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가 다른 남자 만났는지 CCTV 열람”…경찰의 도 넘은 뒷조사
  • 변문우 디지털팀 기자 (qusansdn@gmail.com)
  • 승인 2022.01.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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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목적으로 여자친구 집 근처 차량 수배 및 무단 조회까지…1심 벌금형→2심 집행유예형
사건을 잘 무마해주겠다며 관련자들에게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구속된 전‧현직 경찰관들이 18일 나란히 법정에 섰다. ⓒ연합뉴스TV
자신과 사귀던 여경이 교제 전 다른 동료 경찰관과도 만났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CCTV를 확인한 경찰관들이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TV

자신과 사귀던 여경의 모습이 담긴 CCTV를 무단으로 열람한 경찰관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해당 경찰관은 교제 전 다른 동료 경찰관과도 만났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CCTV를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춘천지법 형사1부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강원지역 전·현직 경찰관 A씨(37)와 B씨(29)에게 벌금형 8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해당 재판부는 "초동수사권이나 수배 및 주민 조회 권한은 고도의 책임이 따른다. 지극히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본분을 망각한 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선고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막중한 권한과 책임이 주어진 경찰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그 죄책이 무겁다"며 "피해자는 매우 내밀한 사적 영역을 침범당했고, 커다란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두 사람은 A씨와 교제를 시작한 여경 C씨가 앞서 다른 경찰관과 교제했는지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지난 2019년 8월 한 빌딩 관리사무소에서 CCTV를 열람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당시 경찰 공무원증을 제시하면서 경찰공무원의 권한인 초동수사권까지 남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A씨와 C씨가 헤어진 후에도, B씨는 C씨가 또 다른 경찰관과 사귄다고 의심해 지난 2020년 7월21일 저녁 C씨 집 근처에 주차 돼있던 차량을 수배하고 주민 조회까지 했다. 마침 A씨도 이튿날 아침 같은 의심을 품고 업무와 무관하게 C씨 집 근처에 주차된 차량을 사적 목적으로 수배하고 주민 조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열람한 CCTV 영상과 수배, 주민 조회 내용을 누구에게도 유포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개인정보 침해의 정도가 비교적 경미하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형이 가벼워 부당하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한편 여경 C씨는 지난 2021년 3월 경찰 내부망 커뮤니티에 극단적 선택을 하려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A, B씨는 경찰 징계위원회에도 넘겨져 각각 해임·강등 중징계를 받았으며, C씨에게 성희롱 등 '2차 가해'를 한 경찰관 10명도 중·경징계 등의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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