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인터뷰] “협치 실용내각 꾸린다…李·尹쪽 사람도 발탁”
  • 김종일·이원석·구민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01.07 10:00
  • 호수 1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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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분 심층 인터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②
“李, 대장동 몰랐다면 최악의 무능…알았다면 감옥 가야”
“尹, ‘공정과 정의’라는 상징 자본 완전히 사라져”
“거대 양당, 정권교체 아닌 ‘적폐 교대’ 중”

이제 안철수의 시간이다. 새해 들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지지율이 일부 여론조사에서 10%를 넘기면서 안 후보가 대선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제1 야당 국민의힘의 내홍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고, 안 후보는 반전의 순간을 맞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국민의힘에서는 연일 단일화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안 후보는 “설 연휴 전까지 기존의 ‘2강 1중’ 구도가 ‘3강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면서 “3강 체제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이길 사람은 저 안철수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월4일 70분간 진행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후보 단일화는 없을 것”이라고 재차 못 박았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을 ‘시대교체’와 ‘국민통합’으로 꼽은 안 후보는 “거대 기득권 양당 후보 중 누가 당선돼도 시대교체와 국민통합은 물 건너간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집권하면 협치 실용내각을 구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현재 이재명·윤석열 캠프에 속해 있는 인재들도 발탁해 기용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집권 후 맞닥뜨리게 될 여소야대 구도는 정계개편과 대선 3개월 이후 예정된 지방선거를 계기로 해소될 것이라고 봤다. 안 후보는 최근 급등한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지금껏 자신이 제3지대에서 일궈낸 성과에 대해서는 상당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스스로 ‘정치 9단’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집권한다면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지게 된다. 복안은 있나.

“협치가 필요하다. 일각에선 국회의원이 3명뿐인 정당이 집권하면 일을 제대로 하겠냐고 걱정을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협치다. 민주주의 제도의 핵심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발휘하는 거다. 또 제가 당선되면 거대한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게 국민의 요구다. 대통령으로 뽑힌 사람이 일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하니까 정치 세력부터 바뀔 거다. 국운도 따른다. 대선을 치른 3개월 후 4000여 명을 뽑는 지방선거가 있다. 그때 국민은 일할 수 있는 개혁 세력을 만들어줄 거다. 마크롱에게는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었지만 당선 후 국민은 제1당을 만들어 일하게 해줬다. 저도 전혀 걱정 안 한다. 국회의원이 적어서 국정운영을 못할 거라는 이야기는 기득권들이 국민을 속이는 억지이자 거짓말이다.”

대선 때 재보궐선거도 치러진다. 공천 작업은 어떤가.

“준비하고 있다. 출마 의사를 보이는 분들이 점점 나타나고 있다.”

캐치프레이즈를 새롭게 낼 계획인가.

“그렇다. 대선 주요 국면마다 새롭게 내놓을 거다. 지금 캐치프레이즈는 ‘더 좋은 정권교체’ ‘새롭게 준비된 안철수’다. ‘더 좋은 정권교체’는 설명이 좀 더 필요해 쉬운 말로 바꿀까 고민 중이다. 거대 양당에 대선은 정권교체 또는 정권유지가 목적이다. 제 목적은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거다. 정권교체는 수단이다. 이 차이는 엄청 크다. 그래서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정권교체라는 의미를 담은 건데, 이런 식으로 계속 설명해야 하니까,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알려 달라(웃음).”

이재명 후보는 어떻게 평가하나.

“이 후보는 아버지와 연을 끊었고 형과도 연을 끊었다. 이번엔 아들하고도 연을 끊더라. 이런 건 처음 봤다. 대장동 사태의 핵심은 5000억원을 공공이 환수한 게 아니라 특정 민간에 1조원을 몰아준 거다. 자꾸 관점을 돌리는데, 본질을 꿰뚫어 보기에 대중이 분노하는 거다. 만약 대장동 의혹의 본질을 몰랐다면 단군 이래 최악의 무능한 행정가이므로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된다. 다 알고도 했다면 대통령 후보를 할 게 아니라 감옥에 가야 한다.” 

‘앞으로 제대로’ ‘나를 위해 이재명’이라는 이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는 어떻게 보나.

“‘나를 위해’의 ‘나’가 이재명 후보 본인을 말하는 거 같다.”

윤석열 후보는 어떻게 평가하나.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며 공정과 정의라는 상징 자본을 얻었다. 그런데 선거 과정에서 본인 실언들과 가족의 여러 문제로 그 상징 자본이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앞으로는 본인이 생각하는 미래비전과 전략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을 텐데, 평생 검찰에서 과거만 보고 응징만 하시던 분이라 과연 힘든 허들을 넘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에 대해 국민이 냉철히 바라보고 계신 것 아니겠나.”

윤 후보에게 실망한 유권자들이 안 후보에게 쏠릴 거라고 보나.

“당연하다. 제가 2011년 청춘콘서트 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바로 공정과 정의, 상식이다. 사실 제가 먼저 한 말이다. 찾아보면 다 나온다. 당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100만 권 이상 팔렸다. 베스트셀러에는 그 시대 대중의 생각이 반영돼 있다. 이미 10년 전에 그런 갈망이 있었고, 저를 정치권에 호출한 것도 바로 이런 열망이었다.”

최근 국민의힘 선대위가 내분 양상이다.

