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성장 이면에 아른대는 ‘편법 승계’ 그림자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2.01.05 10:00
  • 호수 1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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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호반·SM그룹 2세 내부거래 논란 여전…국세청과 공정위 등도 예의 주시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과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맨땅에서 시작해 대기업으로 회사를 성장시킨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성장 스토리는 조금씩 다르지만, 경영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평가다.

하지만 2세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창업주들의 나이가 60~80대로 이미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됐거나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나 2세 편법 승계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경제 검찰인 공정위나 국세청의 조사도 여러 차례 받았다. 향후 2세들이 경영권을 거머쥘 경우 ‘경영능력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시사저널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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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승계 때 ‘경영능력 논란’ 불가피

중흥그룹이 대표적이다. 공정위 기업집단포털에 따르면 2021년 5월 기준으로 중흥그룹의 자산은 9조2070억원, 재계 순위는 47위를 기록했다. 지난 12월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을 품에 안았다. 지난해 대우건설 자산이 9조8470억원(재계 42위)임을 감안할 때 두 회사가 합쳐지면 중흥건설그룹은 자산 19조540억원, 재계 순위 21위의 초거대 회사로 다시 한번 변신하게 된다.

주목되는 사실은 대우건설의 인수 주체가 그룹의 모태 격인 중흥건설이 아니라 중흥토건이라는 점이다. 중흥토건은 현재 정창선 회장의 장남인 정원주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매출은 1조6533억원, 영업이익은 2526억원을 기록했다. 중흥토건이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정 부회장은 사실상 아버지를 제치고 그룹을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2011년까지만 해도 이 회사 매출이 1000억원을 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룹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와 지급 보증을 통해 매출이 10년여 만에 2042%나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0억원에서 2526억원으로 8320%나 늘었다. 재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높은 성장세다.

반대로 중흥토건의 지배회사인 중흥건설의 실적 상승세는 해마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같은 기간 중흥건설의 매출은 2102억원에서 531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231억원에서 820억원으로 각각 152.6%, 25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도급 순위(시공능력평가)는 40위로 17위인 중흥토건과 비교되고 있다.

중흥건설 측은 “창업주와 2세의 경영 스타일 차이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회사 관계자는 “1세대의 경영 스타일은 안정 속에서 성장을 추구한 반면, 2세대는 기회가 왔을 때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쳐왔다. 이런 경영 스타일 차이 때문에 격차가 벌어졌을 뿐 일감 몰아주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의 시각은 다르다. 정창선 회장이 2세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해 일종의 꼼수를 쓴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견 건설업체들이 LH가 분양한 택지를 낙찰받아 성장하다 보니 ‘벌떼 입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면서 “중흥토건이나 중흥건설의 경우 사업이 대부분 겹친다는 점에서 단순 경영 스타일 차이라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2012년까지 중흥토건의 건설 종속기업은 중흥에스클래스와 중봉건설이 전부였다. 하지만 현재는 9개로 늘어났다. 벌떼 입찰을 통해 토지를 낙찰받고, 중흥토건에 넘긴 후 분양권을 딴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중흥건설의 종속기업 수는 2개로 변동이 없다는 점에서 대조되고 있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 역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호반그룹의 자산은 10조6980억원, 재계 순위는 37위를 기록했다. 김 회장이 1989년 광주에 있는 중소 건설사로 시작한 지 31년 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지면서 동부건설과 LIG건설, 극동건설 등 굵직한 건설사들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하지만 호반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오히려 외형이 더 확대됐다.

호반그룹은 일찍부터 가족경영을 펼쳐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의 부인은 물론이고, 세 자녀들도 각자 회사를 맡아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 승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중심에는 분양업체인 비오토(2018년 호반건설에 합병)가 있다. 비오토는 김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였다. 비오토는 일감 몰아주기와 계열사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렸다. 한때 내부거래율이 99%에 달했다. 어느 정도 덩치가 커지자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반건설과 다시 합병했다. 이런 절차를 거치면서 김 사장은 한 푼의 증여세도 내지 않고 호반건설의 최대주주(54.73%)가 돼 경영권을 장악했다.

김 회장의 차남인 김민성 호반산업 전무 역시 호반건설산업(현재 호반산업)의 최대주주다. 호반건설산업은 2014년 자회사인 티에스주택, 티에스개발, 티에스건설, 티에스리빙 등으로부터 총 350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 회사 역시 대부분이 호반건설 등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성장해온 기업이어서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호반그룹은 지난해 초 공정위와 국세청으로부터 동시에 공격을 받기도 했다.

 

해당 그룹 측 “일감 몰아주기 시선은 억울하다”

이와 관련해 호반그룹 측은 “재벌 건설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LH가 분양하는 택지를 낙찰받아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내부거래가 늘어나는 구조로 일감 몰아주기 시선은 억울하다”면서 “국세청 세무조사 역시 4년마다 진행되는 정기 세무조사 성격이었다”고 설명했다.

SM그룹의 경우 대기업 중에서도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공정위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올해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는 265개로 지난해 210개에서 50개 늘어났다. 이 중 SM그룹이 16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SM그룹 창업주인 우오현 회장은 지난 1988년부터 삼라건설과 우방건설, 동아건설산업, 경남기업 등을 잇달아 M&A(인수·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자산은 10조4500억원, 재계 순위는 38위를 기록 중이다. 이 중에서도 라도는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동아건설산업과 SM스틸, SM하이플러스 등을 지배하고 있다. 라도는 우 회장의 장남인 우기원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우 대표가 라도를 통해 그룹 계열사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라도 역시 내부거래와 모회사의 금융지원을 통해 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도 지난해 초 SM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SM그룹 관계자는 “세무조사 결과와 관련해 아는 게 없다. 전달받은 내용이 없어서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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