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선대위] ‘총리 추천권’ 카드로 정계 개편-정치 개혁 잡는다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10 10:00
  • 호수 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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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의 전략①] 尹 선대위, ‘3金’ 내세워 중도 대전환…이재명 역포위 전략
‘협치 내각’ 카드로 정치 혁신 명분 잡고 ‘민주당 자중지란’ 노려

대통령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 콘셉트는 대선 승리로 가는 길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주창하는 이른바 ‘세대 포위론’(60대 이상 전통 지지층과 2030세대를 결합하는 선거전략)이 바로 콘셉트다. ‘선대위’라고 줄여 부르는 선거대책위원회는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 인사 등을 통해 이 콘셉트를 대선 기간 내내 국민에게 전달하는 플랫폼이다. 선거 콘셉트는 구도와 인물, 이슈라는 선거의 3대 요소를 감안해 당과 후보, 진영의 모든 역량이 동원돼 숙의에 숙의를 거쳐 전략적으로 정해진다. 

김종인-김병준-김한길로 尹 약점 보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2월6일 선대위 발족식에서 남은 대선 90여 일을 어떻게 보내겠다는 ‘대선 콘셉트’를 밝혔다. 핵심 열쇳말은 ‘반문(反문재인) 빅텐트’다. 구체적인 메시지는 세 문장으로 요약 가능하다.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사라질 수 있다”(정권교체 필요성 역설) → “백 가지 중 아흔아홉 가지가 달라도 정권교체의 뜻 하나만 같다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반문 빅텐트) → “중도와 합리적 진보로 지지 기반을 확장해 이들을 대선 승리의 핵심 주역으로 만들어내야 한다”(반문 빅텐트의 방향성 제시). 한마디로 정권교체라는 대의 아래 반문의 보수·중도 대연합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구체성이다. 그동안 윤 후보의 ‘반문’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이를 뒤집겠다는 추상적인 말에 그쳤다. 국민 대다수는 아직도 ‘윤석열의 대표 공약’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실제 윤 후보는 여태껏 정제된 대표 공약 하나 내놓지 않았다. 현재 윤 후보 지지율은 정권교체 여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유권자라도 정권 심판론만 내세우는 윤 후보에게 만족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대선은 회고적 성격뿐만 아니라 미래 지향성도 함께 담고 있다.

윤 후보는 여기에 대한 답도 냈다. 정책 역량의 상대적 열세를 감안해 ‘후보 경쟁력’ 대신 높은 정권교체 여론이란 ‘구도’를 앞세우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그러려면 남은 90일간 윤 후보 대신 싸워줄 중량급 참모가 필요하다. 윤 후보는 12월6일 페이스북에 “정치는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수사를 걷어내고 보면 ‘사람들’이란 표현 안에는 윤 후보의 약점을 보강해줄 핵심 조력자들이 자리한다. 바로 중도와 합리적 진보로 지지 기반을 확장해줄 인물들이다. 

선대위 지도부인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전 민주당 비대위원장),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전 노무현 정부 청와대정책실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이 대표적이다. 이들도 반문 인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윤 후보 측은 이 3명이 상징하는 대선 전략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선 승리는 물론 집권 이후까지 내다보는 전략이 담겨 있다는 ‘김종인-김병준-김한길 삼각편대’는 과연 어떤 콘셉트를 그리고 있을까. 셋의 밑그림이 서로 충돌하진 않을까. 시사저널이 분석해 봤다. 먼저 첫 번째 분석은 김종인 위원장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정계 개편 구상이다.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KSPO돔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왼쪽부터),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윤석열 대선 후보,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이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KSPO돔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왼쪽부터),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윤석열 대선 후보,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이 인사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집권하면 민주당 깨는 정계 개편 불가피 

