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윤석열을 멈추게 했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1.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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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尹 지지율 급락에 ‘선대위 전면 개편’ 예고
‘후보 교체설’ 속 숨고르기 돌입…이준석 갈등 봉합될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 시사저널 박은숙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 시사저널 박은숙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율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오차범위 밖에서 뒤처지는가 하면, 야권 내 경쟁상대인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에 지지율의 상당 부분을 내어줬다는 신년 여론조사가 잇따르면서다. 위기를 마주한 국민의힘은 3일 선거대책위원회 전면 개편 등 쇄신을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윤 후보도 선대위 개편이 마무리될 때까지 대선 레이스를 잠시 중단하고 숨 고르기에 돌입하기로 했다. 무엇이 윤 후보의 질주를 멈추게 한 것일까.

지난 2021년 12월29일부터 2022년 1월2일까지 일주일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기재된 선거 여론조사 23개를 종합한 결과, 윤 후보는 20개 조사에서 이 후보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격차는 10.6%포인트(CBS-서던포스트, 전국 1027명 대상, 2021년 12월29~30일 조사, 2022년 1월1일 발표)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윤 후보가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했으나 기세가 역전된 흐름이 확연하다.

윤 후보 지지율의 상당 폭은 20대에서 빠진 것으로 보인다. 3일 발표된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조사(전국 3037명 대상, 2021년 12월26~31일 조사)에서는 윤 후보의 20대(18~29세) 지지율이 6.6%포인트 하락했다(34.6%→28.0%). 직전 조사에서 이 후보에 비해 4.3%포인트 앞서던 윤 후보의 20대 지지율이 한 주 만에 오차범위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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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vs이준석 ‘치킨게임’에 떠나는 2030 표심

전문가들은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부인 김건희씨 리스크와 후보 본인의 말실수 등을 꼽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사람 문제’를 유력하게 거론하는 분위기다. 윤 후보가 선대위 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해 갈등을 부각시켰다는 지적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윤 후보는 정치 경험이 거의 없는 정치 신인”이라며 “단 한 번의 국회 경험도 없이 단숨에 유력 대선 후보 자리에 오르다보니 사람 관련 불협화음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중에서도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이 20대 표심의 이탈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2030 남성의 두터운 지지를 받는 이준석 대표가 선대위 이탈을 결심한 것이 지지율 하락 국면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준석 대표 한 명 없어지면 이대남(20대 남자) 전체가 떠날 수 있다. 윤 후보에겐 생각보다 큰 상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일간 지지율 그래프를 보면, 이 대표가 선대위를 이탈한 이후 윤 후보 지지율에 유의미한 하락이 감지됐다. 앞선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조사에서 이 대표가 선대위원장직을 포기한 직후이던 2021년 12월22일 윤 후보 지지율은 43.2%에서 36.9%까지 내려앉았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문제는 이 대표와 윤 후보 사이 불협화음이 단 시간에 해결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선대위를 떠난 지 2주가량 흐른 현재까지 ‘윤핵관(윤 후보 핵심 관계자)’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며 날을 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선대위에 전혀 합류할 생각이 없고 복귀를 위한 조건도 없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윤 후보 측은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한 채 3일 현재 선대위 일정을 잠정 취소하고 숨을 고르고 있는 상태다.

사진 왼쪽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사면초가’ 국민의힘, 선대위 전면 개편키로

여기에 당내에서는 후보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온라인 청년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윤 후보의 추락이 탄핵대선 때 지지율로 내려가고 있다.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지금 대처하지 않으면 반등의 기회가 없다”면서 “비상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소연 변호사는 “홍 의원이 열심히 (후보 교체)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이 후보 교체를 염두에 두고 윤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시사저널과 만남에서 “윤 후보는 지금 사면초가 상태다. 당 대표와 싸우고 홍준표 후보와 싸우는 과정에서 중도층을 다 떠나보냈다”며 “결국 캠프를 완전히 갈아엎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때문에 사면초가에 놓인 국민의힘은 당 안팎의 여론에 따라 선대위를 전면 해체하는 수준의 극약 처방을 내리기로 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본부장 사퇴를 포함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내가 (윤 후보에게 선대위 개편 관련)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 직후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자진 사퇴하면서 개혁의 물꼬를 텄으며, 윤 후보 본인도 “청년 세대에 큰 실망을 준 것을 자인한다. 새로 시작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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