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공포] 남아프리카발 재앙, 백신 효과 없으면 최악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1.12.03 10:00
  • 호수 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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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폭증에 더해 오미크론까지 유입⋯전문가들 “자영업자 지원하며 거리 두기 강화해야”

‘위험.’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Omicron)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1월26일 이 변이 바이러스를 ‘우려 변이(VOC)’로 분류했다. 오미크론은 알파, 베타, 감마, 델타에 이어 다섯 번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다. WHO는 11월29일 “오미크론은 많은 수의 돌연변이를 지닌 매우 다른 변이다. 돌연변이의 일부는 우려스럽고 면역 회피 가능성이나 더 높은 전염성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 오미크론이 전 세계적으로 더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사실 오미크론은 꾸준한 감시로 비교적 빨리 발견됐다. 11월 중순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유전체감시네트워크(NGS-SA)는 일상적인 감시활동 중 남아공 가우텡주에서 이상한 코로나바이러스 변화를 감지했다. 이 변이 샘플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랜싯연구소는 너무 심하게 변이된 사실을 확인했다. 안젤리크 쿠체 남아공 의사협회장은 11월24일 이 사실을 WHO에 보고했다. 

ⓒREUTERS·연합뉴스

WHO의 경고가 나오자마자 우리나라 등 세계 각국은 국경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약 8일 만에 국내에서도 오미크론 감염자가 발생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11월30일 국무회의에서 “만약 오미크론이 유입된다면 지금 상황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지 하루 만의 일이다. 12월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나이지리아를 다녀온 40대 부부와 30대 지인 그리고 다른 50대 여성 2명 등 최소 5명이 오미크론 감염자로 확인됐다.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검사도 진행 중이어서 앞으로 오미크론 감염자는 더 발생할 전망이다. 

이처럼 오미크론의 특징은 전파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오미크론에 감염된 환자들의 증상은 비교적 가벼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파력이 델타 변이보다 최대 5배 빠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오미크론은 발견된 지 일주일 만에 육대주로 번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은 이 변이 바이러스 표면에 스파이크 단백질 돌연변이가 최소 32개 이상이라는 점이다. 현재 세계 주종이 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는 16개다. 따라서 오미크론이 현재 주종인 델타 변이를 대체해 주종이 될 것인지, 치명률은 높은지, 백신을 무력화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WHO는 오미크론 분석에 착수했다. WHO는 성명을 통해 “오미크론의 전염력과 중증 위험도 등이 아직 뚜렷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에는 전염성, 감염의 중증도, 백신의 성능 등이 포함된다”고 발표했다. 

2~3주 이내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최악의 시나리오는 오미크론이 기존 백신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지금까지의 백신 접종은 물거품이 되며, 국제사회는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 백신을 아무리 빨리 만들어도 대량생산까지는 수개월이 필요하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남아공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의 돌파감염 사례가 많다.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사람이 다시 오미크론에 감염된 경우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기존 백신 효과가 낮을 가능성이 있다. 백신 무력화 여부는 사람들에게 접종한 후 실제 효과(Real-world effectiveness)가 얼마나 되는지를 봐야 확신할 수 있다. 실제 효과가 50% 미만이면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존 백신 효과 50% 미만이면 새 백신 만들어야 

‘위험도 매우 높음.’ 국내 코로나19 상황을 진단한 방역 당국의 평가다.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 등 주요 17개 지표를 평가한 결과 위험도가 매우 낮음·낮음·중간·높음·매우 높음 등 5단계 중 최상위 단계로 상향 조정됐다. 감염자·중환자·사망자 발생 모두 11월 들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단계적 일상 회복 한 달 만인 12월1일 신규 감염자 5123명, 위중증 환자 723명으로 모두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4대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김우주 교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주종인 점,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유리한 겨울인 점,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시행하면서 거의 모든 방역 수준을 낮춘 점, 이에 따라 국민의 경각심이 떨어진 점 등 4대 악재가 겹친 시점이다. 모두 예상할 수 있고 대비할 수 있는 것들인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상 가동률 사실상 100%”

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 초기에 정부는 하루 확진자 5000~1만 명까지 예상한다고 했으나 중환자 급증을 대비하지는 못했다. 방역 당국의 오판으로 인해 방역 수준은 매우 낮아졌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공개한 엄격성 지수(Stringency Index) 11월27일 자료를 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39점으로 몽골(37)·방글라데시(36)와 함께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이는 인도(45)·일본(47)·필리핀(74)·중국(76)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낮은 수준이다. 10월31일까지만 해도 한국의 엄격성 지수는 47점이었으나 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 첫날인 11월1일 39점으로 추락했고 11월 내내 유지됐다. 세계적으로도 30점대는 러시아와 아프리카·중남미 일부 국가뿐이다. 미국과 유럽은 40~50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엄격성 지수는 모임 인원이나 다중이용시설 영업 등 9개 분야 방역조치를 평가해 각국의 코로나19 대응 수준을 분석한 것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방역 강도가 세다는 뜻이다.

구글 이동량 분석에서도 주요국들의 이동량은 2020년 초반보다 감소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최근 4주 이상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경각심이 그만큼 떨어진 것이다. 이를 방역 당국도 인지하고 있다. 정부는 “출입명부 작성, 방역 패스 확인, 1m 거리 두기 등 방역수칙이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보고된다. 연말연시와 겨울방학 등으로 모임과 이동량 증가가 예상되고 음주·식사·숙박 등 실내 밀접접촉 증가로 추가 확산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백신 접종 완료율이 80%인데도 감염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사람 간 접촉 빈도가 높아진 점과 백신의 중증 예방 효과가 예상보다 빨리 떨어진 것이 현재 국내 코로나19 상황의 배경이다. 

