면 집권 해도 尹 측근 논란 번질 것”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불거진 ‘대선 후보-당 대표 갈등설’에 대해 “높은 정권 교체 여론을 믿고, 윤 후보 측근들이 ‘라이벌’인 이준석 대표는 패싱하고 ‘바깥 사람’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쳐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30일 방송된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윤 후보 측근들이 중도 확장의 필요성을 느꼈다면 이런(갈등설) 게 불거질 리가 있나. 결국 보수 유권자만으로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10월19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시사저널 이종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0월19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앞서 진 전 교수는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 후보의 ‘측근 정치’를 저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의 핵심 측근으로 장제원 의원을 꼽았다. 진 전 교수는 장 의원을 생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은 차지철 청와대 경호실장에 빗댔다. 이에 같은 날 장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반발, 두 사람 간 설전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진 전 교수는 “어디 감히 (국회의원이) 유권자를 고소한다는 말을 하나”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진 전 교수는 “장제원, 권성동, 윤한홍이 윤 후보의 핵심 측근이라는 사실은 당내 사람만 ‘쉬쉬’하는 대내비”라며 “윤 후보는 ‘장제원이 아무 직책도 맡고 있지 않다’고 했는데 말이 안 되는 해명이다. 그럼 최순실은 무슨 직책이 있어서 (정치에) 간섭을 했던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진 전 교수는 “결국 (인사에서) 자꾸 논란이 생기는 건 선거전략과 선거기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시대정신을 읽고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인사를 해야 하는데, 저 사람들(윤 후보 측근들)은 단지 지분 나눠먹기를 하고 있다. 혁신, 변화의 메시지를 전혀 읽을 수 없는 인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대위 구성을 두고 국민의힘이 시끄럽다.

“어떤 사람을 앉히냐, 안 앉히냐 이런 문제 양상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선거전략의 문제고 선거 기조의 문제다. 어떤 식으로 선거를 치르겠다, 이 선거의 시대정신이 뭐다, 이 선거의 성격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 우리는 이런 식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거기에 맞는 인사들을 배치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전혀 안 되고 있다. 그래서 비선실세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윤 후보를 둘러싼 ‘문고리 3인방’ 논란을 말하는 것인가.

“안에서는 ‘쉬쉬’ 하겠지만, 장제원, 권성동, 윤한홍을 윤 후보의 ‘문고리 3인방’이라고 한다. 그 중 장 의원은 아들의 음주운전 논란이 있었고, 권 의원은 과거 강원랜드 채용비리 논란에 휘말렸던 인물이다. 조국사태를 비판하며 공정을 말했던 윤 후보가 이런 사람들을 데려왔다. 그 중에서도 장제원이 윤 후보의 핵심측근인 것 같다. 밖에서는 다 알고 있는 대내비다.”

장제원 의원은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어디서 (국회의원이) 유권자를 고소한다고 말을 하나? 나는 그냥 (페이스북에) 떡밥을 던져본건데 바로 문 것이다. 그래서 실세가 맞구나 판단했다. 반드시 고소하라고 하라. 안 하면 내가 가만히 안 둘 것이다. 한 달을 때려댈 것이다.”

윤 후보가 직접 나서서 비선실세는 없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장제원이 아무 직책도 맡고 있지 않다고 말했는데, 이게 해명이 안 된다. 그럼 최순실은 무슨 직책이 있었나. 직책이 없는데도 여기저기 막 관여를 하니까 비선실세라고 얘기를 하는 것이다.”

실세가 있으려면 우선 권력을 쥐어야 하는 것 아닌가. 현재 여야 선거 양상은 박빙인데.

“결국 보수층만으로도 대선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권 교체 여론이 워낙 높지 않나. 중도 확장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그렇다보니 ‘굳이 바깥사람들을 끌어 들여서 우리의 권력을 나눠주느냐’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김종인은 쳐내고, 라이벌인 이준석은 패싱하는 것이다.”

실제 대선에서 윤 후보가 유리한 구도에 있다고 생각하나.

“일단 후보 간 인물 경쟁력, 도덕성은 (여야 후보) 피차 비슷하다. 그렇다고 어떤 ‘바람’을 탄 후보도 없다. 그래서 구도로만 보면 유리할 수 있다. 그런데 대선에서 이겨서 설사 집권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좀 더 나은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는 게 현재 중도층의 바람인데, (윤 후보가 이기면) 다 옛날 사람들이 그대로 돌아오는 꼴이다.”

윤 후보 측을 위해 ‘화력지원’ 하지 않았나. 맘이 바뀐 것 같다.

“이제 지원할 이유를 모르겠다. 명분이 사라졌다. 내가 화력지원에 나섰던 것은 보수가 노력하려는 시늉이라도 했기 때문이다. 집권여당의 압도적인 입법독재를 견제할 세력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 (화력지원의) 결과라는 게 옛날 사람들이 돌아와 지분 싸움을 벌이는 것이라면, 나는 이제 관망할 것이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에 대한 기대는 없는 것 같다.

“박근혜 정권의 패전투수 경력을 갖춘 사람이다. 정작 선대위를 이끈 경험이 없다. 윤 후보 측 인사들이 보기에는 만만한 인물이다.”

김병준 위원장도 보수 혁신을 말한 인물아닌가.

“객관적 평가가 그렇다는 것이다. 결국 김종인 전 위원장이 본인들(윤 후보 측근들)의 전횡을 가만히 둘 리 없으니까, 김병준 위원장을 통해 견제하려 했던 것이다. 김 전 위원장도 번번이 김 위원장과 부딪힐 것 같으니까 안 간다고 한 것이다.”

결국 국민의힘 내홍이 계속되면 이재명 캠프에는 호재가 되는 게 아닐까.

“민주당에서는 만세를 부를 것이다. 축구에서 포메이션을 짤 때는 상대가 가장 곤란한 포메이션을 짜야 되는데, 지금 윤 후보는 상대가 제일 바라는 포메이션을 짜놓고 있는 것이다. 중도보수 연합이 아닌 수구보수들이 다시 모인 느낌이다. 그렇다면 (윤 후보의) 리드가 과연 지켜지겠느냐. 이 진영을 가지고는 확신을 못 하겠다.”

진 전 교수 발언의 전체 내용은 아래 영상이나 유튜브 채널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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