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인터뷰] “모든 부처 정책 공유하는 ‘플랫폼 정부’ 구축해야”
  • 김종일·이원석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24 16:30
  • 호수 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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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인터뷰]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③
“코로나19 대응에 부처 간 협업 부실 드러나”
“정책·정보 공유돼야 위기에 실시간 공동 대응 가능”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선후보들이 ‘플랫폼 정부’ 구축을 고민해볼 것을 조언했다. 정부의 모든 정책 정보를 클라우드에 띄워놓고 청와대와 전 부처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공동 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사회와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점점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정부의 대응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맥락이다. 김 원장은 “현재 우리의 정부 시스템은 1960년대에 만들어졌다”면서 “지금의 세상 모든 일은 복합적이고 융합적인 만큼 그 대응도 융·복합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플랫폼 정부’ 구축에 대한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다.

“모든 부처 간 정책을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정부의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가 지금 어떤 정보를 찾고 싶을 때 포털사이트에 들어가서 키워드만 검색하면 관련 정보가 다 뜨지 않나. 마찬가지 개념이다. 정부의 모든 정책 자료를 클라우드에 띄워놓고 국민과 공무원 모두의 접근성을 확 높이자는 얘기다. 물론 접근성의 단계 구분은 필요하다. 보안이 필요한 자료는 일정 단계 이상의 인가를 받은 사람만 볼 수 있게 하면 된다. 우리의 기술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게 정부의 모든 자료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게 플랫폼 정부 개념이다.”

플랫폼 정부가 왜 시급한 과제인가.

“지금 세상의 모든 일은 복합적이고 융합적인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여기에 대응해야 할 우리의 행정부처는 1960년대에 만들어졌다. 세상이 단순하게 흘러갈 때 만들어진 체제다. 이런 시스템으로는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움직일 수 없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자율주행차가 출시된다고 해보자.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등 4~5개 부처가 함께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지금은 일단 모든 부처 관계자가 모여 회의를 한다. 대응 속도가 떨어지고 부처 간 이견 조율이 쉽지 않다. 공적을 놓고 다툼도 벌어진다. 정책 관계자들이 다른 부처 정보를 알게 되면 종합적 사고를 할 수 있다. 관련 위험에 대한 사전 조정도 실시간으로 가능해진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융합이다.”

위기에도 즉각 대응이 가능할 듯하다.

“물론이다. 플랫폼 정부가 필수적인 이유가 지금의 위기가 예측하기 어렵고 복합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두고 종합적으로 사고해 판단하면 향후 생길 국가 재난에 대비하는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물리적 공격을 당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또 다른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어떤 대응 시나리오가 가능할지를 종합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 대응에서 이런 부분이 부족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행정자치부, 식약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가 원활하게 협조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특히 행정자치부와 지자체, 질병관리청 간 협조가 잘 안됐다. 플랫폼 정부에서는 보다 쉽게 조율이 가능하다.”

그런 역할을 하라고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이 있는 건데.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포털사이트에서 키워드 검색을 하면 쫙 정보가 나오듯 정책도 그렇게 찾고, 보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청와대가 정책을 정말로 검토하고 조정할 수 있다. 지금은 회의를 소집해 다 불러모아 이야기를 듣는 식이다. 그러니 피드백도 오래 걸리고 종합적 사고와 판단, 대응이 어렵다.”

사실 공무원들이 좋아할 의제는 아니다.

“공무원들의 가장 큰 권한이 바로 정보에서 나온다. ‘나만 알고 있다’가 힘이다. 관료제의 가장 큰 폐해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부처의 모든 정보를 클라우드에 업로드하고 공유하라고 하는 걸 공무원들이 쉽게 할 리가 없다. ‘우리 고유권한에 누가 간섭해’ ‘내가 만든 정책인데 내가 제일 잘 알아’ 등의 반발이 있을 거다. 추후 감사를 받는 등의 불이익도 걱정될 거다. 그래서 대선 때 이야기하는 거다. 대선후보가 힘 있을 때 이야기해야 될 법한 의제다. 플랫폼 정부가 만들어지면 정보 독점은 사라지게 된다. 인사관리 시스템으로 공무원들의 협조도 구할 수 있다. 또 대선 과정에서 논의가 이뤄지면, 공무원들도 생각하고 준비할 시간을 갖게 된다. 기술적으로 우리는 플랫폼 정부를 구현할 충분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 

참고할 만한 모델이 있을까.

“싱가포르 모델이 있다. 싱가포르는 플랫폼 정부를 활용해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이머전시 플랜(emergency plan)’을 만들어 놓았다. 위급한 상황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를 만든 기본틀이 바로 플랫폼 정부다. 우리 대선후보들이 지금 이런 이슈를 제기해 사회적 논의를 만들면 좋겠다. 이런 일이라면 싱가포르를 다녀와도 된다. 국민에게 점수 딸 의제 아닌가.”

문재인 정부에서는 왜 현실화되지 못했다고 보나.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안했고, 대통령도 공감해 총리실 내에 태스크포스(TF)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정도 일은 지금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정도의 권한을 확실하게 위임받지 않으면 안 된다. 플랫폼 정부 구축의 총책임자에게 대통령의 권한이 충분히 위임돼야만 성공할 수 있다. 그래야 그 책임자도 이 일에 헌신할 수 있다. 그걸 만드는 리더십이 바로 대통령 리더십이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1947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광주일고와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강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 미국 하와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로 활동하며 국제통상학회와 국제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냈다. 현실 참여형 학자로서, 유력 대선후보들의 ‘경제 과외교사’로 불리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인 ‘J노믹스’를 설계했으며 2017년 5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국가미래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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