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없지만 환했던 ‘밤 10시 거리’…자영업자, 벼랑끝 ‘점등시위’
  • 변문우 디지털팀 기자 (qusansdn@gmail.com)
  • 승인 2022.01.07 10: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곳곳 자영업자들 참여…“오후 7시부터 손님 받는데 2시간 일하면 남는 것이 무엇이냐”
6일 저녁 9시 서울 신당동 백학시장에서 자영업자들이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하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발하며 점등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저녁 9시 서울 신당동 백학시장에서 자영업자들이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하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발하며 점등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리두기 영업 제한시간이었던 6일 오후 10시, 서울 상가 일대는 시민들의 발길도 끊기고 적막했지만 조명으로 어느 때보다 환했다.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방역지침에 반발하며 점등시위를 벌인 것이다.

6일 밤 서울 곳곳의 자영업자들이 점등시위에 참여했다. 특히 영등포구와 구로구 일대의 가게만 약 30곳이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양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아무개(48)씨는 시위에 동참해 가게 간판 불을 켜두고 있었다. 그는 “고깃집 특성 상 오후 4시부터 가게를 열면 7시는 돼야 본격적으로 손님을 받는데, 9시까지만 영업하라는 것은 사실상 영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한달에 자릿세를 비롯해 고정 지출만 700만원을 상회하는데, 정부는 지원금이라고는 100만원 뿐”이라고 한탄했다.

앞서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9일간 매일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점등시위를 벌인다고 밝혔다. 

자영업자들은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과 방역패스 도입 등 강화된 방역대책을 연장한 것에 반발하며 ‘불합리한 방역정책 자영업자 다 죽는다’ ‘자영업자 영업제한 지금 즉시 철폐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용두 고척상인회 비대위 공동대표는 “오후 7시부터 호프집 일을 시작하는데 영업시간 제한으로 하루에 2시간 동안 고작 5~6팀 받는 게 전부”라며 “매출이 70% 이상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오후 일찍 오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상인회 차원에서 갖은 노력을 기울여봤으나 시간 제한은 도저히 극복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정부 지침에 반발해 시위의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조지현 비대위 공동대표도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건강을 위해 2년간 희생해온 대가로 가게 직원들은 거리로 내몰렸다”며 “이제 영업을 해야겠다, 살아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희영 대한카페연합회 대표도 “대한민국에서 카페를 하고 있어 죄인이 됐다”며 “매일같이 자영업자들이 죽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발언 중 무릎을 꿇고 “자영업자들을 살려달라”며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비대위는 점등시위에 이어 10일 오후 여의도 국회 근처에서 정부의 방역지침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또 다른 자영업자들의 모임인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도 12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 앞 국민은행 근처에서 정부의 방역정책 규탄대회를 열고 ‘분노의 삭발식’을 거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