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 공유 서비스의 옥석부터 가려라”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12.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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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선우 링키드 대표 “OTT는 승자 독식 구조…
계정 공유 서비스로 다양성 유지”

‘넷플릭스 프리미엄 파티원 구합니다.’ ‘티빙 무제한 플러스 계정 공유하실 분 있나요?’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계정을 공유하자는 글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무칭(mooching)’ 현상이다. 무칭은 ‘빌붙다(mooch)’란 뜻의 단어에서 유래한 신조어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티빙 등 OTT 서비스가 콘텐츠 소비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이용자들이 비용을 낮추기 위해 가족 이외 타인과 계정을 공유하는 현상을 말한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OTT 복수 가입 늘면서 ‘계정 공유’ 확산

계정을 공유하면 이용자의 구독료는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넷플릭스는 베이직(9500원), 스탠더드(1만3500원), 프리미엄(1만7000원) 세 가지 요금제로 운영된다. 해당 계정으로 총 4명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하다. 4명이 프리미엄 요금제를 공유하면 1인당 4250원에 넥플릭스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베이직의 절반 수준에 프리미엄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정 공유는 이용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이 때문에 ‘계정 공유 플랫폼’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계정 공유 플랫폼은 이용자들에게 수수료를 받고 계정 결합을 주선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OTT 계정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각종 사기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파티원을 모집한 뒤 돈을 받고 잠적하거나 아이디를 바꾸는 방식으로 소액 사기를 치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전문적인 계정 공유 중개 서비스가 등장했고, 링키드·피클플러스 등 업체들은 소비자 실명 확인 및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 등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OTT 기업과 계정 공유 서비스 플랫폼 간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충돌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OTT 기업들은 계정 공유가 사업자 약관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OTT 기업들의 약관은 공통으로 계정 소유자의 가족·지인 외 타인과의 계정 공유 및 재판매 행위 금지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중개업체가 약관상 조건에 맞지 않는 가입을 중개하고 수익을 취했다면, 사기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가 성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계정 공유 플랫폼의 입장은 다르다. 시장이 커지면서 따라오는 일종의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김선우 링키드(피치그로브) 대표는 “OTT 시장이 형성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과거 MP3가 생기고 불법 음원 다운로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을 때 결국은 구독과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했다”며 “하루빨리 OTT 계정 공유의 옥석이 가려졌으면 좋겠다. OTT 계정 공유 플랫폼들이 바잉파워를 가지게 되면 시장은 결국 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링키드(피치그로브)는 어떤 회사인가.

“피치그로브, 말 그대로 복숭아밭을 의미한다. 공동 창업자 간의 도원결의와 함께 사용자 간 신뢰를 중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하는 포부를 담고 있다. 구독 공유 약정거래 플랫폼 링키드는 이런 포부를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프로젝트다. 링키드는 회원들이 OTT 서비스를 이용할 때 구독료를 절감할 수 있도록 구독 공유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링키드에서 지원하는 OTT 서비스는.

“현재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 왓챠, 애플TV+, 라프텔, 프라임비디오, 테니스TV 등과 같은 OTT의 구독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 오피스365,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 네이버 멥버십, 윌라도 링키드를 통해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초창기에는 확실한 포지셔닝을 위해 OTT 서비스에 특화할 생각이었는데, 예상보다 다양한 분야의 구독 서비스 지원을 요청해 반영한 결과다.”

링키드가 제공하고 있는 OTT 서비스와 이용자들의 넷플릭스 계정 공유 화면
링키드가 제공하고 있는 OTT 서비스와 이용자들의 넷플릭스 계정 공유 화면ⓒ링키드 모바일 앱

계정 공유 중개 서비스, 위법과 적법 사이 
 

OTT 기업들이 계정 공유 플랫폼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부 계정 공유 플랫폼의 약탈적 중개가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저가의 해외 OTT 서비스 계정을 구매해 국내에 재판매하거나, 파티장에게 파티원 수와 상관없이 일정 금액을 보장하며 간접적으로 재판매하는 방식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계정 공유 수요는 OTT 서비스의 콘텐츠 경쟁력에서 나오는데, 이렇게 약탈적인 방식으로 OTT 서비스의 수익성을 일방적으로 저해한다면 결국 자멸할 수밖에 없다.”