“다른 당의 이야기라 조심스럽다. 잘 해결되길 바란다. 다만 선대위 운영의 핵심은 전적으로 후보의 리더십이다. 오바마-클린턴 경선 때를 보면, 승패는 결국 캠프가 얼마나 일치단결해 힘을 냈는지에서 갈렸다. 이게 캠프의 크기보다 중요했다. 힐러리 캠프는 반으로 갈라져서 결국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바마 캠프는 단단했다.”

정치인 안철수는 제3지대 정치를 상징한다. 우리의 양당 정치는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가 거대 양당이다. 국민 민생을 포함해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않는다. 아무 노력을 하지 않고도 상대 실수의 반사이익으로 집권한다. 집권 후에는 상대편을 다 쫓아내고 적폐로 몬다. 이들의 목적은 단순하다. 세금으로 자기 편 먹여 살리기다. 이게 그들의 정치 목적이다. 그런데 정치의 본질은 공익을 위한 봉사다.”

제3지대에서 계속 밭을 가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솔직히 정치를 그만해야 하나 고민한 때가 있었다. 2017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계속 힘들지 않았나. 2019년 바티칸에 가서 한 추기경을 만났다. 고해성사하듯 정치를 계속해야 하는지 물었다. 답 대신 얇은 소책자를 주더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년사로 연설한 내용이었다. 여기에서 정치를 ‘가장 순수하고 진실한 형태의 자선’이라고 하더라. 사실 제가 정치를 해서 더 얻을 게 뭐가 있나. 정치 안 하면 더 편하게 살 수도 있다. 사회에서 성공했고 많은 혜택을 받아 무엇 하나 아쉬울 것 없지만, 그럼에도 정치라는 진흙탕에 뛰어든 거다. 온몸에 진흙을 묻히고 모욕과 조롱을 당하면서도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진심 어린 봉사이고 자선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다시 용기를 냈다. 그때 다시 시작했다.”

대통령이 되면 안철수식 정치 개혁은 어떤 모습일까.

“개헌을 하지 않아도 현행 헌법으로 할 수 있는 게 있다. 그것부터 해야 한다. 청와대 권력을 반으로 줄이는 것은 당장 할 수 있다. 청와대의 수많은 직책 중 법률로 규정된 것은 거의 없다. 대한민국 정치를 청와대 비서관들이 다 하는 꼴이다. 회사에서 참모 조직이 현장 지휘관(장관)들에게 명령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런 회사는 망한다. 그러니 우리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인 거다. 어떤 분들은 이걸 ‘청와대 정부’라고 하더라. 대체 행정부라는 건 뭔가.”

 

“거대 양당, 정권교체 아닌 ‘적폐 교대’ 중”

책임총리에게 권력을 확실히 위임할 계획인가.

“책임장관이 더 중요하다. 장관이 권한과 책임을 갖고 각 분야에서 맡은 소임을 다해야 한다. 총리는 그걸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만 봐도 국토부에서 오로지 맡으면 안 된다. 부동산과 교육 문제가 얼마나 밀접한가. 이런 복잡한 사안들은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역동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탁월한 조정자의 역할, 이게 실세총리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협치 내각에 대한 구상을 갖고 있나.

“물론이다. 다른 캠프에 계신 사람도 구상 속에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용내각을 꾸릴 건가.

“그렇다. 대통령이 가진 가장 중요한 권한은 우리나라의 모든 인재에게 공익을 위해 일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한다. 5000만 인구로 모든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할 만큼 수준 높은 전문가를 보유한 나라는 세상에 없다. 자동차·반도체·영화 등을 골고루 잘하는 나라가 있나. 독일이 8000만 인구인데 우리만큼 못한다. 인재풀이 이렇게 많아도 대통령이 거대 양당에서 나오면 일단 우리 편, 그중에서도 내가 만난 사람, 그중에서도 내 말 잘 듣는 사람만 뽑는다. 그러니 무능하고 부패한 사람만 남는다. 그렇게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가 되는 거다.”

현재 우리의 인사청문회 제도는 어떻게 보나.

“미국에선 문제 있는 후보자의 경우 검증 시스템에서 미리 걸러진다. 우린 검증 시스템 자체가 부족하다. 그리고 미국은 인사권을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가 갖고 있다. 인사청문회 제도를, 1차적으로 먼저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2차적으로 능력만 검증하는 안이 나오는데, 우리나라에선 비밀이 없다. 대안 중 하나는 먼저 장관 후보군을 공개하고 여론과 언론의 검증을 받는 거다.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어쨌든 현재의 청문회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에서 태어나신 분들과 선진국에서 태어난 사람이 같이 살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예전의 관행이 지금 기준에 안 맞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 안철수는 세력을 만들지 못하고 측근을 오래 곁에 두지 못한다는 일각의 비판이 있다.

“그런 비판을 하시는 분들에게 ‘제3당에 한 번 있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선거 때가 되면 이성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도 당선 가능성 걱정을 하게 된다. 그러니 거대 양당으로 자꾸 향한다. 원망은 안 한다. 오히려 그분들에게 미안하다. ‘더 좋은 여건을 만들어줬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그들에 대해 어떤 비난도 한 적이 없다. 다만 거대 양당에서 다선이라고 뻐기는 분들에게 한번 당을 나와서 몇 달만 있어보라고 하고 싶다. 저만큼 견딜 수 있는지. 정치력에 대해 그분들은 제게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온실에 있는 사람이 바깥에서 찬바람 맞는 잡초와 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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