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 없음’…성적 재산출
  • 유경민 디지털팀 기자 (wbql1214@naver.com)
  • 승인 2021.12.1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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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 승소…평가원 “항소 안 해”
15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한 응시자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의 판결을 선고했다. ⓒ 연합뉴스
15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한 응시자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의 판결을 선고했다. ⓒ 연합뉴스

출제오류 논란이 불거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5번)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주어진 조건이 모순되게 잘못 제시됐다”며 해당 문항의 출제오류를 인정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이같은 법원의 판결에 승복하고 해당 문항을 ‘정답 없음’ 처리해 성적을 재산출하기로 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15일 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평가원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앞서 수험생들은 지난 2일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오류가 있어 정답을 찾을 수 없다며 평가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문제에서 제시한 조건을 사용해 동물 집단의 개체 수를 계산할 경우 특정 유전자형의 개체 수가 음수(-)로 나타난다”며 “동물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일 수 없어 이 문제에는 주어진 조건을 충족하는 집단 Ⅰ·Ⅱ가 존재하지 않는 명백한 오류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수능 과학탐구 영역은 문제에 포함된 정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추리·분석·탐구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출제자는 수험생들이 논리성·합리성을 갖춘 풀이 방법을 수립해 문제 해결을 시도할 경우 정답을 고를 수 있도록 문제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수험생들은 피고가 의도한 풀이 방법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으나 충분한 논리성·합리성을 갖춘 방법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문제의 오류로 인해 정답을 선택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이런 상황에서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문제에 명시한 조건 일부 또는 생명과학 원리를 무시한 채 답을 고르라는 것”이라며 “5번을 정답으로 선택한 수험생과 그러지 않은 수험생 사이에 유의미한 수학능력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1심 선고 전까지 정답의 효력을 정지하도록 집행정지를 결정하고, 소송이 접수된 지 13일 만인 이날을 선고 기일로 지정했다. 당초 이달 17일 선고하려 했으나 입시 일정을 고려해 일정을 이틀 앞당겼다.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정답 결정 취소 소송 선고 결과와 관련해 입장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이날 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밝혔다. ⓒ 연합뉴스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정답 결정 취소 소송 선고 결과와 관련해 입장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이날 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밝혔다. ⓒ 연합뉴스

평가원은 법원의 판결을 인정하고 해당 문항을 정답 없음으로 처분하기로 했다. 김동영 평가원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장은 같은 날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오류 소송과 관련해 “항소는 고민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피해가 있을 수 없다”며 “다만 소송 관련된 것도 지휘를 법무부에서 받는다. 관계기관과 입장을 밝혀서 항소하지 않도록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다.

평가원이 이에 승복하기로 함에 따라 생명과학Ⅱ를 응시한 수험생은 이날 오후 6시부터 모두 정답 처리된 성적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한편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수능 출제오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평가원장은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정답결정 취소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무겁고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며 “수험생과 학부모님 그리고 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국민께 충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의 책임을 절감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일이 빚어진 데 대해 통렬히 성찰하고, 새로운 평가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며 “대입전형 일정에는 더 이상 혼선이 일지 않도록 남아있는 2022학년도 대입전형 절차를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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