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구속영장 기각…미궁 빠진 대장동 ‘윗선 수사’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2.0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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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증거에 ‘50억 클럽’ 수사도 동력 상실
여야 특검 논의도 지지부진…“국민 분노 부를 것” 비판도
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아들을 통해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출신 곽상도 전 의원이 2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아들을 통해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출신 곽상도 전 의원이 2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수사가 미궁에 빠지고 있다. 이른바 ‘50억 클럽’ 당사자로 거론된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2일 기각되면서다. 향후 ‘대장동 윗선’을 향한 검찰의 수사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50억 클럽의 다른 당사자들 역시 곽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진술 외 구체적인 로비 증거를 포착하지 못한 탓이다. 검찰 수사가 이대로 종료된다면 여야의 특검 공방이 다시금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일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받는 곽 전 의원에 대해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곽 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로비 명목의 퇴직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2015년 화천대유가 속한 컨소시엄에서 하나은행이 이탈하려는 것을 곽 전 의원이 막아주는 대가로 그의 아들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안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그 정황과 진술만 확보했을 뿐, 곽 전 의원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영장 청구서에 기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검찰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앞서 검찰은 11월17일 곽 곽 전 의원 주거지와 사무실, 하나은행 본점 등을 압수수색했다. 11월27일에는 곽 전 의원을 직접 소환해 약 17시간 가량 조사했다. 2일 새벽 서울구치소에서 나온 곽 전 의원은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한 것 같다”며 “50억 클럽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나중에 법원에 가서 밝히겠다”고 말한 뒤 구치소 앞을 떠났다.

곽 전 의원이 구속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다른 50억 클럽 인사들의 구속 가능성도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50억 클럽은 대장동 개발업자들이 금품을 제공했거나 주기로 약속한 인사들로, 곽 전 의원을 포함해 박영수 전 특별검사,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6명이 거론된다. 김 전 총장과 최 전 수석을 제외한 4명은 모두 최근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대가성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대장동 관련 로비 의혹 수사는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수상한 돈을 ‘준 사람’은 있는데 ‘준 이유’를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대장동 관련 수사에서 화천대유 관계자 외 정계‧법조계 인사들이 모두 법망을 빠져나간다면, 관련 특검 논의에 다시금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장동 특검은 정기국회는 물론 연내 처리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 11월30일 국회 법사위에선 대장동 특검을 놓고 여야 이견 끝에 상임위원회가 파행됐다. 여당이 ‘쌍특검’의 전제 조건으로 내놓은 ‘고발사주 의혹 특검’은 아직 여야 논의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특검 임명과 활동 시한 등을 고려하면, 여야가 대장동 특검을 정쟁용으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 “여야 대선 후보 모두 특검을 하자고 했기 때문에 국회가 나서서 빠르게 조건 없는 특검을 진행하는 게 맞다”며 “특검 논의가 흐지부지 사라지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여야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관련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며 상대편 공세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국정 운영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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