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에 가족 품 돌아온 6·25 전사자
  • 김준란 디지털팀 기자 (loveways12@naver.com)
  • 승인 2022.01.0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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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일수 하사, 전사 70년 만에 신원 확인…숟가락이 결정적 단서
유품 중 숟가락에 ‘金’… 김씨 성 유가족과 유전자 대조 분석
고 김일수 하사(현 계급 상병) 발굴 유품 숟가락 뒷면 ⓒ연합뉴스
고 김일수 하사(현 계급 상병) 발굴 유품 숟가락 뒷면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백마고지 일대에서 발굴된 6·25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의 신원이 확인됐다. 유해는 고(故) 김일수 하사로 밝혀졌다. 이는 백마고지에서 발굴된 유해 중 첫 신원 확인 사례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7일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고 김일수 하사(현 계급 상병)로서, 발굴 유품과 사전에 등록된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가 있어 신원확인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고인이 6·25전쟁 당시 국군 제9사단 30연대 소속으로, 1952년 10월 철원 북방 백마고지(395고지) 전투에서 방어 작전을 펼치다 전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고인의 유해는 발굴 당시 개인호에서 상체가 유실된 채 머리뼈와 하체 일부의 유해만 남아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유해발굴 현장에서는 고인의 숟가락과 전투화, 야전삽, M1 소총 탄환 등의 유품도 다수 발굴됐다.

국방부는 김 하사 유해의 신원 확인은 사전에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김 하사 유해와 함께 발굴된 유품 중 숟가락에 '김(金)'씨 성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글씨가 적혀 있던 것이 결정적 단서가 됐다.

감식단은 유해에서 채취한 유전자와 김씨 성의 전사자 유가족 중 미리 채취한 유전자 시료 18건을 대조 분석해 해당 유해가 김 하사의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김 하사의 남동생이 2018년 경북 구미 보건소에서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둔 덕에 고인의 진짜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고인의 남동생 김영환씨(75)는 "형님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보이스피싱이라고 의심했었다"며 "형이 70년이 지나 유해로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살아오는 것만큼 너무 기쁘다. 이제라도 현충원에서 안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김 하사 유가족과의 협의를 거쳐 귀환행사와 안장식을 준비할 계획이다. 지난 2000년 4월 6·25전사자 유해 발굴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는 김 하사를 포함해 모두 18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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