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靑수석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 잡으려는 고충 있어”
  • 김종일·이원석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0 10:00
  • 호수 1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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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수현 청와대 소통수석 ①
“오미크론 퍼져도 ‘압도적 병상’ 준비…사면은 국민통합 위한 결정이었다”
“공수처 인권침해·사찰 논란, 여야가 제도 개선 합의해 주길”

대선 이슈가 뜨거운 지금 청와대는 뉴스의 한복판에서 비켜서 있는 듯한 모양새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국민의 방역 피로감, 대선정국 관리, 인플레이션 경제난, 미·중의 신냉전, 한반도 종전선언 등 국민의 궁금증은 상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박수현 청와대 소통수석이다. 

그는 대통령의 대국민 메신저다. 소통수석으로서 대통령과 청와대의 국정운영에 대해 보다 쉽고 소상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그가 SNS에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를 친절히 연재하는 이유기도 하다. 국정운영 컨트롤타워인 청와대를 향한 수많은 공세에 대한 방어도 그의 몫이다. 임기 말이지만 현안은 많다. 그래서 시사저널이 박 수석을 찾았다. 국민을 대신해 그에게 궁금한 모든 점을 공격적으로 묻고 또 물었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멈춘 지 한 달이 넘어간다. 너무 섣불리 방역의 고삐를 푼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은 힘들지만 가야 할 길이었다. 장기간 지속된 방역조치로 국민적 피로감이 증가하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피해가 누적된 상황이었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등 사회적 논의 끝에 결정된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부의 준비가 부족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어떤 변수가 정부의 예상을 제일 벗어났나.

“확진자 숫자는 예상한 범위 내의 증가였다. 하지만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가 예상 범위를 벗어났다. 그에 따라 병상이 부족했다. 문 대통령은 병상 확보와 관련해 다시는 실수하지 말고 제대로 준비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다. 단계적 일상 회복의 일시 중단은 방역을 강화하는 기간이기도 하지만,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가기 위해 부족했던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재정비 기간이기도 하다.”

무엇이 문제였나. 

“청와대가 병원 현장에 나가 점검을 했다. 확인 결과 우리는 ‘퇴실 기준’이 없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기준에 의하면 미국은 증상 발현 후 20일, 중환자실 입원 후 1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퇴원한다. 우리는 기준이 없다 보니 병상 회전율이 낮았다. 전문가들도 의학적·과학적으로 보면 이 정도면 일반 병실로 가도 무리가 없다고 했다. 또 일반 병실을 위중증 환자를 위한 병실로 바꾸는 것은 물량도 많지 않았고 칸막이 공사 등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그래서 공공병원을 통으로 전담병원으로 바꾸는 특단의 대책을 세운 거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한동안 병상 입원 대기 환자 수가 1000명을 계속 넘었다. 며칠 전부터는 하루 이상 입원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대기 환자는 없다. 제로(0명)다. 물론 안심할 때는 아니다. 세계적으로 오미크론 변이의 빠른 확산 속도가 확인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1월 중하순, 설 연휴를 앞두고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폭증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부담을 완전히 감당할 수 있는 압도적 병상이 준비되고 있다.”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정책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대응에서 우리도 봉쇄정책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우린 무역국가다. 봉쇄를 해서 경제를 묶으면 살길이 없다. 동시에 국민 삶도 보장해야 한다. 그래서 방역패스라는 리스크가 많은 정책을 펼치고 있는 거다. 코로나19 대응 관련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수치화한 ‘엄격성 지수’라는 게 있다. 우리는 44점 정도(0~100점)로 방역 강도가 세계 최하위권이다. 우리나라는 경제와 방역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거다. 종합적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청소년 방역패스에 대해 학부모 걱정이 크다.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 백신이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의 안전벨트라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한다.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에 임하는 것이 이미 세계 공통으로 합의된 정답이다.”

청소년 백신 접종률이 낮다는 지적이 많은데.

“현재 12~17세 청소년의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예약까지 포함하면 접종률이 곧 7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도 학부모님들의 걱정을 덜어드리면서 접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

여당의 이재명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요구하며 설 연휴 전 3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요구했다. 

“여야를 떠나 당과 후보의 공약이 정부 정책보다 앞서가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해도 정부가 즉각 반응하거나 결정할 수는 없다. 정부는 손실보상법에 의해 2022년도 예산을 갖고 현재의 거리 두기 강화로 생긴 손실을 신속하게 보상하겠다는 안을 갖고 있다.” 

