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인터뷰] J노믹스 설계자의 작심 비판 “이념으로 문제 푸니 역효과만”
  • 김종일·이원석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12.24 16:30
  • 호수 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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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인터뷰]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④
“집값 폭등, 부처와 지자체의 합작품…큰 그림 못 봤다”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설계자’로 불리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이념에 지나치게 집중했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현상을 과학적으로 보지 않고 접근하다 보니 의도와 달리 부작용이 생긴 정책이 많다”며 그 대표 사례로 부동산 정책을 꼽았다. 특히 그는 시장에서 생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현상 전체를 입체적으로 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지금의 낡은 행정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대 대선 직전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삼고초려로 대선캠프에 합류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헌법에 근거해 설치된 대통령 경제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1년7개월간 활동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문재인 정부의 공과는 무엇이라고 보나.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부동산 문제일 거다. 주택은 일상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런데 그 주택을 갖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특히 젊은 세대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다양한 변수와 문제들이 과거로부터 쌓여왔다고 하지만 현상적으로 집값이 폭발적으로 오른 건 문재인 정부 들어서부터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어떤가.
 
“이념에 지나치게 집중했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현상을 과학적으로 보지 않고 접근한 정책들이 많다. 그래서 결국 의도한 바를 달성하지 못하고 부작용만 많이 만들었다. 대표 사례가 바로 주택정책이다. 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한 이념의 정책만을 동원하다 보니 여러 부작용이 나왔다. 이 문제에 집중하면 저 문제가 터지고, 다시 이쪽에 손대면 문제가 다른 쪽으로 넘어가는 식이 도처에서 발생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도 마찬가지 맥락이었다.”
 
부동산 정책은 수십 차례 발표됐기도 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의 단초는 임대차 3법 등에서 비롯됐다. 취지는 임차인 보호로 좋았다. 임대인에게 많은 인센티브를 줘서 더 많은 매물이 임대시장에 나오게 해 임차인이 오랫동안 안정적인 주거를 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니 임대 목적으로 많은 사람이 주택을 샀다. 그런데 그걸 못 팔게 하니 매매 시장에서 공급이 줄었다. 매매 시장과 임대차 시장이 연결돼 있는데, 매매 시장에서 결과적으로 공급을 줄이고 수요를 늘리는 효과를 낸다는 생각을 미처 못 한 것이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시장의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 한 부분만을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려고 하면 어렵다. 더군다나 그 문제를 한 이념으로만 접근해 풀려고 하니 당초 목적과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주택시장은 종합적인 문제다. 부동산 문제는 교육-교통-거시적 환경-문화 등의 변수와 다 연결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 집값 급등은 부처와 지자체의 합작품이다.”
 
쉽게 풀어서 설명해 달라.
 
“일단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춰 투자 수요를 늘렸다. 국회에서는 화폐개혁을 한다는 세미나를 열어 돈의 가치가 떨어질 것 같다는 느낌을 줬다. 서울시는 용산·여의도 등의 개발계획을 언급해 기름을 부었다. 교육부는 교육 평준화를 하겠다며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를 없애기로 해 안 그래도 뜨거운 강남 집값에 불을 붙였다. 정책을 내놓을 때는 예상되는 풍선효과 등을 전체적으로 파악해 놓고 그걸 한꺼번에 조율하는 큰 그림이 필요한데, 그런 조율 없이 정치적으로 시장의 문제를 풀려고 접근하니 역효과만 났다.”
 
정부 대응이 ‘두더지 게임’ 같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왜 정부는 이런 점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을까.
 
“전체적으로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은 청와대 몫이다. 전체의 큰 그림을 청와대가 못 본 거다. 전체를 관망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게을리한 거다. 청와대가 전체를 못 본 이유는 정부의 칸막이 시스템도 한몫했다. 한 부처가 하는 일을 다른 부처는 전혀 모른다. 한 부서에서 하는 일도 다른 부서는 모른다. 이 낡은 행정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청와대에서는 ‘주택정책’이란 키워드로 지금 국토부와 서울시가 각각 무엇을 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전체를 보고, 부분을 세밀 조정한다. 지금의 행정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1947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광주일고와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강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 미국 하와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로 활동하며 국제통상학회와 국제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냈다. 현실 참여형 학자로서, 유력 대선후보들의 ‘경제 과외교사’로 불리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인 ‘J노믹스’를 설계했으며 2017년 5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국가미래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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