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노조, 6300억원 통상임금 소송, 9년 만에 승소 확정
  • 장지현 디지털팀 기자 (vemile4657@naver.com)
  • 승인 2021.12.1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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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신의칙 위반 아냐…경영 악화 예측할 수 있었다”
원심 파기환송…3만8000명에 6300억원 돌아갈 듯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전경 ©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전경 © 시사저널 최준필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지급해야 하는지를 두고 현대중공업 노사가 9년 동안 벌인 소송전이 노동자 측 승소로 마무리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6일 현대중공업 근로자 10명이 전체 근로자 3만여 명을 대표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소송 상고심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준 2심 결과를 뒤집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기업이 일시적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을 예측했다면 그러한 경영상태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향후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근로자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은 현대중공업 근로자 10명이 사측을 상대로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법정수당과 퇴직금 등의 차액을 청구하면서 개시됐다. 현대중공업의 상여금은 정기상여금과 연말상여금, 명절상여금 등을 포함해 총 800%였으나, 회사는 이 중 명절 상여금(100%)은 전 종업원과 퇴직자가 아닌 재직자에게만 지급했다. 이에 근로자들은 통상임금의 법적 기준을 정기성·일률성·고정성으로 삼아온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회사가 소급분을 지급해야 한다며 2012년 12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9년 간 이어진 소송전의 쟁점은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이었다. 통상임금 소급분을 지급함으로써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면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므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1·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에서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고, 사측이 주장한 신의칙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원고들이 청구하는 금액을 추가로 지급한다고 해서 중대한 경영상의 위기가 초래된다거나 기업의 존립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에서는 근로자들의 주장이 신의칙에 반한다는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신의칙 위배 여부에 대해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변동과 불이익은 오랫동안 대규모 사업을 영위해 온 기업이 예견할 수 있거나 부담해야 할 범위 내에 있고 극복 가능성이 있는 일시적 어려움”이라며 “추가 법정수당의 지급으로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초래된다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향후 노동자 3만8000여 명에게 지급해야 할 4년 6개월(2009년 12월 말~2014년 5월 말)치의 통상임금 소급분은 약 6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 측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당사의 입장과 차이가 있다”며 “판결문을 받으면 면밀히 검토해 파기환송심에서 충분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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