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맞는 매뉴얼 작동 안 돼”…거듭되는 경기도 화재사고
  • 나선리 경기본부 기자 (sisa216@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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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 많은 화재현장, 현장 상황에 맞는 매뉴얼 필요성 제기
소방공무원들, 집회 열어 “현장지휘체계 개편해야”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전경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제공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전경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해 6월 이천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한 지 7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경기도 평택에서 화재 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번 화재 사고가 이천 화재 참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 조사 결과 드러나면서 실제 현장에 맞는 매뉴얼이 작동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화재 사고는 지난해 6월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고와 유사한 점이 많다. 당시 큰 불길이 잡힌 뒤 잔불 진화와 내부 수색을 위해 진입했던 김동식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장이 되살아난 불길에 희생됐다. 이번 사고 역시 큰불을 잡은 뒤 대응단계를 해제했다가 잦아들었던 불씨가 갑자기 다시 확산하면서 투입됐던 소방관들이 희생됐다. 두 사고 모두 안전관리 불감증으로 인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소방당국이 진화 대응 단계를 서둘러 해제하는 등 초동 대처의 미흡이 유사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경기도에서 일어난 물류창고 화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2020년 4월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는 화재로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으며, 같은 해 7월 경기 용인 SLC 물류창고에서도 불이 나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최근 5년간(2016~2020년) 전국 대형화재(재산피해 50억원 이상, 인명피해 사망 5명 이상 또는 사상 10명 이상인 화재) 67건이 발생해 189명이 사망, 847명이 다쳤으며 6874억원 가량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37.3%인 25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Δ서울 8건 Δ강원 7건 Δ충북 6건 Δ인천 5건 등 순으로 나타나 경기도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2020년 4월 이천 물류센터 화재참사 후 경기연구원은 ‘건설현장 화재 문제점 분석 및 저감방안’ 정책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경기도 안전지킴이 운영방안 마련 및 전문성 향상 △현장 근로자 대상 건설현장 위험상황신고 포상제 도입 △건설현장 화재안전 점검표 작성 의무화 및 관련 조례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위험 상황 등 변수가 많은 화재 현장에서 법 개정 등과 함께 현실을 반영한 매뉴얼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또한 대다수 물류센터는 불에 타기 쉬운 가연성·유독성 물품이 가득해 더욱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평택 화재도 우레탄폼 단열재가 문제로 지목되고 있는데, 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은 신축 기준으로 지난해 말에야 시행됐다.

한편 이천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제정한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화재예방법)’이 올해 12월부터 적용되는데 아직 시행 전이라 제대로 된 건설현장 관리가 미비한 상황이다. 잇따른 화재 사고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12월 법 시행 전에라도 타 부처 관할 법령까지 종합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뒷북 수습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는 “쿠팡 화재사고 뒤 화재 현장 매뉴얼을 전면적으로 손보는 등 특단의 대책이 마련됐어야 했지만 뒤처리가 미흡했다”고 지적하며 현장 상황에 맞는 매뉴얼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방공무원들, 집회 통해 “사고 재발 막기 위해 현장지휘체계 개편해야” 

소방공무원들이 평택 화재와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며 현장지휘체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현장 경험을 중요시하지 않는 계급 우선의 지휘체계를 지목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10일 오전 세종시 소방청 앞에서 ‘평택 화재 소방관 순직사고’ 관련 소방청 규탄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평택 화재 사고는 현장경험 없는 지휘관이 빚은 참사”라면서 오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소급 적용을 요구했다.

또한 “이번 참사를 통해 구조대 투입을 안 해도 될 상황에 무리하게 투입한 책임자의 현장 경험 유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났다”면서 “현재 소방 조직은 현장 경험보다는 계급에 의한 지휘가 이뤄지고 있다. 현장 경험을 중요시하지 않는 지휘 체계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과 행정을 분리해 최소 20년 현장 경험이 있는 책임자를 배치하는 등 현장지휘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며 “현장 중심의 소방력 기준을 개정하고 순직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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