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홍역 치르는 이준석표 ‘SNS 정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12.0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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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 안 되는 ‘이준석 잠적’ 논란
“응원한다”vs“잘못했다” 엇갈린 반응 속 사태 장기화 관측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당무 보이콧에 따른 논란이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이 대표 페이스북 게시물로 시작된 이번 논란이 당 내홍으로 번지면서 좀처럼 수습되지 않는 분위기다. 

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한 반응이 갈린다. 이 대표를 두둔하고 윤석열 대선 후보 측을 비판하는 시각이 있는 한편, 이 대표의 처신이 대표답지 못하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당무에 복귀하지 않고 있어, 이번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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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문법과는 다른 이준석표 ‘SNS 정치’

이번 사건의 발단은 이 대표가 29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_^p’ 등 어구를 남기면서 시작됐다. 뚜렷한 배경 설명 없이 해당 어구만 올린 터라 즉각 논란에 휩싸였다. 이 대표와 윤 후보 측이 선대위 구성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었던 때여서, 해당 문구가 사실상 윤 후보 측을 저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이 때 나왔다. 다음날 이 후보가 공식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잠적하면서 논란에 불을 댕겼다.

이 대표가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이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표는 최근 벌어진 스토킹 범죄 사건과 관련한 ‘반페미니즘’ 발언으로 정의당과 신경전을 벌였다. 또 이 대표는 지난달 5일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직후 벌어진 청년층의 탈당 러시를 두고 페이스북에서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 ‘사이다’라는 호평도 이어졌지만, 일각에선 비판도 쏟아졌다. SNS를 통해 활발하게 의사를 전하는 이 대표식 정치가 돌발 행동으로 번지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한 때 “이준석 대표의 핸드폰을 뺏어 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이 대표가 올린 게시글의 댓글을 보면 “이준석 힘내라”는 반응과 “그럴 거면 당을 떠나라”는 비판이 상충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대표 없이 대선 치르기 어렵다(홍준표 의원)”라며 이 대표의 행보를 두둔하는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관종’ 이준석 대표를 그냥 두자. 푹 쉬어라(전여옥 전 의원)”는 비판이 나왔다.

선거대책위원회 인재 영입 및 운영 관련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측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1일 국회 국민의힘 사무실 복도에 붙여진 이 대표와 윤 후보의 포스터 ⓒ 국회사진취재단
선거대책위원회 인재 영입 및 운영 관련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측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1일 국회 국민의힘 사무실 복도에 붙여진 이 대표와 윤 후보의 포스터 ⓒ 국회사진취재단

“이준석 잠적은 이유있는 항변”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사건의 책임을 이 대표에게 물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 대표도 선대위에 합류한 사람이고 당연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며 “이번 사태의 책임은 이 대표가 아닌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윤 후보에게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페미니즘 운동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 왔던 이 대표로선 이수정 교수 영입에 반대하는 태도를 충분히 취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이 대표가 잠적한 것은 ‘이유있는 항변’”이라고 평가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도 “(당 대표가 당무를 보이콧하고 잠적하는 것이) 2020년대 들어서 벌어졌다는 게 신기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 정도로 당내 리더십이 혼란스러운 상황이고 후보가 당 대표를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 대표는 본인이 잠적한 이후 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선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대표가 잠적한 것은) 당 대표로서의 위상을 세워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거나 윤석열 후보의 승리보다 자기 정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잠적했다고 알려진 이 대표는 전날(30일) 부산에 내려가 지역 현안을 살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표는 전날 김철근 정무실장, 김용태 청년최고위원 등과 동행해 김해공항을 거쳐 부산에 내려갔으며, 이성권 부산시 정무특보와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만난 데 이어 이날에는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을 방문했다. 

일각에선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당시 대표가 친박계 후보의 공천에 반발해 대표 직인을 들고 부산에 내려간 ‘옥새파동’이 연상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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