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위원 되려면 6시간 의무교육 받아라?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2.01.05 07:30
  • 호수 1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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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민자치중앙회,기본권 침해 위헌 소송…“대통령 출마 때도 없는 자격 요건, 왜”

주민자치 위원이 되려면 최소 6시간의 사전교육을 받도록 한 조례가 위헌 심판을 받게 됐다. 한국주민자치중앙회·한국자치학회(대표 전상직) 등은 지난 12월30일 주민자치 위원에 대한 사전의무교육 조례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위헌 소송)을 청구했다. 채진원 한국자치학회 학술부회장은 “국회의원, 대통령의 출마자격에도 없는 6시간 사전의무교육 이수를 주민자치 위원에게만 시·군·구 조례로 강제하고 있다”면서 “이는 공무담임권(헌법 제25조)과 평등권(헌법 제11조)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이 2021년 12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주민자치 위원에 대한 사전의무교육 조례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3500 읍·면·동 중 820곳 주민자치위원 둬

주민자치회는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7조에 따라 읍·면·동에 설치된다. 특별법에 따르면 주민자치회에 위임·위탁할 수 있는 사무와 위원에 관한 사항은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조례로 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지자체의 조례 제·개정에 도움을 주고자 주민자치회 표준조례를 만들었다.

문제가 된 것은 2018년 8월 개정안(제9조 제1항 제1호)으로, 주민자치 위원의 자격요건에 ‘자치단체장이 인정하는 주민자치활동에 관한 기본교육과정을 최소 6시간 이상 사전 이수’할 것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현재 지자체별로 운영 중인 조례 중에는 행안부의 표준조례처럼 사전교육을 의무화한 조례가 많다. 전국 3500여 읍·면·동 중 주민자치회를 설치한 곳은 2021년 8월 기준 820곳이다. 이 중 사전교육을 명시하지 않거나 사후 조건으로 정한 지자체는 17곳에 불과했다.

한국주민자치중앙회, 한국자치학회 등 헌법소원심판 청구인들은 이 조례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헌법 제25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고 밝히고 있다. 청구인 측은 “주민자치회 위원이 되는 것은 공직에 취임하는 것으로서 공무담임권으로 보호되는 영역에 포함된다. 공무담임권은 공무담임에 관한 자의적이지 않고 평등한 기회를 보장받음을 의미하고, 그 보호 영역에는 공직 취임 기회가 자의적으로 배제되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면서 “그러나 주민자치교육 사전 이수 규정으로 인해 사전교육을 받지 않은 것이 실질적으로 주민자치회 위원 선정의 배제 사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이 2021년 12월29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주민자치 위원에 대한 사전의무교육 조례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에 앞서 관계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시·군·구가 조례로 강제 조항 설치”

이어 “조례는 주최자 정도와 간단한 취지만 규정했을 뿐, 교육의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과연 6시간의 교육으로 주민의 자치 소양이 강화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중앙행정기관이나 지자체, 공공기관 산하의 어떤 위원회도 위원 선정의 자격으로 사전교육 이수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평등권이란 헌법 제11조에 따라 보장되는 기본권으로,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다. 헌법 제11조는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만을 차별금지 대상으로 열거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인종적 요소’뿐 아니라 출생지와 같은 ‘지역적 요소’에 의한 차별 또한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구인 측은 “주민자치회 조례에 주민자치교육 사전 이수 조항이 없는 지역들도 17곳이나 된다”면서 “조례에 사전교육 조항이 있는 지자체에 거주하는 주민은 사전교육 조항이 없는 지자체 거주 주민에 비해 무조건 사전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생활근거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적으로 취급받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자치에 관해 경력직이 아닌 선출직 공무원으로는 지방자치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이 있는데 이들의 피선거권에 대해 공직선거법은 일정 연령에 도달하고 해당 지자체 관할구역에서 일정 기간 이상 주민등록이 돼 있을 것만을 요구한다. 결격 사유로는 금치산자나 법원 판결에 의해 피선거권이 정지·상실되었거나 선거법, 정치자금법, 형법이나 국회법 일부 조항에 의한 처벌이나 형의 선고를 받지 않았을 것만을 요구한다”면서 “유독 주민자치 위원만 사전교육을 받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평등권에 대한 침해”라고 밝혔다.

같은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은 “2013년 제정된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9조 제3항에 따라 주민자치회의 설치 및 운영을 위한 별도의 법률을 만들어야 하지만 아직도 제자리걸음 중”이라면서 “주민자치회가 행안부의 시범조례와 시·군·구 조례에 따라 운영되면서 입법부작위가 발생하고 있다. 시급히 주민자치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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