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승부 갈린다] 김건희 리스크, 중도층 감성에 매우 부정적
  • 김종일·구민주·이원석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01.22 10:00
  • 호수 1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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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전문가 10인이 보는 대선 5대 핵심 변수 ② 김건희 리스크 ]
“이미 지지율에 반영” vs “중도층 尹 선택 주저하게 하는 요인”

“1992년부터 여론조사를 실시해 왔는데 이런 대선은 없었다. 후보들의 도덕성 문제, 유권자 탈이념화 현상, 대선을 관통하고 있는 정체성 정치 등 모두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선거 분석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 이상한 선거다.” 30년간 여의도 정치권에서 선거 여론조사 전문가로 활동해온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의 솔직한 토로다. 분석과 예측에 어려움을 겪는 건 홍 소장 같은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소중한 한 표를 어떤 기준으로 행사할지 결정하기 어렵다. 쉽게 마음이 가는 곳이 없다. 그래서일까. 이번 대선은 과거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고 예측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판세가 예측불허다. 3월9일 20대 대선이 50일도 남지 않았지만 아직 어느 후보도 대세를 형성하지 못하는 보기 드문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양강 후보는 모두 유리한 구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수행 긍정평가율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절반이 넘는 정권교체 여론의 등에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선이 ‘이상한 이유’는 후보를 ‘뽑을 기준’은 보이지 않고, ‘뽑지 않을 기준’이 정국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장동-김건희 리스크’는 이번 대선을 ‘비호감 대선’으로 만들어 버렸다. 유권자는 누가 덜 나쁜지를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반면 시대정신 같은 거대 담론은 물론이고 대선을 관통하는 대형 정책은 실종됐다. 이 후보는 기본소득 같은 대표 정책에서 후퇴했고, 윤 후보는 여태껏 유권자 기억에 남을 대표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두 후보의 정책에서 차별화도 체감하기 어렵다. 양강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모두 250만 호 공급으로 같다.

전문가들은 우리 국민이 ‘뽑을 이유’와 ‘뽑지 않을 이유’를 확실하게 만들어줄 핵심 변수를 무엇으로 보고 있을까 궁금했다. 시사저널은 남은 대선 기간 승부의 향방을 가를 5대 변수를 ①단일화 ②김건희 리스크 ③대장동 리스크 ④TV토론 ⑤2030대 표심 등으로 꼽고, 여의도 정치권에서 이른바 ‘1타 강사’로 불리는 선거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분석을 청취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비호감 대결’과 ‘차별성 없는 정책’ 구도 속에서 치러지다 보니 역대 대선에 비해 이례적으로 지지자들의 결집도와 충성도가 약하다고 분석했다. 지지율 하락과 반등이 단기간에 요동치는 현상이 반복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엎치락뒤치락 흐름이 대선 막판까지 이어지며 대세 후보는 대선일에 결정될 수도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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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2021년 12월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후보에게 이른바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리스크는 지지율을 흔드는 가장 부정적 변수다. 그중에서도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관련 의혹이 가장 맵다. 김씨의 허위 이력 논란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윤 후보 지지율 붕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최근 파장을 불러온 ‘7시간 녹취록’도 보도 전후 일주일 넘게 정치권 이슈를 뒤덮고 있다.

윤 후보 입장에서 다행인 것은 녹취록 공개 이후에도 지지율 하락세가 감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허위 이력 논란 때 분위기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윤 후보 측에서는 오히려 관련 의혹이 다 해명됐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녹취록을 통해 공개된 캠프 내 비선 의혹, 미투 관련 문제적 발언 등은 여전히 화약고라는 평가도 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향후 돌발 변수는 여전히 남아있다”면서도 “이미 김건희 리스크는 대장동 리스크와 마찬가지로 지지율 흐름에 상당히 반영돼 있다”고 봤다. 지금 양강 후보 지지율을 지탱하는 지지층은 이미 제기된 리스크를 감안하고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런 구도에선 사법적 판단 같은 객관적 근거가 제기되지 않는 한 후보 관련 리스크들은 핵심 변수가 안 된다. 유 대표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검찰도 개입하기엔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장성철 교수는 “김건희 리스크는 상존하고 있다. 결국 이번 대선의 결정적 키는 중도층이 쥐고 있는데, 최근 공개된 녹취록의 경우 중도층이 윤 후보를 선택하는 데 상당히 주저하게 하는 유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무속과 미신 등 몇몇 발언은 굉장히 상식적이지도, 정상적이지도 않았다”고 분석했다. 중도층이 김씨 의혹들을 곱씹을수록 합리적 판단에 따라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박상철 교수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번 녹취록의 경우 리스크라고 표현하는 것 이상으로 더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박 교수는 “선거에서 제일 무서운 게 이른바 ‘배경음악’”이라면서 “김건희 리스크는 중도층 생각 기저에 나쁜 배경음악이 깔리듯 기분이 좋지 않은 인식이 쫙 깔리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감성적으로 굉장히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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