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사과’ 김건희, 자세 푹 낮추고 허위·위조는 부인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1.12.2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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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정장 차림·헤어 바뀐 金, 이력 부풀리기는 인정… 유산 경험 공개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본인 관련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본인 관련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허위 경력 의혹에 대해 “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불찰”이라고 직접 사과했다. 부풀리기 등 일부 의혹에 대해선 시인했다. 다만 기자회견엔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담기지 않았고, 질의응답도 직접 갖지 않았다. 선대위 관계자들도 대체적으로 허위·위조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김씨의 기자회견은 이날 오후 3시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됐다. 김씨는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스카프를 메고 기자회견장에 등장했다. 머리 스타일은 가장 최근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던 지난 15일에 비해 더욱 짧아지고, 웨이브가 들어간 모습이었다. 김씨는 가장 먼저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마스크를 벗은 뒤 취재진을 향해 “날도 추운데 많이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하며 살짝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이어 김씨는 직접 준비한 A4 용지에 적힌 사과문을 읽어 내려갔다. 

김씨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윤석열의 아내 김건희다. 두렵고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진작에 말씀드려야 했는데 너무 늦어져서 죄송하다”며 먼저 윤 후보와 본인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김씨는 “남편을 처음 만난 날 검사라고 하기에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녀도 자신감에 호탕했고, 후배들에게 마음껏 베풀 줄 아는 그런 남자였다. 몸이 약한 저를 걱정해 밥은 먹었냐, 날씨가 추운데 따뜻하게 입어라, 늘 전화를 잊지 않았다”며 “그런 남편이 저 때문에 지금 너무 어렵다. 제가 없어져서 남편이 남편답게 평가받을 수만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결혼 이후 남편이 겪은 모든 고통이 다 제 탓이라고만 생각한다”며 윤 후보와 가졌던 아이를 유산한 경험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중간중간 침묵하고 훌쩍이는 등 감정을 추스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어 김씨는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 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다”며 “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불찰이다. 부디 용서해달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김씨는 또 당분간은 공개 행보에 나서지 않을 계획을 암시하기도 했다. 김씨는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 그리고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한 뒤 “부디 노여움을 거두어달라. 잘못한 저 김건희를 욕하더라도 그동안 너무나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온 남편에 대한 마음만큼은 거두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재차 사과했다. 이후 김씨는 다시 한번 90도 사과를 한 뒤 질의응답 없이 퇴장했다. 

김건희씨가 26일 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건희씨가 26일 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날 김씨의 사과문엔 본인 의혹에 대해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고 담겼으나 구체적 내용이나 해명은 없었다. 다만 선대위의 최지현 부대변인이 김씨의 얘기를 직접 듣고 작성했다는 설명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한 뒤 이양수 수석대변인, 최지현 부대변인과 질의응답을 가졌다. 설명문은 9가지 의혹에 대해 A4용지 14페이지 분량으로 작성됐다. 형식은 각 의혹에 대해 구체적으로 ‘민주당 주장’이라며 의혹 내용을 기재하고, ‘설명 및 입장’을 밝히는 식으로 짜여졌다. 대체적으로는 의혹에 대해 기존에 나왔던 선대위의 해명을 정리하고, 그 외엔 ‘자료가 없다’ ‘부정확한 기재였다’고 밝히는 내용이었다. 

전체적인 기조는 부풀리기 등 일부는 인정하되 허위·위조 의혹은 부인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이 수석대변인은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는 거냐’는 질문에 “사실 관계는 배포된 자료 통해 이해 돕도록 하고 전체적으로 많은 일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단 취지였다”고 했다. ‘인정하는 부분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는 물음에 최 부대변인은 “어느 한 부분 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는 취지도 있지만, 그보다는 오늘은 의혹이 제기돼서 전반적으로 국민들이 염려하는 부분에 대해 사과했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사문서위조 여부’ ‘허위 여부’에 대해 묻는 질문에 최 부대변인은 “허위인지 여부는 (선대위 측은)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만 짧게 답했다. 

한편 이날 김씨가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남은 선거운동 기간과 대통령 당선 이후로도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처럼 언급한 것과 관련해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영부인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고, 의혹의 대상이 된 걸 반성하고 낮은 자세로 임하겠단 취지로 공개행보를 자제하겠단 말씀”이라며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로서 공개석상에 나타날 일들은 나름대로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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