“쿠데타적 발상을 하는 사람”(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그가 어떤 의제를 이슈화하느냐가 이번 대선의 핵심”(최창렬 용인대 교수), “그로 인해 분란은 생기겠지만, 국민의힘엔 플러스 효과가 훨씬 클 것”(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모두가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일컫는 말이다. 윤 후보는 지난 한 달여를 선대위 내 불협화음과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김종인 위원장을 선대위 ‘원톱’으로 인선하기 위해 허비했다. 그만큼 그가 꼭 필요했다는 얘기다. 윤 후보는 ①선대위 질서 확립 ②중도 확장 ③약점 보완 등으로 요약되는 ‘김종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선대위가 발족한 12월6일 이후 김종인 위원장은 과감한 의제들을 던지며 단숨에 선거판의 중심에 섰다. 12월8일 조선일보·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밝힌 협치 내각 구상이 대표적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에서 능력 있는 인재를 조각(組閣) 때부터 발탁해 통합민주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민의힘 의석수는 105석으로 민주당(169석)에 맞서려면 상당한 의석이 필요하다. 정의당(6석), 국민의당(3석) 등과의 협치 내각으로는 여소야대 구도를 깰 수 없다. 김종인 위원장은 사실상 ‘국민의힘-민주당’ 대연정에 대한 구상을 밝힌 셈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당 출신’ 장관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종인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당선되면 자연적으로 종전과 같은 정치 형태는 존재하지 못할 것”이라며 “약간의 정계 개편이란 것이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의 자중지란을 노린 정치적 포석일 수도 있지만, 정치권에 향후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올 발언임에는 틀림없다. 

그의 속내는 무엇일까. 김종인 위원장과 가까운 김병민 선대위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이용호 의원을 영입해 지역주의를 넘어서고, 생각이 다른 분들까지 포함시키기 위해 새시대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킨 것처럼 저희가 가야 할 지향점을 밝히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여소야대 상황이니만큼 협치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말씀”이라면서도 “정권교체 이후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에 따른 국정운영의 방향을 제시하신 것”이라고 풀이했다.

관련해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김종인 위원장이 ‘총리 추천권’ 카드를 고리로 정치 개혁 의제 선점은 물론 향후 정계 개편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총리 추천권이란 대통령이 국무총리와 행정 각 부 장관을 임명할 때 국회의 추천을 받도록 하는 안이다. 지금은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얻어 총리를 임명한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내각제 개헌 없이 할 수 있는 권력 축소의 일환이자 기성 정치의 승자 독식 구조를 타파하겠다는 복안인데, 윤 후보는 이미 이를 정치 개혁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제3지대 세력에게도 이 제안은 매력적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개혁 공동정부’를 구성하자며 이 카드를 제시했다. 정의당 또한 2018년 개헌 정국에서 이 안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민주당 내 비주류 의원들을 흔들어볼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정치 혁신과 국민 통합이란 가치를 내세울 수 있는 대의명분도 선다. 즉 총리 추천권 카드로 ①정치 개혁 ②국민 통합 ③정치 통합(후보 단일화·선거 연대) 등의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윤 후보, 김병준 공동상임선대위원장 ⓒ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윤 후보, 김병준 공동상임선대위원장ⓒ국회사진기자단

협치 내각 구상엔 김종인-김병준 주파수 通했다

협치 내각에 대한 구상은 선대위 ‘총괄-상임’ 두 위원장의 생각이 같았다. 안테나 주파수가 통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역시 총리 추천권이 협치 내각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12월8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총리 추천권을 통한 협치는 사실 정치적 합의만 있으면 된다. 개헌 없이도 가능하다. 대통령이 약속만 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총리 추천을 국회가 해서 된 총리는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임명한 게 아니기 때문에 내각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그러면 총리가 분야별로 책임을 나눠 내각을 운영할 수도 있다. 가령 경제정책은 국민의힘이 주로, 사회 부분은 민주당이 주로 하는 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좀 더 구체적인 협치 내각의 밑그림이다. 

그는 “이런 방식은 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 요소가 들어갈 수 있고, 연정이 가능한 구도”라면서 “이런 고민을 더 심도 있게 해야지, 개헌부터 꺼내 세상을 시끄럽게 만드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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