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았다 요놈’…동생 친 뺑소니범, 누나가 당근마켓서 잡았다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1.12.0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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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피해자 가족 제보로 뺑소니 용의자 조사
10대 가해자, 범행 사실 인정…검찰로 송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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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누나가 사고 현장에 남겨진 증거들을 이용해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용의자를 특정, 경찰에 넘긴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2일 전북 익산경찰서 측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오후 6시30분쯤 전북 익산시 어양동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몰던 10대 운전자 A씨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던 B씨를 들이받고 도주하는 뺑소니 사고가 발생했다.

B씨 측에 따르면, 사고 당시 B씨는 의식을 잃은 채 현장에서 쓰러졌다. 주위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당시 운전자는 ‘잠시 전화를 하고 오겠다’면서 사고 현장을 떠나 그대로 사라졌다. B씨는 손가락 골절상 등 총 전치 4주의 부상을 입고 병원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사고 이후 경찰의 운전자 검거가 늦어지자 B씨의 누나 C씨는 현장에 남겨진 오토바이와 헬맷을 토대로 직접 범인 특정에 나섰다. C씨는 도주한 운전자가 헬맷을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구입했다는 추정 아래 ‘당근마켓’에서 사고 현장에 남기고 간 헬맷과 같은 제품을 검색했다. 이윽고 같은 제품으로 보이는 헬맷이 판매된 결과를 찾아냈고, C씨는 판매자에게 연락해 헬맷 구매자의 당근마켓 아이디를 얻어냈다.

또한 C씨는 당근마켓에 ‘뺑소니 오토바이를 찾는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해 해당 오토바이를 거래한 적이 있는 당근마켓 이용자를 수소문했다. 이윽고 해당 오토바이의 판매글을 본 적이 있다는 한 이용자가 등장했다. C씨는 해당 이용자로부터 오토바이 판매글 캡처본을 전달 받았다. 오토바이 판매글 작성자와 C씨가 찾아낸 헬맷 구매자는 동일한 아이디였다. C씨는 이 시점부터 해당 아이디의 사용자가 뺑소니 가해자라는 확신을 가졌다.

C씨는 물건 거래를 가장해 해당 아이디 이용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C씨의 메시지를 받은 A씨는 ‘뺑소니 사고를 당하신 분이냐’고 묻더니 범행 사실을 고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C씨에게 “사고 당시엔 무서워서 도망갔다”는 취지로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C씨는 A씨의 진술 내용과 연락처 등을 경찰 측에 넘겼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고, A씨는 결국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B씨와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단, 미성년자인 A씨는 운전자 보험 등에 가입돼 있지 않은 상태여서 피해자 측과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현재 검찰 측에 송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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