올해 2월 국내 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 정부는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2차 접종용 백신까지 미리 소비했다. 2차 접종용 백신이 부족해지자 접종 시기를 최대 12주까지 늘려 잡았다. 당연히 추가 접종(부스터샷) 시기도 뒤로 밀렸다. 그 사이에 백신 효과는 점점 떨어졌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의 면역 효과는 접종 후 3~4개월부터 떨어진다. 국내외 연구에서도 백신 접종 후 4~5개월이면 면역 항체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 초기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고령층은 현재 방어 항체가 없는 상태인 셈이다. 

결국 돌파감염이 증가했다. 최근 2주간(10월31일~11월13일) 12세 이상 감염자 2만6000여 명 중 백신을 한 번 이상 접종한 사람은 67.5%이고 미접종자는 32.5%다. 감염자 수가 늘어나면서 중환자와 사망자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11월1일 343명이던 중환자는 12월1일 723명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퇴원한 사람과 사망자를 제외하고도 이 정도다. 전체 위중증 환자의 85.5%, 사망자의 96.8%를 60세 이상이 차지한다.

연쇄적으로, 병상이 부족한 상황까지 몰렸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현재 중환자 병상은 1135개다. 11월29일 현재 병상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1149명이다. 거의 모든 병상이 가동 중이어서 이들 중 약 425명만 입원할 수 있다. 11월 넷째 주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은 수도권 83.4%로 한계치다. 전국도 70.6%로 위험 수준이다. 

김 교수는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수치상으로는 80%라고 해도 의료 현장에서는 사실상 100%다. 환자마다 간호사가 붙어야 하고 노하우를 가진 노련한 의사가 상주해야 하며 의료장비도 있어야 한다. 환자는 보통 2~3주 입원해 치료받아야 하므로 병상이 잘 비워지지 않으며 사망자가 생겨야 겨우 병상이 나오는 형국이다. 90세 고령 환자도 병상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의료 현장의 실상을 전했다. 

방역 대책 빠져 “특별하지 않은” 특별대응계획

코로나19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정부는 11월29일 특별대응계획을 발표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 2단계 전환을 보류하고 4주간 특별방역대책을 실시한다는 것이 골자다. 애초 정부는 지난 4주간 시행한 단계적 일상 회복 1단계 결과를 평가하고 방역을 더 완화하는 2단계 적용을 검토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예상보다 거세다는 점을 고려해 2단계 시행을 미루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핵심 두 가지가 빠졌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상황이 매우 위험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다중이용시설 이용시간과 사적 모임 인원을 제한하지 않은 것이다. 김 교수는 “다중이용시설 이용시간과 사적 모임 인원을 제한해야 감염자·위중증 환자·사망자를 줄일 수 있는데 이를 배제한 특별방역대책은 한마디로 특별하지 않은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특별대응계획에 따라 모든 코로나19 감염자는 집에서 대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병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호자가 없어 돌봄이 필요한 경우(소아·장애인·70세 이상 접종자 등), 감염에 취약한 주거 환경인 경우, 입원 요인이 있는 경우에만 의료기관에 입원할 수 있다. 

11월24일 6000명이 채 되지 않았던 재택치료 대상자가 11월30일 9702명으로 껑충 뛰었다. 감염자가 있는 집의 다른 가족은 최대 20일 동안 출근과 등교 등 모든 외출이 금지된다. 자칫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은 일자리를 잃을 수 있고, 감염자의 거주지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김 교수는 “재택치료는 거의 방치 수준이다. 산소포화도가 94% 이하로 떨어지면 병·의원에서 진료받도록 하겠다지만 그쯤 되면 이미 폐렴·의식 저하·호흡곤란이 생기는 중증이다. 요즘은 구급차도 수배하기 어려운데 어렵게 구급차를 수배했더라도 병상이 없어 대기해야 한다. 병상 부족을 때우려고 내놓은 재택치료로 중환자가 더 늘어나 병상이 더 부족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특별방역대책은 방역의 고삐를 죄지 않을 테니 감염자는 집에서 살아남으라는 메시지와 다름없다. 뾰족한 대책을 국민에게 전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 유흥시설의 집합금지, 사적 모임 인원 축소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각계 의견을 취합해 12월3일 중대본 회의에서 최종 방안을 논의한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추가 접종뿐이다. 백신을 맞았더라도 어떨 수 없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염·위중증·사망 예방 효과는 줄어든다. 따라서 추가 접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권고다.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은 접종 완료자보다 감염 위험 2.3배, 위중증 발생 위험 11배, 사망 위험은 4배 높다. 해외 사례에서도 추가 접종 후 예방 효과가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스라엘은 기본 접종 5개월 후 추가 접종을 시행했는데 기본 접종만 마친 사람보다 감염률은 11.3배, 중증화율은 19.5배 감소했다. 

국민 10명 중 5명 “거리 두기 강화해야”

국내 백신 접종 초기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사람 1100만 명과 얀센 백신을 맞은 사람부터라도 신속하게 추가 접종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K방역은 무너졌다. 현재는 의료진의 피땀으로 겨우 버티는 중이다. 올겨울 감염자가 하루 1만 명 이상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겨울처럼 자영업자를 지원하면서 거리 두기를 하고, 사적 모임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이런 방역은 풀어진 국민의 경각심을 다잡는 데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렇게 하면서 추가 접종을 빠르게 진행해야 오미크론에 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시사저널이 시사리서치에 의뢰한 국민 여론조사(이어진 기사 참고)에서도 경제적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거리 두기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48.2%로 나타났다. ‘단계적 일상 회복 유지’에 찬성하는 응답은 34.6%에 그쳤다. 이처럼 국민과 의료계는 방역의 고삐를 당기라고 주문한다. 일상이 무너지면 코로나19 이후 돌아갈 일상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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