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의 ‘씁쓸한 1주년’…언론과 담 쌓은 공수처장
  • 변문우 디지털팀 기자 (qusansdn@gmail.com)
  • 승인 2022.01.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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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취재진에 다가와 보안 펜스 사이에 두고 고개 숙여…존폐론 의식한 듯
1주년 행사도 직원 28명 비공개 진행…출범식 때와 180도 다른 분위기
공수처 출범 1주년인 21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 출범 1주년인 21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력 부족으로 존폐론까지 내몰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1일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이날 김진욱 공수처장은 보안 펜스를 사이에 두고 7개월 만에 기자들에게 먼저 다가와 허리를 숙이며 쇄신을 다짐했다.

김 처장은 이날 오전 과천 청사 출근길에 주차장 쪽 펜스 밖에서 사진과 영상 촬영 등을 위해 대기 중이던 취재진 쪽으로 갑자기 다가왔다. 평소에는 차량에서 내려 취재진에 눈길도 주지 않고 곧장 청사로 들어가는 등 취재진과 담을 쌓아왔지만, 이날은 1주년을 의식해서인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공수처가 수사기관의 보안을 이유로 설치한 펜스를 사이에 두고 취재진과 마주친 김 처장은 취재진의 '한마디 해 달라'는 요청에 입을 열었다. 그는 최근 공수처의 여러 논란을 의식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조직과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며 허리도 숙였다. 그러면서 "자세한 내용은 출범 1주년 기념사를 봐 달라"고 덧붙였다.

언론 접촉을 극도로 꺼리던 김 처장이 이렇게 취재진과 만나 직접 발언한 것은 지난 2021년 6월17일 기자간담회 이후 7개월 만이다. 당초 김 처장은 초대 공수처장 지명 이후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공수처 현안에 대해 비교적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나누는 등 언론과 적극 소통을 이어왔다.

하지만 김 처장은 이른바 '황제조사' 논란 이후인 2021년 4월 20일부터는 출근길에 보안 펜스가 있는 입구 쪽으로 관용차를 타고 바로 진입하는 등 취재진과의 직접 접촉을 차단해왔다. 앞서 그는 2021년 3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 조사 과정에서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처장 관용차에 태우고 와 조사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또 최근 공수처 내부에서도 언론의 비판 보도가 과하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계속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공수처 측은 출입기자단이 요청한 김 처장의 1주년 기자간담회도 잠정 연기하는 등 최근 현안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공수처는 이날도 외부인사 초청 없이 처·차장 등 직원 28명만 참석한 중에 비공개로 출범 1주년 기념행사를 조촐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1년 전 법무부장관과 국회 법사위원장을 초대해 현판 제막식을 하며 떠들썩하게 출범했을 당시와 다른 분위기다.

최근 공수처는 수사력 논란만 빚다 직접 재판에 넘긴 사건 하나 없이 우울한 1주년을 맞았다. 대선이 두 달도 남지 않았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입건한 '고발사주 의혹' 등 주요 수사도 속도를 못 내고 있다. 특히 공수처는 출범 후 지난 10일까지 해당 의혹과 관련해 구속 영장과 체포 영장을 각각 2번씩 법원에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되기도 했다.

또 공수처는 수사 편의를 위해 정치인은 물론, 기자 등 민간인의 개인정보를 무더기 조회했다는 사찰 논란에도 휘말렸다.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꾸겠다던 출범 일성도 무색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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