계정 공유 중개가 약관 위반이라는 지적이 있다.

“빨리 계정 중개 서비스의 옥석이 가려졌으면 좋겠다. OTT 계정을 매입해 재판매하는 방식은 약관 위반 및 업무 방해의 요소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링키드는 OTT 서비스들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지 않고, 철저하게 사용자 간의 ‘구독 공유 계약’을 보증하고 있다. 대금을 전달하는 기능에 머물러 리걸 이슈를 미연에 방지했다.”

이런 문제가 생길 걸 예상했나.

“그렇다. 애초에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해당 문제에 대해 고려했다. 실제로 일부 계정 중개 서비스의 사업 모델은 우리가 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OTT-소비자-링키드라는 삼각편대를 구성해 소비자들의 실제 수요를 공식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비전을 그리고 시작했다.”

실제로 OTT 기업에서 압박이 들어온 적이 있나.

“아직은 없다.”

현재 제공하는 서비스가 중단될 우려는 없나.

“OTT 업체가 구독 공유를 원천 차단하는 행위는 비즈니스적 자살에 가깝기에 불가능하다. 느슨한 다인용 요금제를 통한 낙전 수익 구조를 과격하게 전환하지 않는 이상 계정 공유 중개 서비스를 차단하는 것은 OTT 업체에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 구독 공유 현상은 우리와 같은 구독 공유 플랫폼의 등장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금 사기나 개인정보 유출,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가 보완된다는 측면에서 협력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본다.”

해외에도 유사한 서비스가 있는지, 벤치마킹한 사례가 있나.

“처음 사업을 구상한 작년 초만 해도 구독권을 공유한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기에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었다. 그래서 주로 커뮤니티 장터에서 사용자들이 어떤 형태로 공유하고, 대금을 거래하는지를 주로 살폈다.”

링키드가 OTT 시장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OTT와 같은 플랫폼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승자 독식 구조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콘텐츠의 경쟁력은 다양성에 바탕하기에 지배적인 사업자의 시장 독점은 오히려 전체 시장의 성장을 저해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오징어 게임》으로 신고점을 찍은 K콘텐츠가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중소형 OTT에도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을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링키드는 복수의 OTT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부담감을 낮춰 시장의 다양성이 유지되도록 순기능을 하고 있다.”
 

“OTT 업체와 계정 중개 플랫폼 공존 가능해”

링키드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평가는.

“론칭을 하고 보니 개발 과정에서 저희가 세운 가설과 사용자의 실제 경험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 투명하게 원인을 밝히고, 개선 방향과 근거에 대해 소통하는 것을 서비스 운영의 기조로 삼고 있다. 이 점을 높게 평가해 주는 이용자분이 많다. 또한 직관적이고 아기자기한 UI가 눈길을 끄는 서비스, 구독 공유를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이용하고자 할 때 좋은 서비스라는 평을 듣고 있다.”

현재 링키드의 이용자 수는.

“10월 중순 론칭 이후, 한 달 반 만에 웹 MAU 기준 11만 명, 구글 플레이스토어 누적 다운로드 수 1만 회를 돌파했다. 세부 수치를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해외 OTT 서비스 론칭과 넷플릭스 구독료 인상과 맞물려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OTT 춘추전국시대가 예상되는 내년에 더욱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링키드의 향후 포부는.

“글로벌 진출→비즈니스 모델 확장→카테고리 확대, 이렇게 3가지 방향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링키드 방식’이 지닌 장점은 해외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OTT의 글로벌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OTT와 같은 디지털 구독 서비스를 넘어 구독 공유의 카테고리를 확장할 계획이다. 일상 속 구독경제와 공유경제의 맹점을 링키드 방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는 앞에서 언급한 필연적인 변화의 파도를 가장 먼저 맞고자 한다. 변화의 결과가 링키드 방식이 아니더라도, 가장 먼저 파도를 맞는다는 것은 누구보다 기민하게 변화에 대응할 기회를 얻는다는 걸 의미한다. 변화된 세상에서 다시 한번 링키드와 피치그로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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