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공포] “위드 코로나로 순풍 기대했는데…”
  • 박성수 시사저널e. 기자 (holywater@sisajournal-e.com)
  • 승인 2021.12.09 07:30
  • 호수 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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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태풍 만난 항공업계 한숨도 깊어져…인력 구조조정 압박에 생존권 위협까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달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처음 발견된 오미크론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거쳐 유럽과 북미, 호주, 아시아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오미크론을 막기 위해 지난 달 말 기준 전 세계 70여 개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여행 제한 조치를 강화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 11월30일부터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막았으나, 국경 봉쇄 전 오미크론 확진자가 입국한 사실이 알려지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우리 정부도 남아공을 포함해 인접국 8개국에서 오는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으며, 트래블버블 협정국가에서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오면 입국 제한 등 서킷브레이커(비상계획)를 발동할 방침이다. 당장 항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항공업계는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국제선 노선 재개를 기대했으나, 오미크론 출현 후 국제선 운항 정상화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항공업계는 당초 계획대로 기존 노선 증편을 진행하며 당분간 추이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나, 오미크론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경우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위드 코로나’ 시행에 맞춰 국제 노선 재개를 기대했던 항공업계가 오미크론 확산으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연합뉴스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하자마자 구조조정?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오미크론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당분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여객 대신 화물운송을 중심으로 수익을 냈다. 지난 3분기 대한항공은 별도 기준 매출 2조2270억원, 영업이익 438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3.6% 늘었고 영업이익은 60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19.7%로 코로나19 이전보다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 매출 1조360억원, 영업이익 1603억원으로 각각 41.7%, 2680% 증가했다.

문제는 통합 이후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에도 국제선 운항이 회복되지 않으면 잉여 인력을 감당하지 못해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양사는 같은 산업군이라 중복 인력이 상당하다. 대한항공 측에 따르면 통합 후 중복 인력은 12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지난해 통합 계획 발표 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우기홍 사장도 간담회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매년 발생하는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 인원을 감안하면 구조조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오미크론 사태로 국제선 운항이 늦어질 경우 인력 구조조정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양사가 화물운송으로 수익은 내고 있지만, 국제선 재개 없이는 기존 인력을 모두 활용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지난 8월 기준 국제선 운항 감소로 전체 직원의 약 62%가 휴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선이 다시 활성화돼야 휴직자들이 현업에 복귀하고 인력 조정 없이 회사 운영을 할 수 있지만 오미크론으로 국제선 재개 시점이 늦어지거나 중단될 경우 통합 후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 결합 승인 조건으로 운수권·슬롯 재배분 등을 포함한 조건부 승인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이에 따라 운수권이 줄어들 경우 운항노선이 감소해 인력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통합 항공사가 운항하는 143개 국제선 중 점유율이 50%를 넘는 노선은 32개(22.4%)다. 특히 뉴욕, 로스앤젤레스, 바르셀로나, 시드니, 시카고 노선은 점유율이 100%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양사의 경우 통합 후 구조조정 우려가 있지만, LCC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국내 LCC업계는 대형 항공사(FSC)들과 달리 화물운송이 사실상 불가능해 그동안 국내선을 중심으로 여객기를 운항했다. 하지만 국내선에 LCC들이 모두 몰리면서 출혈경쟁이 심해졌고 수익성도 악화됐다. 지난 3분기 국내 LCC 영업손실은 제주항공 913억원, 진에어 445억원, 티웨이항공 391억원, 에어부산 513억원으로 진에어를 제외하면 작년 대비 손실 폭이 커졌다.

11월28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에티오피아 항공을 이용해 아디스아바바에서 출 발한 승객이 방역 관계자에게 격리 관련 안내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시계 제로’ LCC, 오미크론에 생존권마저 위협

LCC업계는 연말 트래블버블을 맺은 사이판과 싱가포르를 비롯해 괌, 태국, 베트남 등 국제선 운항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오미크론 사태로 운항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선 운항이 막힐 경우 LCC는 자금난 등의 문제로 회사 생존이 위태롭게 된다. 지난 3분기 대다수 LCC는 적자가 지속되면서 자본잠식에 빠졌다.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24여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돌입했다. 진에어와 에어서울도 각각 –19여억원, -1506여억원을 기록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 플라이강원은 자본잠식은 아니지만 부채비율이 각각 856%, 588%, 3044%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 이에 LCC는 유상증자를 통해 긴급수혈에 나섰다. 진에어와 제주항공은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1238억원, 2066억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4월 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으며 에어부산도 유상증자로 2271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문제는 오미크론으로 인해 국제선 정상화 시점이 늦어질 경우 리스료·인건비·주기료 등 고정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곳간이 금세 바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 LCC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지난 2019년 26.3%에서 2020년 4.7%로 뚝 떨어졌으며, 올해도 6.2%로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 이 기간 FSC는 38.8%→58.4%→50%, 외항사는 34.9%→ 36.9%→43.8%로 점유율이 크게 상승했다. LCC 한 관계자는 “작년부터 적자가 계속되는 가운데 유상증자로 살길을 찾고 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결국 캐시카우(수익 창출원)인 국제선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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