정부가 방역 강화에 따른 피해 보상에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많다.

“정부는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리스크를 안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령 정치권에서 제안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선(先)지원 후(後)정산’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대규모 리스크 요인이 있지만 실시를 결정했다. 예를 들어 500만원을 먼저 지급했는데 추후 파악해 보니 피해 규모가 400만원이라 100만원을 환수하겠다고 하면 ‘줬다 뺏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선 큰 리스크다. 그럼에도 정부는 도입을 결정했다. 그리고 원래 절차상 1월 중 손실액을 계산하고 2월초부터 지급할 예정이었는데,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 사정을 감안해 서둘러 지급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하는 모습ⓒ연합뉴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두고 ‘정치 방역’이란 비판도 계속된다.

“국민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현명하다. 정치 방역이었다면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에선 여당이 왜 졌겠는가. 그런 정치 용어로 국민의 성과를 폄훼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우리는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미국과 함께 경제 회복 속도가 가장 빠르다. 고용도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까지 근접했다. 한국의 세계 무역 순위는 2013년 이후 9년 만에 9위에서 8위로 올라섰다. 세계가 찬사를 보낸 K방역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희생, 의료진의 헌신, 국민의 협조로 이뤄졌다. 이걸 실패라고 규정하는 것은 국민이 실패했다고 규정하는 거다. 오히려 제안을 드리고 싶다. 정치 방역이라 비난만 하지 말고 여·야·정 온 정치권이 힘을 합쳐 국민을 위한 진짜 정치 방역을 해보자.”

대선을 앞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계속 비판받고 있다. 

“공수처는 입법·사법·행정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기관이라 논란이 있더라도 청와대 수석이 의견을 내는 게 적절치 않다는 전제로 답을 드린다. 공수처는 검찰 개혁의 상징과 같다. 출범 초기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계속 보완하고 발전해 나가며 안착돼야 한다. 구단을 창단한 첫해 우승컵을 가져오라는 건 무리한 소망이라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비유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통신기록 조회가 사찰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통신기록 조회는 범죄 혐의 조사의 출발로 필수불가결한 수사 기법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기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일 년에 두 번 각 기관의 통신기록 조회 횟수를 종합해 발표한다. 올해 6월까지 경찰이 180만 건, 검찰이 60만 건, 공수처는 135건의 통신기록을 조회했다. 통신기록 조회엔 전화번호만 나오고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합법적인 수사 기법이 통신 사찰인가. 그러나 합법이라고 해도 공수처가 탄생하게 된 취지와 본질을 생각하면 인권침해나 사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제도 개선을 여야가 합의해 주는 게 맞다고 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이 ‘대선용 사면’ ‘갈라치기용 사면’이란 비판이 있다. 

“야당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환영 입장을 내면서 이를 정치 사면이라고 비판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다.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두 전직 대통령의 상황이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는 말을 했다. 신년사에서도 이번 대선은 국민통합으로 가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냈다. 이번 사면도 그런 맥락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제외됐는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평균 2년을 복역했는데, 박 전 대통령은 4년9개월 복역했다. 박범계 장관이 밝혔듯 건강 상태가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였다. 종합적인 고려를 한 것이다.”

추가 사면 가능성도 있나. 

“제가 답변할 영역이 아니다.”  

종전선언이 문 대통령 임기 내에 가능하다고 보는가. 

“일반적으로 종전선언을 생각하면 굉장히 멀리 있는 일이란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종전선언은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실현 가능한 안 중 하나다. 2007년 10·4 공동선언과 2018년 판문점 선언에도 포함돼 있다.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올 여건만 형성되면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이지 불가능한 안을 정치적 계산으로 갑자기 던진 게 아니다. 징검다리로 보면 이해가 쉽다. 큰 강을 건너야 한반도 평화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큰 강을 한 번에 뛰어넘을 수는 없다. 지금은 통신연락선 복원이란 징검다리 하나만 놓았다. 그다음이 종전선언일 수 있다. 가장 현실적 제안이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는 시각이 있다. 

“언론이 합리적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지 청와대가 그런 타임 테이블을 갖고 있지 않다. 정부가 목표를 정해 놓은 것도 없다. 징검다리를 놓아 다음 단계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어떤 것도 예정된 것은 없다. 절대 꼼수를 쓴다거나 물밑거래가 있지 않다. 우리의 유일한 목표는 다음 정부에 가장 좋은 분위기를 넘겨주는 것이다. 그래야 다음 정부가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닌 다음 단계로 쉽게 넘어갈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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